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님!”호통 소리에 겨우 눈을 뜬 경신은 다시 눈을 감으려 했다. 경신은 꿈속에서 늘 힘겨웠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절박하게 웅크린 채 중얼거리는 말들은 대부분 '두렵다', '무섭다', '힘들다' 같은 부정적인 단어뿐이었다.“···끙, 화야.”화야는 의식이 돌아온 경신에게 팔짱을 끼고, 그녀의 잠을 확실히 쫓아내려 하는지, 까칠한 말투를 던졌다.“팜므파탈 보살님, 대화가 좀 필요해 보이는군요. 밤에 피는 장미인지, 불나방인지··· 마성의 룸메이트님, 이제는 외박을 아주 밥 먹듯 하시네요?”“읏, 아, 맞다! 나 기범이랑 이야기해야 하는데···.”화야의 직구에 경신은 이불을 걷어내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앉았다.“보살님, 언제부터 잔 거예요? 지금 밤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건가요?”“친구야, 기범이. 참, 몇 시지?”“밤 9시요.”경신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기범이랑 10시에 약속했는데. 아이고···.”얼른 창문을 열고 밖을 두리번거리는 경신의 모습은 안절부절못해 보였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건물주님하고 만리장성이라도 쌓으신 거예요?”그 말에 경신은 화들짝 놀라 헛기침을 해대며 다시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아··· 뭐, 만리장성까지는 아니
Last Updated : 2026-10-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