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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Capítulo 111 - Capítulo 120

130 Capítulos

제111화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 룩스 인터내셔널 헤드쿼터.아틀리에 한소율과 루미너스의 아시아·유럽 통합 운영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대형 화면에 두 회사의 이름과 소율의 직함이 나란히 표시됐다.120개국 매체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행사 자료가 전달됐고, 현장에는 투자사 대표와 바이어 등 3천여 명이 모였다. 무대 뒤의 소율은 마이크가 고정된 옷깃을 확인했다.흰 실크 수트에 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준비한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읽고 종이를 접었다. 도진이 다가와 물었다.“불편한 곳은 없습니까?”“마이크 선이 조금 걸려요.”그가 담당 직원을 불렀다. 옷깃 안쪽을 정리하고 나자 소율은 양팔을 가볍게 움직여봤다.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음악이 잦아들었다. 소율이 무대로 나서자 카메라들이 그녀를 향했다. 단상에 도착해 객석을 한 번 둘러봤다. 처음 파리 런웨이에 섰을 때와는 다른 자리였다. 옷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그 옷을 어떻게 공급하고 운영할 것인지 설명해야 했다.“안녕하십니까. 아틀리에 한소율 대표 한소율입니다.”불어 인사에 이어 영어로 준비한 설명을 시작했다. 화면에는 두 지역의 판매와 운영을 연결할 계획, 새 컬렉션과 웰니스 공간이 차례로 나왔다.“사람이 옷에 몸을 억지로 맞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움직일 때 당기는 곳, 앉았을 때 접히는 곳을 계속 확인하고 고쳤습니다. 매장에서도 그런 질문을 먼저 해주셨으면 합니다.”소율은 원단과 패턴이 바뀐 부분을 짚었다. 객석의 누군가가 메모를 했고, 앞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마지막 화면이 넘어가자 그녀는 마이크에서 조금 물러나 인사했다.박수가 이어졌다. 앙리 베르나르 회장이 단상에 올라 기념 메달리온을 건넸다. 소율은 두 손으로 받고 그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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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다음 날 저녁, 파리 방돔 광장의 호텔.소율은 다음 행사의 자료를 덮고 라운지 소파에 앉았다. 아치형 창 너머로 광장의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낮 동안 사람들 틈에 있다가 조용한 방에 들어오니 작은 소리에도 귀가 갔다.도진이 걷어붙인 셔츠 소매를 다시 접으며 다가왔다. 손에 쥔 네롤리 오일 병에서 은은한 향이 났다.“목은 좀 어떻습니까?”“낮에는 괜찮았는데, 앉아 있으니 다시 뻐근하네요.”그는 옆에 앉아 소율의 어깨를 살폈다. 그녀가 등을 조금 돌려주자 목덜미 아래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이 닿는 자리에 힘이 들어가 소율이 먼저 숨을 내쉬었다.“이젠 말하기 전에 숨부터 내쉬시네요.”“배운 게 있는데요.”소율은 웃었다. 도진도 따라 웃으며 압력을 조금 줄였다. 창에는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겹쳐 비쳤다.그는 그녀가 어깨를 올리지 않도록 손끝으로 위치를 알려주었다. 소율은 턱을 조금 당기고 편한 자리를 찾았다. 처음 루미너스에서 거울 앞에 섰을 때처럼 지적받을까 봐 몸을 감추지는 않았다.“오늘은 이쪽이 더 뭉쳤네요.”“가방을 계속 그쪽에 멨나 봐요.”“내일은 번갈아 드십시오.”그 말이 단순해서 소율은 편했다. 왜 몸이 이 모양이냐는 말도, 참으라는 말도 없었다. 지금 어디가 불편한지 이야기하면 됐다.도진이 손을 거두자 그녀는 뒤로 기대어 그의 어깨에 머리를 댔다. 188cm의 큰 몸이 소파 등받이 옆에 조금 구부정하게 끼어 있었다.“도진 씨는 안 불편해요?”“괜찮습니다.”“그 말 하기 전에 좀 움직여봐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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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오전 10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7층 건물의 유리문이 열리자 대기하던 손님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루미너스와 아틀리에 한소율의 파리 플래그십 2호점 개관일이었다.입구에는 거래처에서 보낸 화환이 놓였고, 현지와 해외 취재진 150여 명이 촬영 위치를 잡았다. 소율은 안내 직원의 동선을 확인한 뒤 단상으로 향했다.딥 에메랄드 수트의 소매를 한 번 정리했다. 도진은 현장 담당자에게 마지막으로 지시를 전하고 그녀의 곁에 섰다. 어젯밤 승인 서류를 확인한 뒤에도 몇 번이나 점검한 공간이었다.“봉주르. 파리 플래그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소율이 불어로 인사를 건넸다. 대형 화면에 층별 공간과 컬렉션이 나왔다.1층부터 3층에는 맞춤 의상 살롱과 런웨이 쇼룸, 4층부터 7층에는 웰니스·리햅 시설이 자리했다. 3층의 모션 랩에서는 체형 분석과 실제 움직임을 의상 설계에 연결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었다.“좋은 옷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움직여보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앉고 걷고 팔을 뻗을 때 어떤 점이 다른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그녀는 화면의 패턴선을 짚었다. 디자인과 착용감에 관한 설명을 마친 뒤에는 도진이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전문 인력과 현장 담당자들이 각자의 분야에 관한 질문을 이어받았다.소율은 단상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한 사람의 설명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던 작은 회의실을 지나, 이제는 질문을 맡아줄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행사 후 유럽 공급 계약 체결식이 이어졌다. 프랑스와 영미권 유통사 컨소시엄을 상대로 한 500억 원 규모 계약이었다. 소율은 마지막으로 계약 당사자와 서명할 위치를 확인했다.펜을 들어 이름을 쓰자 카메라 셔터가 연이어 울렸다. 옆의 계약서가 넘어갈 때까지 그녀는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모든 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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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떠난 전용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했다.샹젤리제 2호점 개관과 유럽 500억 원 공급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율은 카멜색 코트를 걸치고 도진과 함께 입국장을 나섰다.“많이 피곤하십니까?”도진이 짐을 챙기며 물었다.“조금요. 그래도 하린이 보면 잠 깰 것 같아요.”소율은 휴대폰에 온 아이의 사진을 다시 열었다. 쿠키를 들고 웃는 얼굴이었다. 도진도 화면을 보고 웃었다. 두 사람은 기다리던 차에 올라 한남동으로 향했다.***저녁 7시, 테라스 빌라.문이 열리자 하린이가 복도에서 달려왔다.“엄마!”소율은 가방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았다. 하린이가 목에 팔을 단단히 감았다. 소율은 볼을 비비고 아이의 냄새를 맡았다.“잘 있었어?”“쿠키 있어. 이모랑 만들었어.”거실에서 지은이 손을 흔들었다. 외할머니에게서 아이를 데려와 두 사람의 귀가를 기다려주고 있었다.“잘 다녀왔어? 얼굴은 좋아 보이네.”“피곤해 죽겠는데.”소율이 웃으며 친구를 안았다. 지은도 웃다가 도진을 봤다. 그가 마카롱과 선물을 건넸다.“하린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이런 거 주시면 다음에도 기다리죠.”지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린이는 자기 쿠키가 더 맛있다고 끼어들었다. 도진은 그럼 쿠키부터 먹겠다고 답했다.지은을 배웅한 뒤 세 사람은 식탁에 앉았다. 도진은 하린이에게 리조또를 덜어주고, 소율 앞에 안심 스테이크를 놓았다. 하린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파리에서 무얼 했는지 물었다.소율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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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서울남부교도소 제2보안사동.최민우는 혼거실 안쪽에 앉아 바깥 복도를 보고 있었다. 원래 서류를 쥐던 손이 이제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회수된 비자금 100억 원, 되돌려준 디자인 권리, 법인 청산과 파산. 친족들을 동원한 공갈 사건의 추가 형까지 확정되면서 누적 형기는 17년이 됐다.그는 그 숫자를 떠올릴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계산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정오 뉴스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틀리에 한소율의 파리 샹젤리제 2호점과 500억 원 규모 유럽 공급 계약에 관한 소식이었다.민우의 손가락이 멈췄다.이어 소율과 루미너스 차도진 전무의 약혼 소식이 나왔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는 짧은 보도였다.“약혼……?”민우는 몸을 일으켰다. 옆의 수용자가 조용히 하라고 말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그 피티 선생 놈이랑 결혼한다고?”그가 철문 쪽으로 다가갔다. 화면도 없는 스피커를 올려다보며 더 들으려 했지만 뉴스는 다른 기사로 넘어갔다.“돌려! 방금 거 다시 틀어!”목소리가 커졌다. 복도의 교도관이 다가와 경고했다.“수용번호 4820, 최민우. 뒤로 물러서십시오.”“문 열어요! 한소율이 내 아내야. 내 회사고 내 돈이었어!”민우는 철문을 두드렸다. 손바닥이 아파 주먹으로 바꿨다. 소율이 자기에게 어떤 대답을 했는지, 법원에서 무엇이 끝났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가 자기 자리에 들어간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붙어 있었다.“물러서십시오. 계속 이러면 제지합니다.”교도관이 상황을 확인하려 가까이 왔을 때 민우가 손을 뻗었다. 제지를 뿌리치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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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결혼 준비가 이어지는 동안, 청담동 아틀리에의 8층 살롱에는 드레스와 턱시도 샘플이 차례로 들어왔다.룩스그룹과 협업하는 유럽의 오트쿠튀르 하우스들이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의상이었다. 소율은 마지막 피팅 날, 실크 오간자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허리선을 따라 잡힌 원단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움직였다. 깊게 파인 등 뒤로 드레스의 안쪽 마감이 느껴졌다. 소율은 팔을 올리고 소파에 앉아봤다.“앉았을 때는 어떠십니까?”수석 테일러가 물었다.“여기가 조금 당겨요. 서 있으면 괜찮은데 앉을 때 달라지네요.”소율은 옆선 아래를 짚었다. 테일러가 표시를 남겼다. 그녀는 다시 일어나 한 걸음 걸어봤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하루 동안 입고 있을 수 있는 것은 함께 확인해야 했다.커튼이 열리고 도진이 나왔다. 다크 네이비 턱시도의 넓은 라펠이 그의 어깨선을 따라 놓였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부터 다져온 188cm의 큰 체격에 맞춰 여러 번 가봉한 옷이었다.소율이 그를 보고 웃었다.“팔 움직여봐요.”도진은 시키는 대로 팔을 들었다. 수트를 봐주던 직원이 동작을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으십니까?”“네. 편합니다.”그가 대답하면서도 소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율이 다시 물었다.“뭘 그렇게 봐요?”“드레스요.”“드레스만요?”도진의 입가가 올라갔다. 직원들이 수정할 원단을 챙겨 자리를 비우자 그가 소율의 앞으로 다가왔다.그녀의 뒤로 돌아가 거울을 함께 봤다. 손끝으로 어깨에 닿은 머리카락을 옮겼다. 소율은 그 손길에 고개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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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결혼식을 하루 앞둔 금요일 밤, 한남동 테라스 빌라.거실 테이블에는 축전과 선물이 놓여 있었다. 소율은 어느 거래처에서 보냈는지 확인한 카드를 한쪽에 모았다. 휴대폰에는 거리의 결혼 축하 광고를 찍어 보낸 사진이 연이어 도착했다.하린이는 화동 연습을 하다 잠들었다. 꽃바구니를 침대 옆에 두어달라고 해서 소율이 잘 보이는 곳에 놓아주었다. 아이의 손이 이불 밖으로 나오자 안으로 넣고 불을 껐다.테라스로 나온 소율은 차가운 공기를 한 번 들이마셨다. 내일이면 도진과 함께 결혼식장에 선다.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다가도, 마음 한쪽이 묘하게 가라앉았다.첫 결혼식 전날 밤이 떠올랐다.민우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사업 자금 이야기를 더 오래 했다. 친정의 돈을 담보로 제공하는 서류를 내밀었고, 소율이 주저하자 가족이 될 사람을 못 믿느냐고 했다.그때 소율은 결혼식 전에 다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답을 삼켰다. 방으로 돌아와 울면서도 다음 날 눈이 부을까 봐 젖은 수건을 눈가에 올렸다.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도진이 차를 가져와 내려놓고 그녀의 어깨에 캐시미어 숄을 둘렀다.“바람이 찹니다. 조금만 있다 들어가시죠.”소율은 몸을 돌려 그의 가슴에 이마를 댔다. 숄이 한쪽으로 흘러내려 도진이 다시 올려주었다.“옛날 생각났어요.”그녀가 말했다.“처음 결혼하기 전날요. 그때 많이 울었거든요.”도진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었다. 소율은 얼굴을 들지 않고 조금 더 말했다.“내일은 그런 생각 안 나면 좋겠는데, 생각하지 말자고 하면 더 나네요.”“생각나셔도 됩니다. 지금 제게 말씀하고 계시잖아요.”그 대답에 소율은 눈을 감았다. 떠올리는 것 자체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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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10월의 토요일, 서울 장충동 서라온호텔 영빈관.야외 가든에 백합과 유칼립투스로 장식한 길이 놓였다. 기와지붕 아래로 가을 햇살이 들어오고, 직원들은 하객들이 앉을 자리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앙리 베르나르 회장과 국내외 거래처 관계자, 두 사람을 축하하러 온 지인 등 500여 명이 모였다. 바깥의 취재진과 구경하는 사람들은 예식 동선과 떨어진 곳에서 안내를 받았다.신부 대기실에서 소율은 드레스 자락을 정리했다. 손바느질로 마감한 백리스 머메이드 드레스가 의자 아래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테일러가 고친 옆선은 앉아 있어도 당기지 않았다.지은이 들어와 그녀를 보더니 잠시 말을 멈췄다.“왜?”소율이 물었다.“그냥. 진짜 결혼하는구나 싶어서.”지은은 웃으려다 눈가를 닦았다. 소율도 같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너 벌써 울면 나도 울잖아.”“아직 안 울었거든.”하린이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소율의 옆으로 다가왔다. 작은 티아라와 흰 드레스 차림이었다.“엄마, 나 예뻐?”“응. 너무 예뻐.”“엄마도 예뻐.”아이가 손으로 소율의 치맛자락을 만졌다. 소율은 딸을 안고 뺨에 입을 맞췄다. 하린이는 꽃바구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바짝 쥐었다.문이 열리고 도진이 들어왔다. 블랙 숄칼라 턱시도를 입은 그는 소율을 보자 그대로 멈춰 섰다.피팅 때 이미 봤던 드레스인데도 표정이 달랐다. 소율은 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왜 그렇게 서 있어요.”도진이 다가와 그녀의 앞에 몸을 낮췄다. 손을 잡고 한동안 바라보더니 짧게 말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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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문이 닫혔다.150평 규모의 넓은 방이었지만 소율은 소파 한쪽에 앉은 뒤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예식을 마치고도 오래 이어진 인사와 촬영이 끝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웨딩드레스의 뼈대가 없어도 허리는 아직 곧았다. 곧은 채로 지친 몸이었다.창밖에는 남산타워의 불빛이 보였다. 실내에는 장미 향이 은은하게 났다. 도진이 드레스 자락이 바닥에 끼지 않도록 옆으로 정리해주었다. 무릎을 굽힌 그의 어깨가 소율의 허벅지 옆에 닿았다.“머리핀부터 뺄까요?”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씻고 다가와 머리카락에 꽂힌 핀을 조심스럽게 뺐다. 하나씩 테이블에 놓이는 핀이 생각보다 많았다. 핀이 빠질 때마다 두피가 이완되며 소율의 숨이 길어졌다.“이게 다 들어 있었습니까?”“저도 몰랐어요.”테이블 위에 놓인 핀 하나가 굴러갔다. 소율이 손끝으로 막아 세웠다. 도진은 남은 핀을 그 옆에 나란히 놓고, 엉킨 머리카락을 당기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조금씩 풀었다. 풀린 머리가 어깨를 타고 등 라인으로 흘렀다. 백리스 드레스의 열린 살이 더 넓어 보였다.둘이 웃었다. 핀이 빠진 자리의 두피가 당겨 소율이 손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도진은 마지막 핀까지 확인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풀어주었다. 손가락이 목덜미를 지나자 소율의 가슴이 가볍게 들었다.욕실의 따뜻한 물로 피로를 씻어낸 뒤 소율은 실크 가운을 입고 나왔다. 얼굴에 닿던 화장도 지우고 나니 거울 속 표정이 훨씬 편했다. 거울에 결혼반지가 빛났다. 파리의 사파이어와 다른, 오늘 끼운 부부 반지였다.잠시 뒤 샤워를 마친 도진이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나왔다. 블랙 실크 팬츠만 걸친 채라 넓고 단단한 어깨와 조각된 복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물방울이 복근의 골을 타고 허리끈으로 내려갔다. 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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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청담동 도산대로변, 아틀리에 한소율과 루미너스의 복합 플래그십.먼저 운영을 시작한 매장에 이어 웰니스 시설까지 준비를 마치고 전체 공식 개관 행사가 열렸다. 지하 3층, 지상 8층의 건물 유리벽에 아침 햇살이 반사됐다.150여 개국의 매체에 행사 자료가 배포됐다. 현장에는 앙리 베르나르 회장과 글로벌 투자사 대표, 패션·유통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소율은 8층 행사장으로 올라가기 전 1층 로비에 잠깐 섰다. 손님을 안내하는 직원과 옷을 고르는 사람이 보였다. 도면에서 여러 번 옮겼던 안내대가 이제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녀는 안내 표지가 잘 보이는지 한 번 살폈다. 도진은 웰니스 시설 담당자와 마지막 확인을 마친 뒤 곁으로 왔다.“올라가시죠.”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샴페인 골드 수트의 소매 안에 결혼반지가 잠깐 걸렸다. 그녀는 원단을 펴며 웃었다.“아직 조금 낯설어요.”“저도 그렇습니다.”도진이 자기 손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단상의 조명이 켜졌다.소율은 준비한 원고를 마이크 옆에 놓고 객석을 바라봤다. 자신의 회사와 이름을 소개하는 첫 문장은 이제 익숙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다음에 할 말을 오래 골라왔다.“안녕하십니까. 아틀리에 한소율 대표 한소율입니다.”인사를 마치고 그녀는 잠시 호흡을 골랐다.“저는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제 이름보다 누군가의 아내라는 말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일을 해도 제 이름을 쓰지 못했고, 몸이 아파도 제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객석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소율은 접어둔 원고를 펴지 않고 말을 이었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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