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Chapter 91 - Chapter 100

130 Chapters

제91화

서울중앙지방법원 종합민원실.소율은 지은이 제출할 서류의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세라가 추가로 내놓은 녹음과 차명 지분 관련 계약서를 근거로, 민우가 담보 처분하려던 잔여 주식 40%를 지키기 위한 신청이었다.이미 경매가 시작된 지분을 뒤로 빼돌리려는 시도까지 막아야 했다. 소율은 접수된 서류의 번호를 메모했다.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인지 자신도 알아두고 싶었다.“이것까지 들어가면 경매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응. 임의로 다른 데 넘기거나 새로 담보를 잡는 일을 막으려는 거야. 법원에서 진행하는 매각 절차와는 구별해야 해.”지은이 설명했다. 소율은 민우 명의로 남은 400,000주라는 항목을 봤다. 작은 숫자로 적으면 40%였고, 주식 수로 적으면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저 지분 때문에 회사 이름을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하는 거겠지.”“네가 되찾은 권리와 앞으로 취득할 주식은 각각 끝까지 확인해야 해. 감정적으로는 끝났어도 서류는 남아 있으니까.”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가 숨겨놓은 것을 찾는 일만큼, 찾은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했다.신청으로부터 24시간 뒤 처분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결정문은 최민우 명의의 미우인터내셔널 주식 400,000주에 대한 임의 양도와 질권 설정 등 처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소율은 지은이 표시해준 부분을 읽었다. 임의 처분을 금지한다는 문장 옆에는 주식 수가 적혀 있었다. 지은이 다음 매각 일정을 짚어주자 소율은 서류를 넘겨 그 항목을 찾았다.***그날 밤, 루미너스 VIP 트레이닝 룸.소율은 매트에 앉아 다리를 편하게 놓았다. 법원과 사무실을 오가며 같은 서류를 여러 번 봤더니 목과 어깨가 뻐근했다. 도진이 곁에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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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서울중앙지방법원, 미우인터내셔널 주식 매각 기일.민우 명의로 남은 400,000주, 지분 40%의 현금화 절차가 진행됐다. 소율은 지은과 함께 앞자리에 앉았다. 가방에는 입찰에 필요한 자료가 준비돼 있었다.주변에서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헐값에 지분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매각 자료를 넘겨봤다. 소율은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어떤 권리와 의무를 함께 가져오는지 이미 확인한 뒤였다.매각은 50억 원에서 시작됐다.“52억.”다른 쪽에서 가격이 나왔다.“55억.”소율은 손에 든 번호표를 내려다봤다. 가격이 오를 때마다 따라가며 흥분하고 싶지는 않았다. 준비한 한도와 확보한 자금을 다시 떠올렸다.스위스에서 돌아온 100억 원은 부모님 채무를 정리하고도 중요한 자금 기반으로 남아 있었다. 타워 확장 투자 역시 약정과 실제 집행을 나눠 검토해둔 상태였다. 지은과 자금 사용을 확인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소율이 번호표를 들었다.“80억.”주변의 말소리가 줄었다. 앞서 가격을 부르던 사람이 소율을 돌아봤다. 그녀는 번호표를 내리고 정면을 봤다.금액을 다시 확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응찰이 있는지 묻는 동안 소율은 손가락을 펴서 무릎 위에 놓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러 번 계산한 액수였지만 입 밖으로 말하니 다시 무게가 느껴졌다.더 높은 가격은 나오지 않았다.소율은 방금 들었던 액수가 귀에 남아 번호표를 뒤집어 쥐었다. 지은이 옆에서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 누군가 말을 걸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이름을 대답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나와서, 그제야 숨을 들이마셨다. 놓칠까 봐 손안에서 번호표를 꺾어 쥐고 있었던 것을 알아차리고 힘을 풀었다.낙찰이 결정됐다. 소율은 바로 웃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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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청담동 도산대로변의 8층 신축 빌딩.소율의 독자 브랜드 ‘아틀리에 한소율’과 루미너스 웰니스·리햅 센터가 들어설 복합 플래그십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소율은 현장 도면을 들고 1층 로비에 섰다.현장 소장이 조명 상태를 설명했다.“1층부터 3층까지 살롱과 런웨이 쇼룸 세팅은 마쳤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소율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걸었다. 조명이 켜지자 도면에서 선으로만 보이던 공간이 깊이를 드러냈다. 그녀는 입구에서 한동안 멈춰 서서 안쪽을 봤다.“처음 들어오는 사람이 어디를 먼저 보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요.”소율이 말했다. 도진은 조금 뒤에서 그녀가 보는 방향을 살폈다. 소율은 한쪽으로 걸었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직원들이 뒤따르지 않고 기다려주자 그제야 실제로 혼자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살롱에서는 원단을 조명 아래에 펼쳤다. 화면 속 색과 공간 안에서 보이는 색은 달랐다. 소율은 원단을 옮겨가며 빛이 닿는 모습을 봤다.“이쪽은 얼굴을 너무 어둡게 보이게 하네요. 옷만 잘 보여서는 안 되니까 같이 봐주세요.”그녀가 요청하자 담당자가 표시를 남겼다. 소율은 확인한 부분에 사인을 하고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도진은 이동 동선에서 걸리는 곳을 짚었다. 소율이 미처 보지 못한 모서리와 대기 공간의 간격이었다. 둘은 의견이 다른 부분에서는 그 자리에서 다시 걸어봤다.“저는 여기가 더 넓어 보였으면 좋겠어요.”소율이 말했다.“실제로 지나가는 길은 이쪽이 편합니다.”도진의 답에 그녀가 도면을 내려다봤다. 한 번 더 걸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 좋은 것과 쓰기 좋은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놓칠 수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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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뉴욕 맨해튼 링컨 센터.벨포드 앤 로웰의 팝업 제안을 협의하는 일정과 함께, 소율은 애스터 피프스가 주관하는 패션위크 갈라 쇼에 참가했다. 각각 다른 유통사와 논의하는 일정이 한 출장에 모였다.백스테이지에는 모델과 드레서, 진행 스태프가 바쁘게 오갔다. 소율은 버건디 실크 수트 차림으로 의상 순서를 확인했다. ‘아틀리에 한소율’의 차기 F/W 꾸뛰르 컬렉션이었다.옷걸이에 걸려 있을 때와 사람이 입고 움직일 때는 달랐다. 소율은 모델에게 천천히 돌아달라고 요청하고 뒤쪽 자락을 확인했다.“어깨에 힘 빼주세요. 턱은 조금만 내려요. 지금 그대로 걸어볼게요.”모델이 한 번 걸어보자 뒤로 흐르는 드레스의 선이 길게 이어졌다. 소율은 돌아오는 자락을 받아 구김을 폈다. 드레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으로 비켜 다음 의상을 불렀다.도진은 모델들이 동작을 맞추는 쪽에서 소율의 신호를 기다렸다. 서로 말이 겹치지 않도록 필요한 순서를 정해두었다. 소율은 그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진행팀에 준비됐다고 알렸다.음악이 시작됐다. 첫 모델이 런웨이로 나갔다.모니터 속 조명 아래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율은 한동안 화면만 봤다. 천을 손으로 들고 있던 시간이 몸의 움직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현장에 모인 관객과 바이어 3,000여 명의 반응이 무대 뒤까지 전해졌다. 소율은 소리에 먼저 휩쓸리지 않고 다음 모델의 순서를 봤다. 아직 쇼는 진행 중이었다.마지막 의상이 나간 뒤에야 그녀는 도진을 돌아봤다.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손볼 곳이 없다는 신호였다.피날레를 알리는 소개에 소율이 런웨이로 걸어 나갔다. 조명이 눈앞을 환하게 비췄다. 그녀는 바닥에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관객 쪽을 봤다.박수가 들렸다. 플래시가 번쩍였다. 소율은 끝까지 걸은 뒤 멈춰 인사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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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맨해튼 호텔 스위트룸의 깊은 밤.창밖의 불빛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소율은 실크 가운을 여미고 소파에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종아리까지 묵직하게 당겼다. 낮에는 아픈 줄도 모르고 걸어 다녔다.도진이 로즈우드 오일을 손에 덜었다. 소율은 그가 다가오자 어깨를 조금 돌려 앉았다.“오늘은 다리가 더 힘드네요.”“많이 서 계셨습니다. 불편한 곳부터 말씀하세요.”그는 어깨와 등 주변을 가볍게 풀어준 뒤 종아리 쪽도 살폈다. 소율은 힘이 들어갈 때마다 숨을 내쉬었다. 도진의 손이 닿는 곳에서 나른한 온기가 번졌다.“무대에서는 피곤한 줄 몰랐어요. 뒤에 돌아오니까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더라고요.”“그래도 끝날 때까지 계속 움직이셨잖습니까.”“마지막까지 봐야 하니까요.”소율은 그 대답을 하고 웃었다. 도진도 같은 이유로 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로에게 쉬라고 말하면서도 제 일 앞에서는 자꾸 한 번만 더 보게 됐다.도진이 손에 남은 오일을 닦자 소율이 그의 손을 잡았다.“이제 됐어요. 도진 씨도 앉아요.”그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소율은 다리를 내려놓고 등을 기대었다. 멀리서 재즈 선율이 낮게 흘렀다. 큰 공연장과 호텔 방의 소리 차이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오늘 피날레 나갈 때 무슨 생각 했어요?”도진이 물었다. 소율은 잠깐 생각했다.“넘어지지 말자.”그가 웃자 그녀도 웃었다.“정말이에요. 여기까지 와서 넘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은 제가 대단한 생각을 한 줄 알겠지만.”“혹시 넘어지면 제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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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절차를 마친 뒤, 소율과 지은은 정산 자료를 확인하는 자리에 앉았다.테이블에는 민우가 3개 차명 법인에 숨겨둔 자산과 압류 부동산의 경매 배당금 50억 원 관련 서류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소율 명의를 도용한 채무에 관한 판결 자료가 따로 정리돼 있었다.담당자가 문서를 넘기며 설명했다.“최민우 씨가 명의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연대보증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된 채무는 총 48억 7,000만 원입니다.”소율은 그 금액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서명하지 않은 종이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긴 시간을 설명해야 했던 돈이었다.필적 감정과 거래 내역, 관련 형사 판결을 대조한 결과 해당 채무에 대한 소율의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지은은 문서에서 명의도용 채무의 범위와 지급·정산된 금액을 각각 확인했다.“여기. 네가 부담해야 할 잔여 채무는 0원이야.”지은이 해당 부분을 짚었다.소율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빚을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돈이 생긴 뒤에도 남아 있었다. 갚을 수 있는지와 갚아야 하는지는 다른 일이었다.“처음부터 내 빚이 아니었던 거네.”그녀가 낮게 말했다.“응. 그걸 확인받은 거야.”소율은 손으로 문서의 모서리를 눌렀다. 민우는 아내니까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무엇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때부터 그 말을 들었다. 이제는 종이 위에 다른 답이 남아 있었다.50억 원 배당금에 대해서도 소율에게 지급할 권리와 교부 절차가 정리됐다. 지은은 앞서 회수된 100억 원과 별도 항목으로 기록하고 정산 내용을 설명했다.소율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급하게 닦으려다가 지은이 건넨 수건을 받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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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오전 10시, 룩스그룹 아시아 헤드쿼터 50층 대회의실.프랑스 본사의 앙리 베르나르 회장과 유럽 3대 사모펀드, 월스트리트 투자사 관계자 등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아틀리에 한소율의 글로벌 사업 이사회와 프로젝트 투자 협의를 함께 진행하는 자리였다.소율은 버건디 실크 수트 차림으로 들어섰다. 도진이 곁에서 자료를 챙겼다. 그는 이제 루미너스 총괄 전무이사였지만, 두 사람은 각자 맡은 분야를 구분해 준비했다.단상에 선 소율은 불어와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화면에 ‘아틀리에 한소율 5개년 글로벌 로드맵’을 띄웠다.“옷과 공간을 함께 설계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그 둘을 따로 경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소율은 의상을 입는 동작과 센터 안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설명했다. 디자인의 의미만 이야기하지 않고 실제로 어떤 순서로 사업을 진행할지 보여주었다.30분 동안 발표가 이어졌다. 소율은 시장별 계획과 단계별 집행 내용을 짚고, 질문이 들어온 부분에서는 준비한 자료로 돌아갔다. 모르는 내용은 확인 후 답하겠다고 했다. 도진이 현장 운영과 관련된 질문을 맡았다.앙리 회장이 마지막 장을 본 뒤 고개를 들었다.“30년 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봤습니다. 한 디렉터는 무엇을 보여줄지뿐 아니라 무엇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지 알고 있군요.”소율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회장은 앞으로 일정이 커질수록 같은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물었다. 소율은 서둘러 모든 것을 혼자 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제가 판단할 부분과 팀에 맡길 부분을 나누겠습니다. 대신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남기겠습니다.”도진이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을 돌며 서로 의견이 달랐던 순간들이 그 대답에 들어 있었다.회의를 거쳐 소율은 아틀리에 한소율의 아시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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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역삼동의 지하 방음 스튜디오.구독자 100만 명의 영상 채널 ‘이슈 헌터’ 운영자 김진석은 카메라를 켜고 마이크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한소율 씨, 남편을 감옥에 넣고 회사를 통째로 가져갔다는 내부 제보입니다.”화면 아래에는 ‘한소율의 두 얼굴’이라는 붉은 자막이 떴다. 김진석은 조작된 녹음과 계약서 사본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이미 확정된 이혼과 권리 회복 과정은 빼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이어 붙였다.방송 10분 만에 동시 접속자가 5만 명을 넘었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믿기 어렵다는 말과 비난, 원본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한꺼번에 섞였다.김진석은 후원금 알림을 보고 입가를 올렸다. 최민우의 브로커에게 선금 5,000만 원을 받았고, 방송 후 같은 금액을 더 받기로 한 상태였다. 확인해야 할 내용보다 시청자가 더 붙는지가 중요했다.“여기 옥중 친필 호소문이 있습니다. 한소율 씨가 어떻게…….”문밖에서 큰 소리가 났다. 김진석이 고개를 돌렸다. 곧 수사관들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다.“김진석 씨, 경찰입니다. 체포영장 집행하겠습니다.”김진석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지금 방송 중인데 뭐 하는 겁니까!”수사관이 신원을 확인하고 영장과 집행 내용을 고지했다. 컴퓨터 쪽으로 손을 뻗던 김진석의 움직임이 제지됐다. 다른 수사관은 압수수색 대상 장비를 확인했다.“내 구독자 100만이야. 지금 5만 명이 보고 있다고!”김진석이 소리쳤다. 체포 과정의 일부는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채팅창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소율을 비난하던 글 사이로 무슨 일이냐는 말이 올라왔다.방송은 현장 통제 과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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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테헤란로 상공회의소 지하 2층 대회의실.‘미우인터내셔널 임시주주총회’ 현수막 아래 소율이 앉아 있었다. 민우가 디자인 권리와 횡령 자금을 관리하는 데 이용했던 법인이었다. 이제 그 회사의 주식은 소율에게 모두 넘어와 있었다.지은이 법인 자료와 의결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했다. 도진은 소율 곁에서 준비한 파일을 내려놓았다.회의실 문이 열리며 민우 측 이사 2명과 사채업자 측 대리인 김 변호사가 들어왔다. 김 변호사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항의했다.“최민우 대표 동의도 없이 해산을 논의하겠다는 겁니까?”지은이 주주 명부와 취득 자료를 내밀었다.“한소율 씨가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명의개서도 마쳤고요. 최민우 씨에게는 이 주식에 따른 의결권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김 변호사는 서류를 읽다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지은은 주총 소집 통지와 주주 명부를 나란히 폈다. 소율의 이름 옆에 적힌 보유 주식 수를 짚자 김 변호사의 시선도 그곳에서 멈췄다.소율은 잠깐 그들이 서류를 확인할 시간을 줬다. 그러고 나서 안건을 읽었다.“첫 번째 안건은 미우인터내셔널의 해산입니다. 이 법인을 지금 상태로 계속 운영하지 않겠습니다. 남은 자산과 채무는 청산 절차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소율은 단독 주주로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의결 내용이 기록됐다. 이름을 크게 외치거나 과거의 죄를 다시 선고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해야 할 결정은 분명했다.이어서 잔여 자산 12억 원과 피해자 변제 계획을 다뤘다. 민우가 지급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협력업체 피해를 정리하는 데 쓰일 돈이었다.“채권 확인과 우선순위에 따라 지급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해 주세요. 분쟁이 있는 부분은 필요한 공탁도 검토하고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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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청담동 룩스그룹 아시아 헤드쿼터 50층 그랜드 볼룸.아틀리에 한소율의 글로벌 사업 공식 출범 행사와 컬렉션 갈라가 열렸다. 120개국 관련 매체와 업계 인사들이 초청된 행사장에는 투자사 관계자와 패션계 인사 500여 명이 모였다.소율은 무대 아래에서 소개를 들었다. 버건디 실크 수트의 옷깃을 한 번 정리하고 도진을 봤다.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계단을 올라 단상에 섰다. 결혼 6주년에 받아든 100회 PT 회원권이 떠올랐다. 구겨진 봉투를 펴서 가방에 넣고, 처음 루미너스의 문을 밀었던 손이었다. 소율은 그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소율은 마이크 높이를 조정하고 정면을 봤다. 오늘은 그 시간을 길게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맡을지 보여주어야 했다.화면에 5개년 글로벌 사업 계획이 펼쳐졌다. 소율은 꾸뛰르 라인과 웰니스 공간, 시장별 진행 계획을 설명했다. 착용 시연 영상이 나오자 어깨와 허리의 봉제선을 짚었다. 팔을 올리기 전과 후, 원단이 당겨지는 위치가 화면에 표시됐다.도진은 관련 운영 계획을 함께 제시했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에도 다음 설명을 맞추는 짧은 신호가 오갔다. 사적인 마음이 일의 기준을 대신하지는 않았다.앙리 회장이 단상에 올라왔다. 그는 앞선 이사회에서 의결한 소율의 총괄 CEO 겸 의장 선임을 공식 발표하고, 2,000억 원 글로벌 프로젝트 펀딩의 집행 범위를 설명했다.소율은 앞서 의결한 내용과 최종 집행 계약서를 대조하고 서명했다. 지분에 관한 항목을 넘기자 프로젝트 자금의 지급 일정이 나왔다. 앙리 회장도 같은 쪽을 펴고 금액을 확인했다.박수가 나왔다. 소율은 서명한 펜을 내려놓고 객석을 봤다. 숫자의 규모보다, 자신이 이 자리에서 설명한 내용을 앞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단상을 내려온 뒤 도진이 가방을 건넸다. 소율은 웃으며 받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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