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꽉 막힌 태산: 부재가 키운 허기그날 사랑채의 발각 이후, 만동 김씨 종택의 공기는 동토처럼 얼어붙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겁고 차가운 철창이 집안 곳곳에 세워졌다. 시어머니의 서늘한 시선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되어, 집안의 구석구석을 질식할 듯 촘촘하게 휘감아 옭아맸다. 안채의 마루, 아궁이가 있는 부엌, 냄새나는 헛간, 심지어 은밀한 뒷간까지, 그녀의 엄하고 매서운 눈초리가 파고들지 않는 틈새는 단 한 뼘도 존재하지 않았다.돌쇠는 철저하게 안채 출입이 금지되었다. 그는 새벽이 밝기도 전부터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종택에서 가장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험한 산비탈 밭으로 유배되듯 쫓겨났다. 목을 축일 물과 거친 밥조차 늙은 부엌 어멈이 문간방으로 몰래 날라다 주었을 뿐, 안채 근처에는 그림자조차 드리울 수 없도록 발길이 철저히 끊겼다. 사내와 여인의 피 마르는 생이별이자 철저한 격리였다.정씨 부인 역시 자신의 방 안에 갇힌 채 유폐되었다. 시어머니는 환기를 핑계 삼아 정씨 부인의 방문 바로 앞 툇마루를 차지하고 앉아,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거나 불경을 소리 내어 읽어댔다. 며느리의 숨통을 쥐고 있는 시커먼 그림자였다."아가, 방문을 반쯤 열어두어라. 방 안의 공기가 무덤처럼 탁하고 음습하구나."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하나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감시하기 위한 지독한 덫이었다.살을 부비던 온기가 흔적도 없이 끊어지자, 정씨 부인은 명치끝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돌쇠와의 숨 막히는 결합을 통해 거세게 트였던 생명의 기혈이, 시어머니라는 태산 같은 바위에 짓눌려 피를 말리는 독처럼 서서히 말라 비틀어지고 있었다. 가녀린 늑골이 안쪽에서부터 오그라들며 목구멍을 지독하게 옥죄어 왔다.그녀는 열린 문틈 너머, 텅 빈 마
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