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좌 확인과 국내 지급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다.스위스 금융기관의 차명 계좌를 거쳐 숨겨졌던 자금 가운데, 소율에게 지급할 100억 원이 국내 집행 절차로 넘어왔다. 지은은 관련 문서와 금액을 확인한 뒤 마지막 지급 내역을 기다렸다.오후 2시, 소율의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입금: 10,000,000,000원 — 법원 공탁금 출급]소율은 화면을 한 번 읽고, 숫자를 다시 읽었다. 자릿수가 많아 바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은이 곁에서 은행 내역과 집행 서류를 대조했다.“맞아. 100억.”그 말을 듣고서야 소율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 손에 쥔 휴대폰이 무거웠다. 기쁘게 웃어야 할 것 같은데 처음 나온 것은 긴 숨이었다.5년 전 사업 초기, 친정 부모님은 집을 담보로 돈을 마련해주었다. 소율은 밤마다 디자인 파일을 넘겼다. 그때 민우는 다 잘되면 갚겠다고 했다. 회사가 커지고 집이 좋아진 뒤에도 갚을 차례는 늘 뒤로 밀렸다.그 기억이 돌아오자 소율의 눈가가 젖었다. 이번 숫자가 자신의 청춘을 모두 환산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떠안았던 부담부터 정리할 수 있었다.“엄마한테 전화해도 되지?”소율이 물었다. 지은이 웃었다.“그건 나한테 허락받을 일 아니지.”소율은 웃다가 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 전화를 걸고 신호음을 듣는 동안 어떻게 말할지 골랐다. 큰돈이 들어왔다고 자랑하는 말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엄마, 그때 집 담보로 빌렸던 돈 있잖아. 이제 정리할 수 있어.”수화기 너머 대답을 듣자 목이 잠겼다. 소율은 급하게 말을 이으려다 멈췄다. 더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통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