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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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여성 수용동 접견실.소율은 유리벽 너머로 들어오는 세라를 봤다. 화려한 운동복과 팔찌가 사라진 자리에는 푸른 수의가 있었다. 그러나 얼굴이 초췌해졌다는 이유로 처음 루미너스에서 들었던 말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세라가 의자에 앉아 수화기를 들었다. 소율을 보자마자 입술이 떨렸다.“소율 언니…….”“그렇게 부르지 마세요.”소율이 먼저 말했다. 세라는 잠깐 굳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떨어졌지만 호칭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제가 미쳤었어요. 남편인 줄 알면서도, 최민우가 하는 말을 믿고…….”“자료 얘기부터 하죠.”소율은 수화기 선이 팔에 걸린 것을 풀었다. 세라의 얼굴을 보러 오기 전부터 준비한 질문이 있었는데, 눈앞에 앉으니 첫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가방에서 꺼낸 종이를 펴자 눌러 쓴 글씨가 보였다. 그녀는 그 첫 줄부터 읽었다.소율은 편지를 테이블에 놓았다. 세라가 그것을 보자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과하는 순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얼굴이었다.“강남에 금고가 있어요. 민우 씨가 숨겨둔 거예요. 스위스 쪽 페이퍼컴퍼니 계좌와 100억 원대 자금 장부, 디자인 원본이 들어 있는 USB도 있고요.”지은이 옆에서 메모했다.“디자인 원본이라는 건 무엇을 말합니까?”“5년 전에 만든 로고랑 시안들이요. 원래 이름을 지우고 다른 파일로 옮긴 것까지 남아 있어요.”소율은 수화기를 조금 더 가까이 댔다. 돈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보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직접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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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강남 금고 건물 지하 주차장.남자 3명이 길을 막았다. 소율은 봉투를 몸 가까이 당겼고, 지은은 그녀와 함께 한 걸음 물러났다. 앞에 선 남자의 시선이 봉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좋은 말로 할 때 USB 넘기시죠. 최민우 대표한테 받을 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그건 저희와 할 얘기가 아닙니다.”지은이 말했다.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뒤에 있던 다른 남자가 쇠파이프를 내려 들었다. 금속이 기둥에 닿는 소리가 주차장에 울렸다.소율은 숨을 삼켰다. 지은이 휴대폰을 잡고 신고하는 사이 남자들이 거리를 좁혔다. 도진이 대기하던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손 치워.”도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는 소율과 지은 앞으로 들어와 남자의 팔을 밀어냈다. 쇠파이프가 올라가자 그 손목을 잡고 방향을 틀었다. 금속이 바닥에 떨어지며 큰 소리가 났다.소율은 몸이 움찔했지만 봉투를 놓지 않았다. 도진이 남자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동안 지은이 그녀를 차 뒤편으로 이동시켰다.“여기 있어. 가까이 가지 마.”남은 둘도 달려들었지만 도진이 길목을 막았다.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소율은 숨을 참은 채 그쪽을 봤다. 도진이 그녀들을 향해 오는 팔을 거칠게 밀어내고 상대를 바닥에 제지했다.“물러서라고 했어.”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정중함이 없었다. 남자들은 더 다가오지 못한 채 욕을 뱉었다. 지은이 위치를 설명하는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다. 바닥의 쇠파이프와 남자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서로 떨어지게 했다. 도진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손을 놓고 물러섰다.남자들이 연행되는 동안에도 소율은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봉투를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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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USB에서 찾은 자료는 소율이 보관하고 있던 수기 스케치북과 함께 제출됐다. 최초 파일과 이후 수정본, 당시 작업 기록이 서로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였다.소율은 판결을 들으며 제 이름이 나오는 대목에서 고개를 들었다. 최민우가 창작자를 바꾸고 무단으로 등록하거나 이전한 권리들이 이번 분쟁의 대상이었다.12개 핵심 브랜드의 상표권과 디자인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에서 소율의 권리가 인정됐다. 지은은 판결문에 적힌 권리 목록을 확인했다. 명의를 되돌릴 신청서와 등록을 정리할 서류가 가방 안에 준비돼 있었다. 소율이 서명할 곳마다 작은 종이표가 붙어 있었다.법정을 나온 소율은 스케치북의 표지를 가방 안에서 손끝으로 만졌다. 오래전에 낡은 채로 남겨두었던 공책이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자료가 돼 있었다.“이걸 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네.”그녀가 말했다.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완성본보다 과정이 더 많은 말을 할 때가 있지.”소율은 가방을 닫았다. 누구의 칭찬보다 제 손으로 남긴 기록이 끝내 자신에게 돌아왔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명의 회복과 등록 정리를 마친 날 저녁, 청담동 아틀리에.소율은 새로 받은 권리 관련 문서를 책상 위에 놓았다. 화면에서 이름을 확인했는데도 종이로 보니 다시 읽게 됐다. 창작자와 권리자란에 적힌 ‘한소율’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도진이 들어왔을 때 그녀는 아직 문서를 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받으셨군요.”“네. 아직도 이상해요. 제 이름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자리인데.”도진은 그녀가 내민 문서를 받아 읽었다. 잘 알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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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루미너스 본사 7층 대회의실.도진은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었다. 감사팀이 화면에 띄운 투서에는 그의 이름과 상비군 시절의 사건이 적혀 있었다.[선수 폭행 및 협회 징계 의혹]몇몇 이사가 자료를 넘기며 질문했다. 도진은 같은 질문을 다른 말로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당시 후배들에게 가해지던 가혹 행위를 막다가 누명을 썼던 일이었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이 처음 제기된 것처럼 돌아와 있었다.“해명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도진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말을 꺼내면 보호하려던 후배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침묵하면 투서의 내용만 남았다.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소율과 지은이 들어왔다. 소율은 자리에 앉기 전 화면을 확인했다.“징계 여부를 논하기 전에 확인할 자료가 있습니다.”그녀가 서류를 테이블에 놓았다. 당시 재조사 결과와 가해 임원의 진술 자료, 이번 투서를 사주한 쪽과 연결된 5,000만 원 송금 내역이었다.감사팀장이 첫 장을 읽다가 다음 장을 넘겼다. 지은이 각 자료의 출처와 확인 범위를 설명했다. 소율은 그동안 도진을 보지 않고 테이블 맞은편의 사람들을 봤다.“이 내용까지 확인하고 논의하신 겁니까?”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율은 말을 이어갔다.“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의 자료만으로 끝난 사건을 다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재조사 결과가 빠져 있습니다.”한 이사가 회사 이미지에 대한 우려를 꺼냈다. 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직원을 범죄자처럼 세워두는 것도 회사의 판단으로 남습니다.”도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소율은 서류의 해당 부분을 짚었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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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루미너스 이사회 본회의.도진에 대한 허위 투서와 징계 논의가 정리된 뒤, 이사회는 그의 업무 성과와 조직 공헌을 함께 검토했다. 글로벌 기술 운영과 센터 기획을 맡아온 기록이 자료에 올라왔다.소율은 테이블 한쪽에서 설명을 들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나서서 도진을 변호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해온 일을 그 일의 결과로 보고 있었다.루미너스 총괄 전무이사 승진안이 통과됐다. 강태욱 대표가 도진에게 결과를 알리고 손을 내밀었다.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했다.박수가 나오는 동안 소율은 그의 얼굴을 봤다. 투서에 이름이 올라갔을 때와 같은 사람인데, 오늘은 자신의 일로 불리고 있었다. 도진이 그녀를 돌아봤다. 소율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회의실 밖에서 그녀가 먼저 말했다.“축하드려요, 차 전무님.”도진은 새 직함이 아직 낯선 듯 잠깐 웃었다.“소율 씨가 그렇게 부르시면 더 어색합니다.”“회사에서는 직함 부르기로 했잖아요.”“그랬죠.”그는 손에 든 자료를 한 번 정리했다. 소율은 그가 긴장을 풀어내는 버릇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늘 손이 바쁘면 속에서 다른 말을 고르고 있을 때가 많았다.***그날 늦은 밤, 청담동 루미너스 VIP 트레이닝 룸.업무를 마친 도진은 남은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율이 들어서자 그가 돌아봤다. 처음 만났던 때와 비슷한 조명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율은 문가에서 옷자락을 붙잡고 서 있지 않았다.“아직 정리하고 있었어요?”“거의 끝났습니다.”그녀는 도진이 매트 끝을 맞추는 모습을 봤다. 임원이 됐다고 손에 익은 일을 갑자기 남에게 넘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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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해외 계좌 확인과 국내 지급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다.스위스 금융기관의 차명 계좌를 거쳐 숨겨졌던 자금 가운데, 소율에게 지급할 100억 원이 국내 집행 절차로 넘어왔다. 지은은 관련 문서와 금액을 확인한 뒤 마지막 지급 내역을 기다렸다.오후 2시, 소율의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입금: 10,000,000,000원 — 법원 공탁금 출급]소율은 화면을 한 번 읽고, 숫자를 다시 읽었다. 자릿수가 많아 바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은이 곁에서 은행 내역과 집행 서류를 대조했다.“맞아. 100억.”그 말을 듣고서야 소율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 손에 쥔 휴대폰이 무거웠다. 기쁘게 웃어야 할 것 같은데 처음 나온 것은 긴 숨이었다.5년 전 사업 초기, 친정 부모님은 집을 담보로 돈을 마련해주었다. 소율은 밤마다 디자인 파일을 넘겼다. 그때 민우는 다 잘되면 갚겠다고 했다. 회사가 커지고 집이 좋아진 뒤에도 갚을 차례는 늘 뒤로 밀렸다.그 기억이 돌아오자 소율의 눈가가 젖었다. 이번 숫자가 자신의 청춘을 모두 환산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떠안았던 부담부터 정리할 수 있었다.“엄마한테 전화해도 되지?”소율이 물었다. 지은이 웃었다.“그건 나한테 허락받을 일 아니지.”소율은 웃다가 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 전화를 걸고 신호음을 듣는 동안 어떻게 말할지 골랐다. 큰돈이 들어왔다고 자랑하는 말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엄마, 그때 집 담보로 빌렸던 돈 있잖아. 이제 정리할 수 있어.”수화기 너머 대답을 듣자 목이 잠겼다. 소율은 급하게 말을 이으려다 멈췄다. 더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하고 싶었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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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 법정.소율은 지은과 함께 원고석에 앉았다. 방청석 앞쪽에는 도진이 있었다. 그녀는 뒤를 한 번 돌아보고 바로 앞을 봤다.세라는 교도관과 함께 들어왔다. 이미 다른 형사 사건으로 수감 중인 상태였다. 오늘 법정에서 판단할 것은 소율에게 입힌 손해와 배상 책임이었다.세라 측 대리인은 수사 협조를 강조했다. 비자금과 디자인 자료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었다. 소율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들었다. 자료를 받을 때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떠올렸다.지은이 차례를 받아 입을 열었다.“자료 제공은 별도로 평가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원고에게 가한 부정행위와 반복적인 모욕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원고는 이를 조건으로 배상 책임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세라는 소율을 봤다. 소율은 그 시선을 잠깐 마주했다. 도움을 줬으니 편을 들어달라는 얼굴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해줄 대답은 이미 접견실에서 전했다.재판부는 부정행위와 관련 불법행위, 원고가 받은 손해를 설명한 뒤 판결을 낭독했다.윤세라는 소율에게 위자료 1억 5,000만 원과 정해진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선고받았다. 소율은 지은의 펜 끝이 금액 아래에 짧은 선을 긋는 것을 보았다. 법정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소율은 금액을 듣고도 세라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액수만큼 마음이 즉시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피해가 없던 일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세라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옆에서 대리인이 말을 건넸지만 수의 소매로 눈을 가린 채 듣지 못했다.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의자에 앉았다.“그 돈을 제가 어떻게…….”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율은 지은과 서류를 챙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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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서울남부구치소 접견실.민우 앞에 앉은 변호인은 세 건의 문서를 차례로 설명했다. 스위스 계좌 관련 환수금 100억 원의 지급 완료, 윤세라의 위자료 1억 5,000만 원 판결, 최민우 명의 법인 지분 40%의 강제 경매 개시였다.민우는 첫 번째 문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게 왜 한소율 계좌로 가.”그가 손가락으로 금액을 눌렀다.“내가 숨겨놓은 돈인데. 그 여자가 어떻게 알고…….”변호인은 이미 확보된 자료와 집행 경과를 설명했다. 민우는 끝까지 듣지 않았다. 문서 끝을 움켜쥐고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내 지분까지 경매로 넘기면, 나보고 뭘로 살라는 거야?”“확정된 채무와 집행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정을 앞세우셔도 이미 진행된 지급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당신 내 변호사 맞아? 왜 저쪽 말만 해?”민우의 목소리가 커졌다. 변호인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지분 경매 관련 문서를 앞으로 밀었다. 그가 지금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문서에 적힌 일정과 권리 관계였다.민우는 그것을 밀쳐냈다.종이가 테이블 가장자리까지 밀려갔다. 민우는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잡았다. 유리벽 맞은편에서는 변호인이 자기 앞의 서류를 정돈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먼저 잘못됐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달라지지 않았다.“한소율 데려와. 내 눈앞에서 설명하라고 해. 내 회사로 돈 벌었으면서, 나를 여기 처박아놓고…….”“회사와 가정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섞으시면 대응할 수 없습니다.”그 말에 민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유리벽을 주먹으로 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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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한남동 테라스 빌라의 밤.소율은 창가에서 휴대폰 화면을 닫았다. 민우와 법인에 관한 연락을 확인하고 나니 목덜미가 굳어 있었다. 읽는 동안 자세를 고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어깨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도진이 테라스 소파를 가리켰다.“오늘은 여기 앉으시죠. 서류는 두고요.”소율은 휴대폰을 거실에 놓고 나왔다. 소파에 앉자 도진이 소량의 아로마 오일을 손에 덜었다. 그녀가 돌아앉고 옷깃을 정리하자 그의 손이 어깨에 닿았다.“많이 굳었어요?”“목 쪽이요. 화면 오래 보셨습니까?”“연락 온 것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계속 다른 걸 보게 되네요.”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움직였다. 소율은 눈을 감았다. 어떤 일이 끝났는지 설명하는 대신, 지금 어느 부분이 뻐근한지만 말해도 되는 시간이 좋았다.“여기 말고, 조금 아래요.”그가 손을 옮기자 소율의 숨이 길게 나왔다.“네. 거기.”도진은 그 말을 따라 압력을 조절했다. 그녀의 몸을 대신 판단하기보다 직접 말한 감각을 확인했다. 소율은 손가락을 무릎 위에 편 채 앉아 있었다.잠깐 뒤, 그녀가 낮게 말했다.“이제 돈이 들어왔는데도 자꾸 계산부터 하게 돼요. 다음에 또 뭐가 나올까, 누가 무슨 말을 할까.”도진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오늘 결정해야 할 게 남았습니까?”“당장 할 건 없어요.”“그럼 내일 생각하셔도 되겠네요.”“그게 잘 안 되네요.”소율이 웃자 도진도 웃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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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윤세라가 수감된 시설의 접견실.이번에는 지은이 혼자 왔다. 1억 5,000만 원 배상 판결 이후 세라가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연락한 뒤였다.세라는 수화기를 들자마자 말을 쏟아냈다.“변호사님, 제발 사모님께 전해주세요. 제가 갖고 있던 것까지 전부 내놓는 거라고요.”지은은 메모장을 펼쳤다.“먼저 자료가 무엇인지 설명하십시오.”“민우 씨가 저까지 버리고 도망가려고 했을 때 녹음한 거예요. 사채업자들하고 통화하면서 회사 지분을 담보로 넘기라고 했어요.”세라는 밖에 따로 보관해 둔 녹음 파일과 장부의 위치를 말했다. 자필 진술서도 함께 제출하겠다고 했다. 지은은 보관 장소와 전달받을 사람을 적었다. 주소를 다시 읽어주자 세라가 번지를 하나 고쳐 말했다.“지분은 얼마입니까?”“남아 있던 40%요. 자기 것이라고 하면서, 소율 씨 쪽 권리는 상관없다고 했어요. 서명 같은 것도 그냥 맞춰놓으라고…….”세라가 말을 멈췄다. 지은은 해당 대목을 다시 확인했다.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은 세라의 진술이라는 표시를 남겼다.“차명 계좌 장부도 같은 곳에 있습니까?”“네. 녹음하고 같이 보관했어요.”확인을 마친 지은이 펜을 놓자 세라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이 정도면 저한테도 도움이 되겠죠? 사모님이 조금은…….”지은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가 어떤 절차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자신이 보장할 수 없었다.“협조한 사실은 기록하겠습니다. 다만 한소율 씨가 배상 청구를 줄이거나 탄원서를 쓰겠다고 약속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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