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울질: 위선의 안방인가, 거친 밤길인가정씨 부인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안방으로 돌아왔다. 명치끝이 돌덩이에 눌린 듯 꽉 막혀왔다.시어머니는 진정 무서운 존재였다. 자신의 들끓던 본능마저 가문의 대를 잇는 도구로 이용한 뒤, 스스로의 감정을 거세하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켜 평생을 버텨온 노파였다. 열녀문 때문에 관아에 고발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건만, 노파는 아예 집안 안에서 소리 없이 돌쇠의 목숨을 끊어버리겠다는 더 끔찍한 칼을 쥐고 있었다.정씨 부인은 깊은 혼란에 휩싸였다.시어머니가 걸어온 삶이 소름 끼치도록 비참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독한 생명력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속내를 지우고 끓는 피를 말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종택의 안주인으로 군림하는 길.노파의 말처럼 더운 피도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돌쇠를 향한 이 타들어 가는 갈증도 나이가 들면 옅어질지 모른다. 그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친 죄인이라는 굴레와 기약 없는 유랑의 고단함인가, 아니면 가문의 비밀을 쥔 채 비단옷을 입고 누리는 안방마님의 평온한 위세인가.그녀는 문갑 위에 놓인 차가운 은장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나도... 어머님처럼 굳어갈 수 있을까. 이 끓어오르는 피를 식히고, 그 사내의 뜨거운 체온을 잊은 채 평생을 마르고 차갑게 버텨낼 수 있을까.'차가운 이해타산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돌쇠를 멀리 떠나보내고 이 방에 남는 것이 두 사람의 목숨을 가장 안전하게 부지하는 길일지도 몰랐다. 돌쇠와 함께 나아갈 길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친 가시밭길이었으나, 시어머니가 내민 길은 비록 고독할지언정 평탄한 비단길이었다.하지만 바로 그때, 옷깃 사이로 스며 올라오는 낯익은 냄새가 있었다.
Huling Na-update : 2026-10-28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