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덕배는 현장에서 예상보다 오래 붙잡혔다.자재 반입 과정에서 작업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고, 말로 끝났어야 할 일이 몸싸움까지 번졌다. 덕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쪽이 멱살을 잡고 있었고, 뜯어말리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철제 모서리에 팔을 길게 긁혔다.큰 상처는 아니었다.셔츠 소매가 찢어지고 팔뚝에 피가 조금 흐르는 정도였다.덕배는 싸움을 벌인 사람들을 현장사무실에 앉혀놓고 상황부터 정리했다.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왜 싸움이 시작됐는지 확인한 뒤 책임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오늘 둘 다 작업 빼.”“예, 이사님.”“다시 싸우면 둘 다 현장에서 빼버린다고 전하고.”덕배는 찢어진 소매를 걷어 올렸다. 피가 말라붙은 팔을 한번 보고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리고 이거 보고서 올려. 싸웠다는 것만 쓰지 말고 원인까지.”일을 끝내고 나온 건 네 시가 가까워진 뒤였다.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가던 덕배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걷어 올린 셔츠 아래로 난 상처가 바람에 닿을 때마다 따끔했지만 그 정도 통증은 신경 쓸 축에도 못 들었다.그때 반대편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가 걸어왔다.여름이었다.J&J 앞치마는 없었고 얇은 가디건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양손에는 포장재가 든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신호가 바뀌었다.여름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오다 덕배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어?”덕배도 알아봤다.“또 만나네.”“그러게요.”여름이 가볍게 웃으며 지나가려다가 멈췄다.시선이 덕배의 팔에 박혔다.찢어진 셔츠 사이로 길게 긁힌 상처와 말라붙은 피가 그대로 보였다.여름의 표정이 바로 달라졌다.“팔 왜 그래요?”덕배가 자기 팔을 내려다봤다.“이거?”“다쳤잖아요.”“긁힌 거야.”“병원 안 가요?”덕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걸로?”너무 당연한 대답이라 여름이 잠시 그를 쳐다봤다.“피 나는데요.”“멈췄어.”“상처도 더러워졌잖아요.”“안 죽어.”여름의 눈썹이 조금씩 좁아졌다.“누가 죽는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