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천자문, 머슴을 길들이는 법육체의 굳게 닫힌 빗장이 거구의 아귀힘에 의해 박살 나며 열리니, 단단하게 썩어가던 정신의 숨통도 함께 쩍, 하고 찢어지며 열렸다. 가장 원초적인 살의 부대낌으로 대지의 섭리를 뼈저리게 깨달은 두 남녀에게, 이제 이 시뻘건 융합을 더욱 끈적하게 묶어둘 새로운 권력의 언어가 필요했다. 돌쇠가 자신의 굵직한 뿌리와 더운 땀으로 그녀에게 흙바닥의 날것 같은 진리를 쑤셔 박아 주었다면, 이제 그녀가 사대부의 견고한 무기인 문명의 언어를 그 거친 사내의 시커먼 머릿속으로 은밀하게 들이밀어 지배할 차례였다.정씨 부인은 서늘한 자개 문갑을 열어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묵은 책 한 권을 꺼냈다. 천자문. 죽은 지아비가 손때를 묻히다 버려두어 퀴퀴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책이었다. 그녀는 하얀 손끝으로 먼지를 훔쳐내고 천천히 낡은 책장을 넘겼다.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종이 위에 죽어 말라붙어 있던 검은 먹물 자국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살아서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저 양반들이 허울을 뽐내기 위한 공허하고 메마른 지식의 껍데기에 불과했던 그 글자들이, 이제는 어젯밤 헐떡이던 돌쇠의 거친 근육의 굴곡과, 질척이는 대지의 숨결로 흔적도 없이 뒤바뀌어 시야를 강타했다. 그녀의 번들거리는 눈동자 속에서, 하늘은 자신을 짓누르며 덮쳐오던 돌쇠의 막막하고 너른 가슴이었고, 땅은 수컷의 씨앗을 남김없이 빨아당기던 자신의 펄떡이는 붉은 심연이었다. 검을 현은 서로의 뼈를 으깨던 칠흑 같은 헛간의 어둠이었으며, 누를 황은 땀과 진액이 엉겨 붙어 뒹굴던 비릿한 진흙 바닥이었다."가르쳐 주마." 그녀는 낡은 책장을 쓸어내리며 뱀처럼 끈적하게 중얼거렸다. 시체처럼 건조했던 그녀의 눈동자가 이제는 포식자의 맹렬한 열정으로 반짝였다. "네놈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