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죽은 자의 기억 vs 살아있는 결핍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의지를 총동원하여 죽은 남편의 희미한 유령을 머릿속으로 불러내려 애썼다. 그의 단정한 이목구비, 책을 읽던 건조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생전에 보여주었던 그 점잖고도 생기 없는 미소까지. 유교적 법도라는 차가운 이치는 그녀에게 마땅히 죽은 지아비를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비탄에 잠겨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것이 열녀가 따라야 할 길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살갗은, 그 붉고 뜨거운 피는 끔찍할 정도로 정직했다.기억 속의 남편은 너무나도 가볍고 희미하며, 철저하게 죽어있는 허상의 덩어리였다. 그의 살결은 평생 읽어대던 오래된 서책의 종잇장처럼 얇고 바스락거렸으며, 그의 손길은 봄바람처럼 아무런 아귀힘도 없었다.살아생전에도 그는 그녀의 깊은 곳을, 그 어둡고 원초적인 생명의 근원을 단 한 번도 진정으로 건드리지 못했다. 그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의무적인 합방, 예의를 갖춘 점잖은 교접, 씨를 뿌리기 위한 기계적이고 건조한 행위만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밤에는 짐승의 짙은 체취 대신 차가운 묵(墨) 냄새가 났고, 살이 엉겨 붙는 질척이는 마찰음 대신 죽은 듯한 침묵만이 흘렀었다.지금 이 순간, 억눌린 불길로 타오르는 자궁이 원하는 것은 그런 점잖은 교접이나 창백한 선비의 메마른 몸뚱이가 아니었다. 그녀가 미치도록 원하는 것은 무거운 압박감이었다.자신을 위에서 짓누르고 숨통을 조여오며, 연약한 뼈마디가 속절없이 허물어지도록 꽉 들어차는 수컷의 압도적인 무게감. 그것은 비릿하고 축축한 흙내음이 나고, 거칠고 투박하며, 펄펄 끓는 체열을 머금은 채 자아를 으깨버리는 단단한 바위 같은 실체여야 했다.그녀의 몸은 고상한 정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묵직하고 거친 살덩어리 그 자체를 굶주린 듯 갈구하고 있었다.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베개를 적셨다. 그것은 죽은 지아비를 향한 애도의 눈물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짐승이 겪어야 하는 육신의 지옥,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는 꽃의 절망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