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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열녀, 상복을 찢다: Kabanata 201 - Kabanata 210

216 Kabanata

제24부: 반란 7

7. 위선에 대한 모독과 어둠의 폭발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열기가 마침내 벼랑 끝에 다다르자, 정씨 부인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말들은 사대부가의 고상한 허울을 산산조각 내는 선언이었다."돌쇠야... 네 단단하고 뜨거운 기둥이 내 속을 남김없이 태우는구나!"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그래, 그렇게! 내 깊은 곳을 거침없이 채워다오! 나는 이 집안의 죽은 마님이 아니다. 네 품에서 숨 쉬는 네 여인이다! 네 뜨거운 생명을 내 안에 가득 부어다오!"그녀의 목소리는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녀는 창호지 위의 검은 그림자를 똑바로 노려보며 마지막 조롱의 쐐기를 박았다."어머님은 평생 모르시겠지요! 사내의 품이 주는 이 뜨거운 살맛을... 평생 차가운 위패와 빈 현판만 끌어안고 스스로를 말려 죽이셨으니! 당신이 만든 가짜 열녀는 이미 죽었습니다! 여기에는 사내의 더운 숨결을 갈구하며 살아 숨 쉬는 여인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돌쇠 역시 그 뜨거운 기운에 휩싸여 굵은 목울대를 울렸다."마님... 마님은 소인의 여인이십니다요... 소인이 목숨 바쳐 품을 소인의 여인이십니다요!"그는 정씨 부인의 상체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으며 더욱 세차게 허리를 몰아쳤다. 사내의 불덩이 같은 열기가 그녀의 가장 깊은 속살을 빈틈없이 메우며 촛농처럼 녹여냈다. 종택을 짓누르던 창백한 위선은 두 남녀가 뿜어내는 짙은 살내음 아래 까맣게 타들어 가 한 줌의 재가 되었다.치밀어 오르는 쾌락이 마침내 한계를 넘어섰다.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아찔한 전율이 정씨 부인의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까지 치솟으며 머릿속을 새하얗게 태워버렸다. 이성의 모든 끈이 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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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부: 반란 8

8. 패배한 그림자의 퇴장, 탈출의 새벽두 사람이 절정에 다다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순간까지도, 창호지 문밖의 그림자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방 안에서 터져 나오는 그 생생한 생명의 소리를 고스란히 귓속에 담아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무거운 정적 속에서, 정씨 부인은 땀에 젖은 몸으로 창호지 문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오랜 사슬을 끊어낸 승리자의 것이었다.'똑똑히 들었느냐. 그리고 보았느냐. 이것이 더운 피가 도는 산 사람의 몸부림이다. 네가 대문 밖에 내건 나무 현판 따위는 결코 산 사람을 가두지 못한다.'잠시 후, 창호지 위의 검은 그림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스르르...마루를 밟는 발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림자가 조용히 옆으로 물러나며 어둠 속으로 스러졌다. 방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열기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질 쳐 물러난 것이다. 며느리의 반란을 코앞에서 확인하고도 가문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입을 틀어막아야만 하는, 철저히 무너진 패배자의 퇴장이었다.돌쇠는 정씨 부인의 등 뒤에서 그녀의 땀 젖은 몸을 두 팔로 깊숙이 감싸 안았다. 사내의 세차게 뛰는 심장 박동이 그녀의 등판에 고스란히 전해졌다."물러갔습니다요..."돌쇠가 그녀의 어깨에 턱을 괴며 나직이 속삭였다."그래... 끝내 문고리도 잡지 못하고 물러갔구나."정씨 부인이 긴 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서늘하고도 후련한 해방감이 배어 있었다.두 사람은 긴장이 풀린 다리로 비단 요 위에 나란히 주저앉았다. 서로의 땀과 뜨거운 진액으로 흠뻑 젖은 채였다. 정씨 부인은 돌쇠의 넓은 가슴팍에 등을 기대어 안긴 채, 그림자가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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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1

1. 잿빛 껍질 속의 고백: 핏빛 얽힘의 내력날이 밝았다.간밤 현판식 뒤풀이로 문중의 일가친척과 관아 아전들이 행랑채와 사랑채 마당에서 밤늦도록 술판을 벌인 탓에, 두 사람은 미처 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을 맞이해야 했다. 지난밤 안방을 뜨겁게 달구던 정염은 아침 햇살 아래 아스라이 흩어지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대문 밖에 우뚝 솟은 열녀문의 차디찬 그림자였다. 붉은 단청을 칠한 나무 기둥과 푸른 기와지붕. 그것은 더운 피가 도는 여인을 산 채로 가두기 위해 세워진 화려한 감옥이었다.아침 햇살이 창호지로 길게 스며들 무렵, 시어머니가 정씨 부인을 불렀다.장소는 안채가 아닌 사랑채였다. 가문의 족보와 고서들이 보관된 곳이자, 죽은 조상들의 싸늘한 혼령이 머무는 그 엄숙한 공간으로 며느리를 부른 것이다.정씨 부인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갈히 다듬고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묵은 종이 냄새와 건조한 먼지 냄새가 고여 있었다. 생기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묵향이었다.시어머니는 윗목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노파의 얼굴에는 어젯밤 며느리의 방문 밖에서 겪은 수모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고, 표정은 서릿발처럼 차갑고 고요했다."앉거라."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물기 하나 없이 건조했다. 정씨 부인은 소리 없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 여인 사이에 놓인 서안 위에는 가문의 족보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너는 이제 온 고을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이 가문의 열녀가 되었다."정씨 부인은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열녀라니. 내 아랫배 깊은 곳에 스민 사내의 뜨거운 진액과 살갗에 배어든 더운 땀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시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나직이 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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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2

2. 저울질: 위선의 안방인가, 거친 밤길인가정씨 부인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안방으로 돌아왔다. 명치끝이 돌덩이에 눌린 듯 꽉 막혀왔다.시어머니는 진정 무서운 존재였다. 자신의 들끓던 본능마저 가문의 대를 잇는 도구로 이용한 뒤, 스스로의 감정을 거세하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켜 평생을 버텨온 노파였다. 열녀문 때문에 관아에 고발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건만, 노파는 아예 집안 안에서 소리 없이 돌쇠의 목숨을 끊어버리겠다는 더 끔찍한 칼을 쥐고 있었다.정씨 부인은 깊은 혼란에 휩싸였다.시어머니가 걸어온 삶이 소름 끼치도록 비참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독한 생명력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속내를 지우고 끓는 피를 말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종택의 안주인으로 군림하는 길.노파의 말처럼 더운 피도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돌쇠를 향한 이 타들어 가는 갈증도 나이가 들면 옅어질지 모른다. 그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친 죄인이라는 굴레와 기약 없는 유랑의 고단함인가, 아니면 가문의 비밀을 쥔 채 비단옷을 입고 누리는 안방마님의 평온한 위세인가.그녀는 문갑 위에 놓인 차가운 은장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나도... 어머님처럼 굳어갈 수 있을까. 이 끓어오르는 피를 식히고, 그 사내의 뜨거운 체온을 잊은 채 평생을 마르고 차갑게 버텨낼 수 있을까.'차가운 이해타산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돌쇠를 멀리 떠나보내고 이 방에 남는 것이 두 사람의 목숨을 가장 안전하게 부지하는 길일지도 몰랐다. 돌쇠와 함께 나아갈 길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친 가시밭길이었으나, 시어머니가 내민 길은 비록 고독할지언정 평탄한 비단길이었다.하지만 바로 그때, 옷깃 사이로 스며 올라오는 낯익은 냄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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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3

3. 어둠 속의 거래: 그림자의 겁박밤이 깊었다. 그믐을 앞둔 조각달마저 먹구름에 가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정씨 부인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안채 마당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발기척을 예민하게 잡아냈다.저벅... 저벅...조심스럽고도 일정한 걸음걸이. 시어머니였다.정씨 부인은 숨소리를 죽이고 창호지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노파가 밤이슬을 가리는 짙은 잿빛 두루마기를 걸친 채 중문을 지나 행랑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돌쇠의 거처가 있는 방향이었다.불길한 예감이 정씨 부인의 등골을 스쳤다. 그녀는 소리 없이 방문을 열고 툇마루로 내려섰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마른신을 가볍게 꿰어 신고, 어둠을 방패 삼아 노파의 뒤를 밟았다.행랑채 구석에 자리한 돌쇠의 방은 등잔불이 꺼져 있었다. 시어머니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닫힌 방문 앞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깨어 있느냐."방 안에서 이부자리가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문이 열리고 돌쇠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을 설치고 있었는지 낡은 삼베 바지 위에 적삼만 걸친 차림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사내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가슴팍이 묵직하게 드러났다."큰마님...""긴말하지 않겠다."시어머니가 품속에서 묵직한 엽전 꾸러미 하나를 꺼내어 돌쇠의 발치 흙바닥에 내던졌다.짤랑.무거운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이 길로 떠나라. 날이 밝기 전에 이 고을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어라."돌쇠는 발밑에 떨어진 엽전 꾸러미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요.""네놈이 감히 주인집 마님의 몸을 더럽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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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4

4. 마지막 얽힘: 죽음 앞에서의 애원시어머니의 발소리가 안채 중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자, 정씨 부인은 담장 그늘에서 걸어 나왔다. 돌쇠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문 앞에 우뚝 서 있었다."돌쇠야."정씨 부인이 나직이 불렀다. 돌쇠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마주친 정씨 부인의 눈망울에는 눈물 대신 깊은 결기가 서려 있었다. 절망의 끝에서 피워 올린 불씨이자, 기어이 살아 숨 쉬고자 하는 여인의 단호한 빛이었다."마님...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다 들으셨습니까요.""그래, 다 들었다. 그래서 온 것이다."그녀는 성큼 다가가 사내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떠나지 마라. 아니... 결코 너 혼자서는 가지 마라."그녀가 사내의 목덜미에 더운 숨을 토해내며 속삭였다."네 체온이 없는 세상에서 나는 단 하루도 숨을 쉴 수가 없다. 시어머니의 뜻대로 저 안방에 갇혀 산 송장으로 늙어가느니, 차라리 너와 함께 거친 땅을 구르다 흙으로 돌아가겠다."돌쇠는 가녀린 그녀의 어깨가 부서질세라 조심스레, 그러나 온 힘을 다해 품 안으로 깊이 끌어안았다. 사내의 가슴팍이 화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날이 밝으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두 사람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밖은 보는 눈이 있습니다요. 방으로... 드십시오."돌쇠가 그녀의 떨리는 손목을 이끌고 행랑방 안으로 들어섰다. 낮고 비좁은 흙방이었다. 방바닥에는 비단 요 대신 거친 짚멍석 하나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두 남녀에게 그 누추한 방은 세상의 그 어떤 화려한 전각보다도 아늑하고 온전한 피난처였다.방문이 닫히자마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옷고름을 더듬어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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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5

5. 타오르는 절정과 결단돌쇠의 허리짓은 깊고도 애절했다. 떠나기 전 서로의 타는 갈증을 남김없이 적시려는 듯, 두 몸은 쉼 없이 맞부딪치며 더운 숨을 주고받았다. 사내의 이마에서 맺힌 땀방울이 정씨 부인의 뺨 위로 툭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내의 턱끝과 목덜미에 흐르는 짠 땀방울을 혀끝으로 핥아 마셨다."나를 데려가 다오... 평생 네 곁에 두어다오..."그녀는 돌쇠의 땀 젖은 등판을 끌어안으며 애원하듯 속삭였다.돌쇠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뜨거운 입술을 묻으며 낮게 대답했다."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뫼시겠습니다요... 소인이 마님의 그 더운 피를 평생 지켜드리겠습니다요."단전의 열기가 마침내 한계까지 치밀어 올랐다.숨이 멎을 듯한 절정의 찰나가 찾아왔다. 그것은 요란한 폭음이 아니라, 가장 깊은 뱃속에서부터 서서히 끓어올라 온몸을 집어삼키는 뜨거운 해일이었다.정씨 부인의 눈앞이 하얀 빛무리로 아득하게 번졌다. 시어머니의 매서운 눈초리도, 가문의 족보도, 대문 밖 열녀문의 무거운 그림자도 그 하얀 열기 속에서 흔적 없이 녹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지금 자신의 몸 안에서 더운 숨을 몰아쉬는 이 사내, 비에 젖은 진흙처럼 한 덩어리로 엉겨 붙은 이 살아 있는 생명뿐이었다.돌쇠가 낮은 신음을 삼키며 그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뜨거운 진액을 남김없이 쏟아부었다.울컥, 울컥.끓어오르는 생명수가 단전 가득 밀려들었다. 정씨 부인은 사내의 허리를 두 다리로 굳게 감아 안아 그 짙은 열기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받아내며 다짐했다. 차가운 비석 아래서 산 송장으로 백 년을 사느니, 단 하루를 살아도 더운 피가 도는 여인으로 이 사내와 함께 살다 흙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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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부: 선택 6

6. 야반도주: 하얀 허울을 벗고거친 숨소리가 잦아들 무렵, 닫힌 창호지 문틈으로 새벽 여명이 푸르스름하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정씨 부인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맑아진 눈동자에는 이제 한 점의 흔들림도 남아 있지 않았다."가자."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어디로 가야 하겠습니까요."돌쇠가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어디든 상관없다. 이 숨 막히는 담장 밖이라면 거친 산골 화전민의 움막이라도 좋다."그녀는 바닥에 벗어둔 자신의 흰 삼베 소복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다시는 그 옷을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돌쇠가 지난날 야반도주를 대비해 장터에서 남몰래 구해 벽장 속에 감춰두었던 평민 아낙의 소박한 무명 치마저고리를 건네받아 몸에 걸쳤다."저 하얀 상복은 죽어 묻힌 여인의 껍데기다. 나는 이제 더운 피가 도는 산 사람의 옷을 입겠다."돌쇠가 보따리를 챙겨 들며 일어섰다. 그는 방구석에서 자신이 정성껏 삼아두었던 새 짚신 한 켤레를 꺼내어 그녀의 버선발에 직접 신겨주었다. 그의 굵은 눈가에 뜨거운 물기가 어렸다."정말로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요. 소인 같은 천한 놈의 곁에서 거친 밭을 일구며 고생하셔야 합니다요."정씨 부인은 손을 뻗어 돌쇠의 거친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후회는 살아 숨 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저 백색의 안방에서 이미 죽을 만큼 말라 죽어 있었다. 담장 안은 차가운 무덤이고, 담장 밖은 비바람이 불지언정 살아 있는 대지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숨통이 트일 곳이다."산사의 어둠 속에서 얻은 씨앗을 가문의 법도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 기어이 지켜낸 시어머니가 스스로를 얼려 만든 '차가운 비석'이라면, 정씨 부인은 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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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부: 새벽 1

1. 좁은 틈새: 진흙 속의 두 번째 탄생새벽의 어둠은 아직 짙고 무겁게 대지를 누르고 있었다. 만동이라는 거대한 사대부의 묘지 위를 덮고 있는 두꺼운 수의와도 같은 어둠이었다. 만동 김씨 종택의 뒤뜰 가장 구석진 곳, 세월의 풍파에 반쯤 허물어져 잡초와 가시덩굴에 묻힌 낡은 협문과 담장 밑동의 좁은 틈새 앞에 두 그림자가 낮게 몸을 숙였다.인적이 끊긴 채 빗물과 진흙이 고여 무너져 내린 그 후미진 구석은, 솟을대문의 위세에 가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문의 가장 낮은 그늘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정씨 부인에게 그 좁고 축축한 담장 아래의 틈새는, 썩어가는 안방에서 벗어나 살아 숨 쉬는 대지로 나아가는 유일하고도 거룩한 산문이었다.돌쇠가 먼저 몸을 낮췄다. 그의 움직임에는 더 이상 행랑살이 머슴의 비굴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의 단단한 등 근육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중의 범처럼 유연하고도 힘찼다.그가 축축한 진흙 바닥에 몸을 낮추고 허물어진 담장 틈새를 먼저 빠져나갔다. 잠시 후, 굳은살이 박인 투박한 손 하나가 어두운 틈새 안쪽으로 쑥 들어왔다. 어둠을 헤치고 내밀어진 그 손은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끌어올릴 구원의 밧줄이자, 거친 세상으로 이끄는 단 하나의 길잡이였다."마님... 제 손을 잡으십시오."담장 밖으로 반걸음 나섰음에도, 신분의 사슬을 끊어냈음에도 돌쇠는 여전히 그녀를 마님이라 불렀다. 그것은 조선의 법도가 강요한 굴종의 언어가 아니라, 비록 진흙탕을 기어 나갈지언정 당신은 내게 영원히 훼손되지 않는 하늘이라는 사내의 뜨거운 맹세였다. 그에게 마님이라는 호칭은 두 사람을 가르는 벽이 아니라, 여인의 존엄을 목숨 걸고 지켜내겠다는 애절한 연모의 표식이었다.정씨 부인은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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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부: 새벽 2

2. 길을 여는 사내: 초록의 숲"가야 합니다요. 날이 완전히 밝으면 집안에서 기척을 알고 횃불을 들고 쫓아올 것입니다."돌쇠가 그녀를 부축하여 단단히 일으켜 세웠다.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이제 그는 주인집 처분만 기다리던 머슴이 아니라, 자신의 여인을 품고 거친 산야를 헤쳐 나가는 사내였다.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등 뒤에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기와집은 더 이상 산 사람이 깃들 곳이 아니었다. 화려한 단청도, 높다란 솟을대문도, 어제 내걸린 붉은 열녀문 현판도 모두 산 자의 피를 말려 박제하는 잿빛 무덤의 장식일 뿐이었다.그들은 인적이 끊긴 깊은 산숲으로 들어섰다. 다져진 길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산짐승들이 지나다닌 흔적과 억세게 엉킨 덤불만이 도사린 원시의 숲이었다.초여름의 숲은 무성하고도 깊었다. 허리까지 자라난 잡풀과 억센 칡넝쿨이 발목을 집요하게 휘감았고, 골짜기 아래로 낮게 깔린 푸르스름한 새벽 물안개가 앞을 가렸다.돌쇠가 반걸음 앞장섰다. 그의 오른손에는 날이 시퍼렇게 선 낫이 들려 있었다.서걱, 서걱.그의 굵은 팔뚝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앞길을 가로막던 칡넝쿨이 단숨에 끊어지고 억센 가시덤불이 좌우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그 거침없는 낫질은 두 사람의 발목을 묶어두려 했던 과거의 질긴 악연과 가문의 법도, 그리고 반상이라는 해묵은 사슬을 끊어내는 의식과도 같았다.낫날이 번뜩이며 길을 열 때마다 그들은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졌다. 잘려 나간 풀줄기에서 짙은 풀물이 튀어 사내의 뺨과 팔뚝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정씨 부인은 돌쇠가 건네준 짚신을 단단히 고쳐 신고, 사내의 땀 밴 허리춤을 생명줄처럼 꼭 쥔 채 그 뒤를 따랐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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