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셋째 주 목요일.관악 학생생활관의 아침은 어김없이 지독하도록 익숙한 풍경으로 문을 열었다. 너무 자주 반복되어 이제는 기상 알람 수준으로 자리 잡은 한 여대생의 처절하고 절망적인 곡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보살님, 자자, 제발 이불에서 나오세요. 샌드위치 한 조각이라도 씹고 학교 가셔야죠.”“······윽, 망할 세뇨리타.”꿈틀거리는 이불 덩어리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눈총을 쏜 화야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다행히 먼지가 파닥거리진 않았으나, 화야는 친구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한마디 따끔하게 쏘아붙였다.“오늘은 정말 못 참겠네요. 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을 무고한 ‘세뇨리타’에게 사과부터 하세요.”“윽, 사과? 쳇, 싫은데.”“보살님, 태교 포기하셨어요?”‘태교’라는 단어는 치트키처럼 즉각 효력을 발휘했다. 경신은 끙 소리를 내며 느릿하게 이불을 걷어차고 인형처럼 주저앉았다.“자, 지구촌 여러분. 스페인의 미지의 세뇨리타 씨, 제가 사적으로 속이 좀 뒤틀려서 심술을 부렸네요. 일단 사과드립니다.”경신은 제 기분이 왜 이토록 밑바닥을 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을 만큼 유치하고 옹졸한 이유였다.“내가 가질 수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남 주기는 또 죽어도 아까운 거 있지. 내가 딱 그 얄궂은 상태야.”“보살님, 뭔지는 몰라도 아주 정확하게 요약이 되네요. 놀부 심보요!”화야의 팩트 폭행은 늘 뼈가 아팠다. 배 속의 아가들이 철없는 엄마를 보며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