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드디어 기다리던 대학 축제 당일이 밝았다.경신은 S대학교 관악캠퍼스 한적한 구석, 과 주막 옆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그녀가 주막에서 팔 안주 재료를 열심히 다듬고 있자, 지나가던 과 친구들이 연신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네느라 주변이 온통 정신이 없었다.“경신아, 진짜 고마워!” “경신! 넌 진짜 우리 과의 구세주야!” “와, 진짜 대인배··· 넌 그냥 그늘에서 편하게 숨만 쉬라니까?” “오늘부로 너를 국어과 천사로 임명한다!”경신은 요 며칠 내내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중이었다. 들을 때마다 쑥스러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지만, 배 속이 동동거리는 것을 보니 아가들은 엄마가 자랑스러운지 꽤 좋아하는 듯했다.사실 축제 준비 기간 내내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느라 국어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다들 4년 내내 한 번도 주막을 열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이 서툴렀고, 경신을 비롯한 과 학생들 모두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중이었다.게다가 이번 축제 때는 주막을 신청한 과가 폭증한 데다가, 하필 국어과가 배정받은 자리가 축제 메인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구석이라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었다.더 최악인 것은 사전 티켓 판매량도 저조한 데다 물가까지 급등해 재료비를 대느라 과 학생회비가 계속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이를 보다 못한 경신이 결국 과에 8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통 크게 기부해 버렸다. 마침 국어교육과 주막의 슬로건이 『저소득층 굶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자!』이기도 했다.수익의 절반을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으나, 애초에 적자가 나면 수익이고 뭐고 기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십시일반으로 돈이 궁한 학생들의 용돈을 쥐어 짜 모아 주막을 열려던 찰나, 경신이 구원투수로
Last Updated : 2026-11-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