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아기를 품고 도망친 그녀: Capítulo 91 - Capítul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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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망할 쎄뇨리따?]

4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경신은 책상 위로 엎드린 채 부스스 눈을 떴다. 밤새 불편한 자세로 잠든 탓에 한쪽 팔이 감각조차 없이 찌릿하게 저려왔다.“세상에, 보살님. 또 밤새 책상에 엎드려서 공부한 거예요?”경신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밤을 새워 밀도 있게 공부했다면 차라리 억울하지나 않았을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아니······ 책상에 엎드려서 잠만 잔 것 같아.” “아이고, 보살님! 그러다 진짜 쓰러져요.”화야는 투덜거리며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더니,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병을 꺼내 들고 다가왔다.“고마워. 아, 팔이 저려서 뚜껑이 안 돌아가네······. 조금만 있다가 마실게.” “보살님, 진짜 가지가지하네요. 자, 내가 따 줄게요.” “화야, 고맙다. 곧 4월 넷째 주 토요일이 다가오고 있네.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물병을 열던 화야의 얼굴에 퍼뜩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일순 정신줄을 바짝 부여잡고는, 아예 생수병을 경신의 입가에 부지런히 대령했다.“어머, 보살님! 곧 운명의 순간이 오고 있네요? 이번 주 로또 추첨일 완전 기대돼요!” “운명이 좀 뒤틀린다고 해도 최소 3등은 하지 않겠어?” “아, 저 지금 심각하게 갈등 때리고 있어요. 그냥 한 200장 확 사버릴까 싶어서요.” “화야, 1인당 10만 원만 써야 해. 법을 지켜야지.”화야의 이 과한 친절은 직전 전생에서 경신의 조언 덕에 로또 3등에 당첨됐던 짜릿한 기억 때문이었다. 지난번 2등 당첨 이후 경신의 '전생 기억'에 대한 신뢰도는 우주를 뚫을 기세였다.우려먹고 달여 먹고 사골곰탕까지 끓여 먹었던 바로 그 운명의 날이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화야는 물론이고, 한 다리 건너 규련까지 잔뜩 기대를 품고 있었다.“이번에 당첨되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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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마성의 학우님, 어장관리 좀!]

마지막 시험을 치르는 강의실.누군가는 시험 보는 날 아침에 죽을 먹으면 망친다고 하지만, 지금 경신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문제는 술술 풀렸고, 허기가 져서 어지럽던 몸도 개운해져서 컨디션은 꽤 좋아진 상태였다.짜먹는 죽을 선물로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정기범이었다.해외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경신을 위해 물품까지 선물로 주다니. 사실 경신의 최근 건강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입에 맞는 음식이 거의 없어, 학교 식당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음식 냄새가 고역이라 샌드위치나 김밥 같은 것들만 사 먹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도 잘 삼키지 못했다.입덧도 입덧이지만, 태하의 연락 두절도 스트레스에 한몫했다.‘사업 때문에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거였으면 좋겠는데.’경신은 씁쓸한 마음을 추스르며 시험에 집중하기로 했다.어쨌든 그동안 전생까지 포함해 공부해 둔 지식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시험 시간이 시작되자 온 우주의 기운까지 끌어모아 나름 답안지를 빽빽하게 잘 써냈다.마지막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경신은 강의실 책상 위로 철퍼덕 엎어졌다. 그제야 가쁜 숨을 내쉬며 며칠간 짓눌렀던 긴장을 풀었다.“마성의 학우님!”제아가 검은 모자에 검은 티, 블랙진까지 올 블랙으로 맞춰 입고 경신의 앞자리에 의자를 돌려앉으며 털썩 앉았다. 그녀 역시 시험 기간이라 치장할 시간을 아낀 듯 보여도 연예인 저리가라 근사했다.“애들은 이제 가라. 이 언니가 심각하게 피곤하다.” “하하, 시험 끝났으니 너의 그 어장관리 했던 훈남들이랑 데이트해야지?”가뜩이나 태하에게 거의 차인 수준이라 경신은 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기요, 여신님. 난 이번 생은 물론이고 과거를 통틀어서도 어장 관리라는 걸 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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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형형한 기운의 집착]

4월 말의 완연한 봄날, 정오의 교정은 눈부신 빛으로 가득했다.대부분의 학과가 시험이 끝나는 주간인 데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기에, 오가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해방감이 완연했다. 교정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동상마저 오늘따라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듯했다.‘예전에 JJ 소속사 사장님이셨을 때는 늘 후지와라 켄이라는 이름을 쓰셨는데······.’이번 생에는 다들 다른 이름이라는 걸 이제야 또 깨달은 그녀였다. 경신은 인생 2회 차 시절, 재일교포 3세 서정우를 동경했었다.음악을 전공했던 경신은 대학 시절, 작곡가를 공개 모집하던 JJ 엔터테인먼트에 합격해 줄곧 그곳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냉철하기로 유명한 사장이었지만, 유독 경신에게만큼은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어주었던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마주하니 감회가 남달랐다.전생 세 번의 삶 모두 그녀의 보금자리는 JJ 소속사의 프라이빗 숙소였고, 사장인 서정우는 늘 외롭고 주변에 의지할 곳 없던 경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서정우는 자신의 왕국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놓고는, 그 무렵 불의의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그를 허무하게 떠나보낸 뒤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리며 피폐한 나날을 보내던 경신 역시, 결국 1년 만에 과로사로 쓰러져 죽고 말았었다.180센티미터가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철저히 관리된 몸과 얼굴을 지닌 그는, 누가 봐도 배우라고 믿을 만큼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게다가 그는 일본 재계를 흔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대재벌가 막내아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 왜 그가 지금 여기에 나타난 걸까. 경신은 그제야 옆에서 놀라 굳어 있는 지제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 제아야. 여기는 내가 예전에 신세 졌던 분이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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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나에게만 달콤한 호위 기사님]

경신은 지금 제 눈앞에 선 태하를 보고도 믿기지 않아 온몸이 굳어 버렸다.사과할 필요가 없다던 태하의 한마디가 경신의 발상을 완전히 전환시켰다. 그제야 이성이 돌아온 경신은 태하를 다시 마주했다.그건 그렇고, 이 남자를 이제야 이렇게 만나다니.경신은 며칠 동안 태하와 연락이 닿지 않아 너무 갑갑하고 두려웠다. 자신이 먼저 그에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매번 노래를 불렀으면서도, 막상 그가 정말로 제 곁에서 멀어져 버릴까 봐 무서웠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그리 멀어지기 싫었던 이 고운 남자가, 또다시 이렇게 흑기사처럼 나타나 주었으니. 경신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불쑥 솟아올랐다.“태하 씨, 연락이 안 돼서··· 너무··· 걱정했어요.” “미안, Hubo una situación. Te lo diré más tarde(사정이 있었어. 이따 말해 줄게).”경신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알았다는 듯 고개만 주억거렸다. 태하는 그런 그녀의 한쪽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감싸 안으며, 달래주듯 다정한 눈빛을 보내왔다.그의 손길이 이토록 든든할 수 없었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이 충만해졌다.둘이 애틋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정우는 놀란 기색으로 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대신 주변 공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태하와 서정우의 팽팽한 신경전 때문이었다.“이거 놀랍군요. MH 대표를 여기서 만나다니. 어쩐 일인지 무척 궁금하네요.”  “그쪽은?”  “나는 경신 양에게 사적으로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태하 대표는 왜 여기에 등장한 거죠?”  “대답해야 하나?”잠깐, 잠깐만.대화가 진행되는 모양새가 영 아슬아슬했다.태하가 서정우에게 다소 무례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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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느닷없이, 숨막히는 열기를 어쩌나]

제아는 세 사람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교정 한복판을 멀리서 바라보며, 슬그머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압도될 만큼 숨이 턱 막히는 미남들의 조합이었다. 영화 촬영장이라 해도 믿을 법한 풍경에 제아의 입가에서는 감탄과 흥분이 절로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그때, 오가는 학생들 사이로 갈색 단발머리에 평범한 캡모자를 깊게 눌러쓴 학생 하나가 제아에게 다가왔다. 오며 가며 학교 내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사범대 휴학생이었다.“제아야, 안녕.” “어, 정숙아. 오랜만이네?”반갑게 인사를 건넨 정숙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제아의 시선이 뿌리박힌 듯 고정되어 있는 곳을 함께 바라보았다.“너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봐? 너네 과 얼음공주 보는 거야?” “어, 그동안 남학생들이 아무리 들이대도 눈 하나 눈썹 하나 안 찌푸리고 죄다 철벽을 치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기억을 잃어서 그런가?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나 싶었던 클래스 다른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팝콘처럼 팡팡 튀어나온다니까.”제아의 찰진 입담에 정숙은 고개를 쭉 빼고, 저 멀리 햇살 아래 서 있는 경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건너다보았다.“저 학우님 참 부럽다. 그런데, 기억을 잃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정숙의 물음에 제아가 신이 난 듯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거렸다.“어. 이번에 큰 병 치르고 겨우 정신 차려서 기억을 떠올려 보니까, 휴대전화 번호도 싹 바뀌어 있고 자기 현재 소속이 음악과가 아니라 국어과라는 사실도 되게 의아해하더라고. 전생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약간 엉뚱한데 귀여워.”제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숙이 짝! 하고 손뼉을 치더니 모자 챙 아래의 눈빛을 반짝였다.“어머, 진짜? 얘, 이거 완전 운명이다. 우리 삼촌이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이시거든? 한번 소개해 줘야겠다. 혹시 그 학우님 바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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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너무 야하잖아요!]

입술을 겨우 떼고 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태하의 집에 들어섰지만, 경신은 계속해서 그가 의식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물론 큰 슬픔을 겪고 돌아온 직후이기도 하고, 그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 자연스러운 스킨십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사람들을 붙잡고 “이거 연애 맞죠?” 하고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전부 다 솔로들 염장 지르는 행태가 확실하다고 증언해 줄 게 뻔했다.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깊은 한숨만 흘러나왔다. 배는 조금씩 불러오고 있는데, 눈앞의 이 고운 남자는 왜 이리도 좋은 건지. 이러면 안 된다고 이성이 경고등을 울려댔다. 강아지들을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벌써 이 집을 제 집처럼 편안하게 여기는 스스로의 이마를 한 대 치고 싶었다.“좋으면 좋아하면 돼.”불쑥 치고 들어온 낮고 매끄러운 목소리. 경신은 소스라치게 놀라 제 속을 들킨 사람처럼 그를 바라보았다.“태하 씨, 왜 그, 그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럼 싫어?”참 효율적인 언어생활의 실천자가 아닐 수 없었다. “오해할 법한 말들은 조심해 주세요. 우린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관계여야 해요.” “누가 뭐래?”읏,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었다. 경신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싱겁게 웃고는 품 안의 강아지들을 더 꼭 끌어안아 주었다.“저는··· 녀석들이나 돌봐야겠네요. 어쩜 좋아. 태하 씨가 며칠 집에 없던 티가 팍팍 나요. 아가들이 전혀 안 자란 것 같아요.”말 그대로 꼬물이들은 며칠 못 본 사이 성장판이라도 멈춘 듯 딱 마지막에 봤을 때 그 크기 그대로였다. 동물병원 호텔에 맡겨져 태하가 홍콩으로 형님의 장례식을 다녀올 동안, 사랑을 덜 먹어서 그런지 자라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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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첫날 밤의 남자]

현관을 넘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태하의 입에서 터져 나온 날짜 하나가 경신의 다리를 힘없이 풀리게 만들었다. 경신은 태하의 거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았다.살결에 닿는 서늘한 감촉에 온몸으로 소름이 돋아났다. 멍해진 시선으로 눈동자만 간신히 굴려 태하를 응시했다. 태하는 여유로우면서도 무감한 표정으로 다리를 느긋하게 꼬고 소파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경신의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었다.‘1월 28일… 그날이라면.’숨이 턱 막혀 저도 모르게 배를 움켜쥐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아득한 현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제 가슴의 박동수가 몸의 감각을 아득히 추월해 버린 느낌이었다.크게 심호흡을 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자 애를 썼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 안았다. 그런 은밀한 스킨십이 자유롭게 오가고 이 집을 당연하게 드나들었던 사이. 그리고 자신이 아이를 가진 가임기 동안 유일하게 잠자리를 가졌을 남자가 정말 태하라면······.태하가 팔짱을 풀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왜 그래?”그 눈빛은 명백히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 바닥에 은근하게 스치는 열망을 경신은 놓치지 않았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태하는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경신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물리적인 시간이 절실했다.정신은 이미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는데, 떨리는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성이 마비된 상태 속에서도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저, 저기, 태하 씨. 제가 지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 “오늘은 있어 줘.”태하가 다리를 바꿔 꼬며 소파 시트 위로 무겁게 손을 짚었다.조금 전까지 무감하고 권태롭던 그의 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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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제일 무서운 건, 내 안의 욕망]

일본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앞둔 대기실 내부에는 방송 특유의 어수선함과 에스트렐라 멤버들 특유의 느긋한 온기가 공존하고 있었다.화려한 조명 아래, 도국은 오늘도 대기실 소파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채 팬들이 정성껏 보낸 수제 쿠키 상자를 뒤적이고 있었다.“하하, 이것 좀 봐라. 애들 진짜 너무 귀엽지 않냐?”옆에서 대본을 보고 있던 시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던졌다.“형, 적당히 좀 먹어. 배탈 나” “하나하나가 다 정성으로 구운 건데 고마워서 그렇지.”그때 책을 읽던 세용이 힐끗 도국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다 먹으면 칼로리 폭탄이야. 스태프들한테도 좀 나눠 주던지.” “놔둬, 도국이 저놈은 나중에 제 돈 주고 빵 사 먹을 놈이야. 차라리 팬들의 정성을 섭취하는 게 낫지.”휴대폰을 살피던 기범의 지적에도 도국은 고개를 내저으며 쿠키 하나를 통째로 입안에 쑤셔 넣었다.도국은 칭찬이라도 들은 듯 씩 웃더니, 쿠키 포장지에 적힌 알록달록한 팬들의 닉네임을 하나씩 입 밖으로 읊기 시작했다.“이름들도 어쩜 이렇게 다 개성 있는지 몰라. ‘세용의 우랑이 각시, ‘별을 쏜 여인’, ‘도국 아내 예약녀’······.”도국이 무심코 여러 개의 봉투를 집어 들었다. “‘정숙한 여인’과 ‘호랑이 부인’ 이 닉네임은 되게 자주 등장하네.”그때, 저편에서 메이크업을 수정하던 시온이 눈을 반짝이며 도국에게 달려왔다.“뭐야, 형! 팬들 닉네임 읽는 거야? 혹시 거기에 내 미래 아내 후보 같은 닉네임은 없어?”도국이 피식 웃으며 소파에 굴러다니는 몇 개의 껍데기를 내밀었다.“어, 있어. ‘나의 펫 시온’, ‘나의 애착 인형 온’. ‘나만의 댕댕이 ON’······.” “나를 남자는커녕 인간으로도 안 보는 거잖아? 에잇!”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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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선물 같은 비밀스러운 밤]

로브만 걸친 그림 같은 남자가 은근한 미소와 함께 죄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게다가 태하의 뒤로 펼쳐진 배경은 지금의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거실만큼이나 주인을 닮은 침실은 세련된 스타일로, 뭐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방은 무척 넓었고 암막 커튼이 짙게 쳐져 있어, 알람이 없다면 내일 정오까지 깨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경신은 지금 너무 졸려서 눈이 절반쯤 감겨 있으면서도 궁금한 건 일단 물어보았다.“······졸린데, 너무 궁금하네요. 태하 씨의 생일날······ 사람들이 저를 다 만났나 봐요.” “초대 안 했어. 그들은 공연하러 온 거야.”갑자기 태하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태하 씨가 호화 파티를 할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Justo después del evento de la empresa de mis padres, comenzó mi fiesta de cumpleaños(부모님 회사 행사 직후에 내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거든).”태하의 부모님은 스페인 대기업의 오너였고 한국에도 그 사업체가 진출해 있었다고 전했다.경신은 깜빡 잠들었다가 깼는지 몸을 잠시 움찔거렸다. “그렇다면······생일 파티 후에 태하 씨와······ 함께 밤을 보낸 건가요?” “그래.”경신은 너무 졸리고 피곤했지만,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1월 28일의 진실이 너무나 궁금했기에 정신력으로 버티며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생일 선물, 혹시 내가 태하 씨에게 드렸나요?” “줬지.” “좋은 것을······ 드렸을까요?” “값진 것. 행복했어.”경신은 너무 졸려 이성이 가물가물하면서도 태하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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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약속을 안 지키는 흑화한 남자]

“······신아.”태하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경신은 천천히 눈을 떠 주변을 살폈다. 태하가 불러도 응답하지 않았다.어둠 속에 누워, 마치 감정이 없는 도자기 인형처럼 완벽하게 정적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그녀의 열린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건 징징대는 울음이 아니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감각하고, 감정이 모조리 마모되어 버린 건조한 음성이었다.“오빠. 비 그쳤나 봐? 갈게.”태하의 가슴 밑바닥이 묵직하게 꺼져 내렸다. 울지 않아서 더 아득하고, 지극히 침착해서 도리어 기괴한 절망감이 몰아쳤다.그녀의 정신은 지금, 두 사람이 갈라섰던 그 지옥 같은 날—1월 28일에 철저히 매몰되어 있었다.이대로 나가면 또 숨어 버리는 건가. 시간이 흘러 버려 계절이 바뀌었는데, 얼마나 놀랄 것인가.태하의 눈매가 나선형으로 비틀렸다. 그동안 다정한 연인을 연기했던 눈빛에서 온기가 걷혀 나갔다. 본성이 드러난 오만하고 집요한 오라가 펜트하우스의 차가운 침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신아. 오늘은 아직 안 끝났어. 자고 가.” “······마지막까지 이럴 거야?”태하의 턱관절이 굳게 씹혔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어 이 기이한 악몽에서 깨워놓고 싶었다. 경신이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았고, 이 밤이 이대로 다시 두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놔두고 싶지도 않았다.손에 힘을 주어 경신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누르며, 가슴으로 품었다. 그 본연의 오만한 집착을 숨김없이 드러냈다.“형님이 돌아가셨어. 내가 좀 힘들어. 오늘 밤만 같이 보내 줘.”그 서늘한 언어가 공기를 짓눌렀을 때, 경신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경신은 태하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밀어내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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