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그 달콤하고 찬란해야 할 단어가 오늘 밤 경신에게는 짓눌리듯 무겁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창밖으로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만큼이나,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차올랐다.경신의 눈앞에 태하가 있었다. 이 완벽한 남자에게, 경신은 지금 제 생애 가장 거대한 진실을 건네는 중이었다.이미 반지를 받았고, 서로의 체온을 깊이 나누었건만, 다음에 만났을 때 배가 불러온 자신을 마주한다면 태하가 느낄 충격은 얼마나 잔혹할 것인가.이번 생의 사랑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 경신은 그저 눈앞에 놓인 달콤한 온기를 온전히 누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오늘만 해도 태하는 경신을 위해 제 모든 영향력을 동원해 주막을 지켜주었다. 이 폭우를 뚫고 오직 그녀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남자인 데다, 불과 몇 시간 뒤면 다시 먼 길을 떠날 사람이기도 했다.반지를 건넨 여자의 몸속에 이미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고, 그 아이가 그의 핏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마땅히 털어놓아야 했다. 진작 꺼냈어야 할, 참으로 늦어버린 고백이었다. 하지만 가장 늦었다고 절망할 때가 진실을 마주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경신은 떨리는 두 손을 아랫배 위에 가만히 얹었다. 뱃속의 아가들에게 조용히 용기를 빌린 뒤,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말문을 열었다.“태하 씨, 나는 지난 2월 28일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현생의 기억을 전부 잃은 상태였어요. 오직 전생의 기억만 간직한 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마주했죠.”태하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경신의 다음 말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이 몸과 이 인생으로 살아온 시간은 제게 전혀 남아 있지 않아요.”경신은 그날 이후의 모든 순간을 머릿속에 가만히 펼쳐놓았다. 태하에게 전할 단어를 고르며 깊은 숨을 삼켰다. 배 위에 얹은 손끝으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