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슬 퍼런 족쇄의 등장두 사람은 옷매무새를 서둘러 추슬렀다. 사랑방 안은 그야말로 치열한 사냥터의 난장판이었다. 바닥에 쏟아진 책들, 엎어져 사방에 시커먼 먹물을 흘린 벼루, 구겨지고 찢어진 화선지 뭉치들. 그 처참한 파괴의 현장은 방금 전 두 사람의 정사가 얼마나 맹렬했는지를 증명하는 훈장이었다.정씨 부인은 입가에 음란하고 묘한 만족감을 흘리며 서책들을 발로 툭툭 밀어 모았다. 바닥에 나뒹구는 그 종이 더미들은 더 이상 양반가의 신성한 경전이 아니었다. 살이 질척하게 얽힌 정사를 받쳐주던 낡은 깔개에 불과했다.그때였다.사랑채의 굳게 닫힌 마루 밖, 마당 쪽에서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기척이 느껴졌다.저벅, 저벅.비단신이 마른 흙바닥을 내딛는 날카로운 소리. 아주 느리고, 무거우며, 독사처럼 의심이 가득 서린 발걸음.시어머니였다.청상과부 며느리의 꼿꼿한 열녀문 건립을 기원하기 위해, 수십 일간 산사에 칩거하며 불공을 드리던 시어머니였다. 부처 앞에 엎드려 있어야 할 그 매서운 노파가, 마치 제 종택의 사랑채에서 피어오르는 부정한 냄새를 감지하기라도 한 듯, 아무런 기별도 없이 벼락처럼 들이닥친 것이다."아가, 그 안에 있느냐. 대낮에 어찌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시어머니의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얇은 창호지 문을 시퍼르게 뚫고 들어왔다. 사랑채 안을 달구던 열기가, 그 목소리 한 번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바닥에 쏟아진 짙은 먹물 냄새와, 아직 마르지도 않은 두 남녀의 질척이는 진액 냄새가 끈적하게 뒤섞인 이 방의 타락한 공기를 저 노파의 코끝이 단 한 모금이라도 맡는 날엔 파멸이었다.정씨 부인은 숨을 멈추고 곁에 선 돌쇠와 눈이 날카롭게 얽혔다. 돌쇠의 시커먼 동공이 순식간에 매섭게 돌변했다. 주인에게 혼나는 머슴의 공포가 아니었다. 제 구역을 침범당한 자가 적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직전, 털을 곤두세우고 노려볼 때의 흉포한 눈빛이었다.그의 육중한 양 주먹에 우드득, 하고 뼈마디가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