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두려움과 반격: 푸른 수풀을 향한 맹세윤씨 부인은 독초 같은 말만 남겨둔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상하게 치맛자락을 여미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정씨 부인은 화문석 위에 꼿꼿이 앉아 있었으나, 뱃속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윤씨 부인의 입을 막지 못한다면 자신과 돌쇠의 목숨은 물론, 가문 전체가 풍비박산 나는 참극이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쳐올 터였다.정씨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무릎 위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며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았다. 두려움에 짓눌려 저 여인에게 목줄을 잡힌 채 끌려다닌다면 평생 노예처럼 휘둘리다 끝내 파멸하고 말 것이다. 이 숨 막히는 덫에서 살아남으려면, 윤씨 부인이 진정으로 굶주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역으로 그녀의 약점을 쥐어야만 했다.'내가 판자벽 너머에서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제 몸을 더 달아오르게 했다 하였지.'지난겨울 이후 수개월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윤씨 부인이, 하필 오늘에서야 그 속내를 드러낸 까닭은 분명했다. 방금 전 모래판 위에서 거친 땀을 쏟아내며 상대를 메다꽂던 돌쇠의 묵직한 체구와 사내다운 기백을 눈으로 보고, 억눌러왔던 그녀의 음심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기 때문이었다. 윤씨 부인이 들이민 협박의 본질이 도덕적 단죄가 아니라, 타인의 은밀한 교합을 훔쳐보며 제 갈증을 채우려는 비틀린 욕망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창백하게 질려 있던 정씨 부인의 입가에 서늘하고도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저 굶주린 여인의 눈앞에서, 사방이 막히지 않은 강가 푸른 수풀 한가운데 누워 보란 듯이 돌쇠를 품는다.'귓가를 울리는 심장 박동이 다시금 거세게 요동쳤다. 멸문지화의 공포가 쓸고 지나간 아랫배 깊은 곳으로, 누군가 숨어서 지켜보는 시선 아래 사내와 몸을 섞는다는 아찔한 배덕감이 불길처럼 치밀어 올랐다
Huling Na-update : 2026-10-2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