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경신은 책상 위로 엎드린 채 부스스 눈을 떴다. 밤새 불편한 자세로 잠든 탓에 한쪽 팔이 감각조차 없이 찌릿하게 저려왔다.“세상에, 보살님. 또 밤새 책상에 엎드려서 공부한 거예요?”경신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밤을 새워 밀도 있게 공부했다면 차라리 억울하지나 않았을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아니······ 책상에 엎드려서 잠만 잔 것 같아.” “아이고, 보살님! 그러다 진짜 쓰러져요.”화야는 투덜거리며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더니,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병을 꺼내 들고 다가왔다.“고마워. 아, 팔이 저려서 뚜껑이 안 돌아가네······. 조금만 있다가 마실게.” “보살님, 진짜 가지가지하네요. 자, 내가 따 줄게요.” “화야, 고맙다. 곧 4월 넷째 주 토요일이 다가오고 있네.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물병을 열던 화야의 얼굴에 퍼뜩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일순 정신줄을 바짝 부여잡고는, 아예 생수병을 경신의 입가에 부지런히 대령했다.“어머, 보살님! 곧 운명의 순간이 오고 있네요? 이번 주 로또 추첨일 완전 기대돼요!” “운명이 좀 뒤틀린다고 해도 최소 3등은 하지 않겠어?” “아, 저 지금 심각하게 갈등 때리고 있어요. 그냥 한 200장 확 사버릴까 싶어서요.” “화야, 1인당 10만 원만 써야 해. 법을 지켜야지.”화야의 이 과한 친절은 직전 전생에서 경신의 조언 덕에 로또 3등에 당첨됐던 짜릿한 기억 때문이었다. 지난번 2등 당첨 이후 경신의 '전생 기억'에 대한 신뢰도는 우주를 뚫을 기세였다.우려먹고 달여 먹고 사골곰탕까지 끓여 먹었던 바로 그 운명의 날이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화야는 물론이고, 한 다리 건너 규련까지 잔뜩 기대를 품고 있었다.“이번에 당첨되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