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태호는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겔러리 앞 술집이었다.처음엔 그저 평범한 술자리였다. 다들 요즘 사는 얘기, 회사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었다.술잔이 몇 번 오가자 누군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야, 이거 니네 와이프 얘기 아니야?"기사 캡처 화면이었다."장난하냐, 지워.""그 배우 실물 봤어? 완전 부럽다, 니 와이프 취향인가 보네."옆에 있던 다른 친구도 거들었다."근데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사진 보니까 분위기 심상치 않던데.""그니까. 나란히 앉아서 뭘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해."웃음이 터졌다. 태호의 얼굴이 굳었다."닥쳐.""왜 화를 내. 농담이지.""몇 번을 말해. 아무 사이 아니라고.""그니까 그게 더 이상하다는 거야. 아무 사이도 아닌데 기사가 왜 나."태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이켰다.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병으로 바뀌었다. 동기들이 하나둘 자리를 뜬 뒤에도 그는 혼자 남아 술을 더 시켰다.혼자가 되자 오히려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사진 속 도혁의 얼굴, 그 여유로운 표정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윤서는 거실에서 그를 맞았다."이제 와요?"태호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봤다."오늘 하루 종일 니 얘기만 들었어.""무슨 얘기요.""몰라서 물어? 내 와이프가 딴 놈이랑 뉴욕에서 뭐 했냐고, 다들 그거만 물어보더라. 웃으면서.""아무 일도 없었다고 몇 번을 말해요.""몇 번을 말하면 믿을 줄 알아?"술 냄새가 훅 끼쳤다."오늘 어머니도 왔다 가셨잖아요. 이제 그만하세요.""어머니가 오셨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안 끝났어."윤서는 뒷걸음질 쳤지만 늦었다. 태호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놔요."태호는 윤서의 팔목을 움켜쥔 채 그대로 거실 안쪽으로 끌고 갔다.바닥을 딛는 발가락 끝이 꺾이고 슬리퍼가 거실 구석으로 날아갔다.버티려는 몸짓은 무거운 체중에 밀려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단단한 대리석 테이블
최신 업데이트 : 2026-09-2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