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 자세가 묘합니다: Chapter 61 - Chapter 70

130 Chapters

제61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루미너스 글로벌 메디컬 웰니스 타워 1호점 기공식장.행사장에 모인 취재진이 단상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버건디 수트를 입은 소율은 무대 아래에서 진행자의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총괄 CCO라는 직함 뒤에 제 이름이 이어졌다.소율은 계단을 올랐다. 무대에서 바라본 공사 예정 부지는 조감도와 달랐다. 아직 그곳에는 사람들이 생활할 방도, 옷을 갈아입을 공간도 없었다. 그림으로 설명해 온 일을 실제로 시작하는 자리였다.“저는 이곳을 멀리서 보기 좋은 건물로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소율은 준비한 원고에서 눈을 들었다.“매일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움직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어디에서 쉬고, 어떤 동작에서 불편해하는지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화면에 센터의 구성과 공간 계획이 나타났다. 소율은 자신이 맡은 브랜딩과 이용 동선을 설명했다. 마이크가 입에서 조금 멀어지자 직접 높이를 조정하고 말을 이었다.말을 마친 뒤 박수가 나왔다. 소율은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도 자꾸 빈 부지 쪽으로 시선이 갔다. 축하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여기까지 말한 내용을 실제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기념 촬영 때는 도진이 곁에 섰다. 카메라가 돌아오는 방향에 맞춰 잠깐 몸을 돌렸다. 도진은 촬영이 끝난 뒤 소율의 팔꿈치를 가볍게 받쳐 계단을 내려오게 했다.“구두 괜찮으십니까?”“네. 여기 바닥이 생각보다 고르지 않네요.”두 사람은 걸음을 늦췄다. 현장 가장자리에 멈춘 소율은 아직 비어 있는 땅을 한동안 봤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 사이에도 그녀의 눈은 출입구가 들어설 쪽에 머물렀다.“도면에서는 저쪽까지 금방이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꽤 멀어요.&rdquo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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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밤 11시, 청담동 루미너스 플래그십 3층 프라이빗 살롱.마네킹에 걸린 검은 벨벳 드레스가 앰버 조명을 받아 짙게 빛났다. 그 옆에는 턱시도용 원단과 가봉용 옷이 놓여 있었다. 파리 협업 쇼케이스의 입체 패턴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중이었다.소율은 도진의 등 뒤에 서서 줄자를 폈다. 그는 상의를 벗은 채 피팅 단상 위에 있었다. 예전에도 치수를 재본 몸이었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말한 뒤부터는 손을 대기 전 망설이는 시간이 늘었다.“팔 조금만 내려주세요.”도진이 지시대로 움직였다. 소율은 줄자가 꼬이지 않게 펴서 날개뼈 쪽에 댔다. 손끝에 닿는 살이 따뜻했다.상의를 벗은 등이 조명 아래 드러나 있었다. 소율의 줄자가 날개뼈를 넘어 옆구리로 내려가자 도진의 복근이 수축했다. 좋아한다고 말한 뒤라, 같은 손길이 일을 넘어 욕망으로 읽혔다. 소율의 가슴이 그의 등에 스쳤다. 그녀는 숫자를 적는 척하며 입술을 깨물었다.수치를 읽으려는데 도진의 등이 조금 굳었다.“숨 참지 말고 편하게 쉬세요.”“편하게 하려고는 합니다.”“하려고요?”“손이 자꾸 신경 쓰여서요.”소율은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방금 읽은 것이 맞는지 모르겠어서 한 번 더 줄자를 잡았다. 도진이 돌아보려 하자 그녀가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돌아보면 처음부터 다시 재야 해요.”그가 앞을 봤다. 거울 속에서는 이미 눈이 마주쳤다. 소율이 시선을 내리자 도진의 입가가 올라갔다.“웃지 마세요. 진짜로 다시 재고 있어요.”“알겠습니다.”대답은 진지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소율은 숫자를 적고 나서야 도진에게 가봉복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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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다음 날 오전 8시.증권가 사설 정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제목이 번졌다.[급성장한 웰니스 브랜드 대표 H씨, 정관계 스폰서 로비 의혹]사진에는 모자이크가 씌워져 있었다. 그러나 옷과 행사장, 직함까지 적혀 있어 소율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기사처럼 꾸민 글 아래에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인 양 덧붙어 있었다.소율은 루미너스 본사 48층 집무실에서 화면을 닫았다. 지은과 수사 담당자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어젯밤 보낸 발신 내역과 기존 수사 자료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배후가 누구야?”“최민우 쪽 브로커야. 지난주 접견 이후 움직인 돈이 있어. 3천만 원.”지은이 해당 항목을 짚었다.“기존 사건에서 확보한 계좌와 이번 글의 유포 경로를 대조했어. 시크릿라인 지시 내역도 수사 쪽에서 확인하고 있고.”소율은 자료를 받아 읽었다. 한 번 겪었다고 덜 모욕적인 것은 아니었다. 계약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 했던 설명과 수정이 몇 줄짜리 소문 안에서는 전부 다른 거래가 돼 있었다.“어제까지 같이 얘기한 사람들도 이걸 보겠네.”“그래서 회사 자금 자료와 네 개인 해명을 섞지 말아야 해. 의혹을 부정하는 자료를 내고, 범죄 부분은 수사로 넘기는 거야.”수사 담당자는 확인된 자료와 아직 확인 중인 내용을 나눠 설명했다. 30분 가까이 대조를 마친 뒤 소율은 펜을 내려놓았다.“고소 진행해줘.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할게.”지은이 소율의 얼굴을 봤다.“화를 내는 건 괜찮아. 그런데 저쪽이 써놓은 말을 네 입으로 전부 반복해주지는 마.”“알아. 내 일을 설명하러 나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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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파리 샤를 드골행 항공편.소율은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채웠다. 옆에 놓인 가방에는 쇼케이스 자료와 피팅 사진이 들어 있었다. 탑승하기 전까지 확인한 서류인데,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또 꺼내보고 싶어졌다.도진이 통로 건너에서 그녀를 봤다.“이륙하고 보시죠.”소율은 가방 손잡이를 놓았다. 창밖으로 활주로가 밀려났다. 몸이 좌석에 눌리는 동안 그녀는 팔걸이를 잡았다. 출국할 때마다 익숙해질 줄 알았지만, 떠나는 순간의 긴장은 늘 조금씩 달랐다.기체가 고도 3만 피트 상공에 오르고 안정된 뒤 조명이 낮아졌다. 소율은 좌석을 뒤로 눕혔다. 넓은 공간에 누워도 어깨는 저절로 편해지지 않았다. 어젯밤 자료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많이 뻐근하세요?”도진이 옆으로 다가왔다. 이동이 가능한 시간에 잠깐 그녀의 좌석 공간으로 들어와 자세를 살폈다.“14시간 동안 이러고 있으면 도착해서 목을 못 돌릴 것 같아요.”“한 자세로 버티지는 마십시오. 지금은 등받이에 기대세요.”그가 쿠션 위치를 바꾸고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퍼스트클래스의 칸막이 안에서 두 사람의 무릎이 맞닿았다. 도진의 손이 블라우스 깃 사이로 쇄골을 누르자 소율의 숨이 짧아졌다. 좁은 공간의 밀폐감이 손길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소율은 팔걸이를 쥔 채 다리를 모았다. 모은 무릎 사이로 열이 고였다. 소율은 시키는 대로 몸을 맡겼다. 목덜미를 누르던 힘이 조금 빠지자 자신이 이를 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자료를 안 보고 있는데도 왜 긴장할까요.”“머릿속으로 보고 계신 것 아닙니까?”소율이 웃었다. 정확했다. 화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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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파리 방돔 광장, 오뜨 꾸뛰르 협회 공식 팰리스 쇼룸.황금빛 샹들리에 아래 유럽 패션계 관계자와 명품 그룹 인사 200여 명이 모였다. 소율은 검은 벨벳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드레스의 어깨선을 손끝으로 한 번 만졌다. 살롱에서 원단을 펼쳐 보던 옷이 이제 제 몸 위에 있었다. 도진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손을 거두는 것을 보고 물었다.“불편합니까?”“아뇨. 만들어놓고도 제가 입으니까 다시 보게 되네요.”“팔 움직임은 괜찮고요?”소율은 팔을 들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웃었다. 둘 다 마지막까지 같은 곳을 확인하고 있었다.진행자의 소개가 끝나자 소율은 단상으로 걸어 나갔다. 스크린에는 루미너스 꾸뛰르 컬렉션이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부터 설명했다.“입체적인 선을 잡으면서도, 움직일 공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몸을 돌려 옆선을 보여주었다. 원단의 무게 때문에 생기는 주름과 의도해서 만든 선은 달랐다. 소율은 그것을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직접 옷을 만져 보여주었다.객석 앞줄에서 질문이 나왔다. 운동복에서 출발한 디자이너가 왜 꾸뛰르에 이르렀느냐는 물음이었다.“옷을 바꾸어 입어도 같은 사람이 입습니다. 운동할 때 편했던 사람이 저녁에는 숨을 참아야 하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소율은 답을 마친 뒤 도진을 봤다. 그가 시연 순서에 맞춰 움직였다. 옷의 선은 서 있을 때와 걸을 때 달라졌지만, 어느 쪽도 숨길 필요가 없었다.발표가 끝난 뒤 관계자들이 가까이 와 원단과 재단을 살폈다. 소율은 질문하는 사람에게 등을 돌려 옷의 뒷부분을 보여주었다. 다른 때였다면 노출된 어깨를 먼저 의식했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이 잡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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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자정 무렵의 파리.소율과 도진은 행사 때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캐시미어 코트를 걸쳤다. 호텔을 나설 때 소율은 구두 대신 걷기 편한 신발을 골랐다. 도진은 그걸 보고 말없이 웃었다.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하는 동안 둘은 낮의 행사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소율은 길가에 불이 켜진 창을 보고, 도진은 그녀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늦췄다.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계단에 서자 도시의 불빛이 시야 아래로 펼쳐졌다. 소율은 난간 가까이 다가갔다. 발끝으로만 조금 몸을 세웠다가 도진이 곁에 서자 편하게 내려왔다.“사진보다 훨씬 넓네요.”“어느 쪽을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소율이 그를 돌아봤다. 그는 풍경이 아니라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소율이 먼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여기까지 와서 제 얼굴만 보시면 어떡해요.”도진은 그제야 도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율은 팔을 놓지 않았다. 바람이 코트 깃 사이로 들어오자 그는 그녀 가까이 붙어 섰다.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카메라 플래시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소율은 깊게 숨을 마셨다. 여기서는 누군가에게 인사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도진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율 씨.”돌아보자 그의 손에 짙은 네이비색 벨벳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소율은 그 작은 상자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뚜껑이 열렸다. 오벌 컷 사파이어 반지가 빛을 받았다. 검푸르게 보이던 돌이 각도에 따라 맑은 푸른색으로 달라졌다.“이건…….”“드리고 싶었습니다.”도진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그는 설명을 하려다가 잠깐 말을 멈췄다. 수많은 사람 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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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방돔 광장의 호텔 스위트룸.도진은 소율을 안은 채 침대 가까이 걸어갔다. 문이 닫힌 뒤에는 둘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소율은 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조금 풀었다. 코트 안에서 사파이어 반지가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도진이 그녀를 침대 끝에 내려놓았다. 소율의 발이 바닥에 닿자 그가 한쪽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코트 깃에 묻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걷어주었다. 손끝이 귓불을 스치자 소율의 허리가 움찔했다.“불편한 데는 없습니까?”소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손은 여전히 옷깃을 붙잡고 있었다. 도진이 그 손을 보자 더 숨기고 싶어졌다. 잡고 있는 이유가 두려움인지 욕망인지, 스스로도 나뉘어 있었다.“제가 너무 긴장하죠.”“저도 그렇습니다.”그녀가 믿기지 않는 듯 웃었다. 도진은 말을 덧붙이지 않고 소율의 손을 제 가슴에 가져다 댔다. 셔츠 아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소율의 손바닥이 조금 더 펼쳐졌다. 뛰는 심장 아래 단단한 근육이 손금을 눌렀다.그가 소매를 걷다가 단추를 놓쳤다. 소율이 손을 내밀어 풀어주자 도진이 낮게 고맙다고 했다. 그 사소한 실수가 마음을 조금 놓이게 했다. 완벽한 남자가 아니라, 지금 이 방에서 같이 서툰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었다.낮에 사람들 앞에 설 때와 다른 두려움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 드러날까 봐 망설여졌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몸이 먼저 굳었다.도진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눈을 감자 눈꺼풀과 뺨을 지나 입술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소율은 그의 어깨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입술이 열리며 혀가 깊게 들어왔다. 정원에서 나눈 키스보다 느리고, 더 젖어 있었다. 소율의 신음이 그의 혀 위로 흘렀다.짧은 입맞춤이 끝난 뒤 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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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스위트룸 킹사이즈 침대 위, 실크 시트 위로 두 사람의 뜨거운 그림자가 얽혀들었다.도진의 단단한 흉곽과 조각 같은 근육이 소율의 유려한 몸선 위로 묵직하게 겹쳐졌다. 완전히 벗은 몸이 처음으로 빈틈없이 맞닿았다. 그의 가슴털이 소율의 유두를 스칠 때마다 허리가 작게 움직였다.남자의 거친 숨결과 짙은 체열이 소율의 귓가와 목덜미를 뜨겁게 적셔 내렸다. 도진의 것이 허벅지 사이에 놓인 채  입구를 스쳤다. 아직 넣지 않았는데도 소율의 안이 스스로 열리며 물기가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소율은 도진의 어깨를 잡은 채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그가 가까이 있을수록 오히려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 있었다. 괜찮다는 대답만 반복하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전 스스로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이번에는 숨기지 않으려 했다.“도진 씨.”그가 얼굴을 들었다. 끝이 소율의 입구에 닿은 채로 멈췄다.“조금 천천히요.”도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그녀의 손이 놓이지 않은 것을 보고 멀리 물러서지 않았다. 소율은 숨을 고르며 그의 눈을 마주했다. 기다린다는 눈이 오히려 소율의 안을 더 조였다.“좋아서 더 떨려요. 우습죠.”소율이 웃으려 하자 도진이 뺨을 감쌌다.“안 우습습니다. 저도 그러니까.”“도진 씨는 늘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어요.”“소율 씨 앞에서 그런 적 별로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의 목소리가 잠겼다. 소율은 웃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평소 차분하던 얼굴에 남은 망설임이 저를 닮아 있었다. 소율은 다리를 더 열어 그의 허리를 감쌌다. 발뒤꿈치가 그의 둔근에 닿았다.그녀가 먼저 고개를 기울였다. 도진도 더 숨기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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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아침 햇빛이 호텔 객실 커튼 사이로 들어왔다.소율은 눈을 뜨고도 잠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베개와 이불, 창가 쪽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제야 밤의 기억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허벅지 안쪽의 뻐근함, 가슴에 남은 옅은 자국, 다리 사이에 마른 열. 이불 속에서 자신의 몸이 전날과 다르게 느껴졌다.도진이 가운 차림으로 다가왔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걸음을 늦추고 침대 곁에 앉았다. 가운 사이로 가슴골이 보였다. 소율은 그곳을 보다가 이불깃을 만졌다.“잘 잤어요?”소율이 먼저 물었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미간을 지나 눈꺼풀에 닿았다. 햇빛 아래의 입맞춤은 밤보다 더 적나라했다.“소율 씨는요?”“네. 조금 더 자고 싶을 만큼.”도진이 웃었다. 소율은 그의 얼굴을 잠깐 보다가 이불을 턱 가까이 당겼다. 밤에는 할 수 있었던 말이 햇빛 아래에서는 더 부끄러웠다. 이불 안에서 유두가 시트에 스쳤다. 그 작은 자극에 어젯밤의 리듬이 떠올라 소율의 귀가 붉어졌다.“뭘 그렇게 봐요.”“밤에는 잘 못 봤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웃으시는 모습은.”소율은 이불을 조금 더 당겼다. 도진이 웃고 물러나려 하자 손목을 잡았다. 잡아 당긴 손이 그를 침대 위로 끌어내렸다. 가운이 벌어지며 맨가슴이 이불 위로 스쳤다.“말은 꼭…….”끝맺지 못한 말 위로 입술이 닿았다. 짧게 끝내려던 입맞춤이 길어지자 소율의 이불이 내려갔다. 가슴이 드러났다. 도진의 시선이 그 위에 머물자 소율이 먼저 웃으며 그의 가슴을 밀었다. 밀면서도 손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도진도 웃고서야 이마를 떼었다. 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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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소율은 검은 캐시미어 코트 자락을 정리하고 게이트를 나섰다. 파리에서 체결한 1,000억 원 규모의 계약 관련 취재 요청이 이어졌지만, 공식 답변은 회사에서 정리해 전달하기로 했다.도진이 가방을 들고 곁에서 걸었다. 소율은 선글라스 너머로 출구 쪽을 한 번 살폈다. 지은에게 들었던 말 때문에 평범하게 서 있는 사람까지 눈에 들어왔다.“앞을 보세요. 제가 옆에 있습니다.”도진이 낮게 말했다. 소율은 그에게 손을 뻗으려다 잠깐 멈췄다. 그가 알아차리고 그녀를 봤다. 소율은 결국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일부러 과시할 필요도 없었지만, 잘못한 사람처럼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지은과 연락한 동선을 따라 지하 주차장 C구역으로 내려갔다. 소율은 가방 손잡이를 잡고 주변을 봤다. SUV와 기둥 사이에서 반짝임이 스쳤다.카메라를 든 남자가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카메라를 감추고 비상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도진이 소율에게 짧게 말했다.“여기 계세요.”그가 남자의 진행 방향을 막았다. 남자가 어깨로 밀치며 지나가려 하자 도진은 팔을 붙잡고 움직임을 제어했다. 카메라 가방이 바닥에 부딪쳤다.“손 놔! 그냥 사진 찍은 거야!”“멈추십시오.”도진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남자가 다시 팔을 휘두르자 곁에 잠복해 있던 공항경찰대 수사관들이 나왔다. 경찰이 두 사람을 분리하고 남자를 제지했다.소율은 차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봤다. 손에 쥔 가방 손잡이가 미끄러웠다. 지은이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괜찮아?”“응. 도진 씨는?”“경찰이 보고 있어. 너는 여기서 있었던 일만 차례대로 말해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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