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배는 삶은 달걀을 두 입 만에 먹고 재킷을 챙겼다.현장까지는 넉넉잡아 삼십 분이면 도착했다. 아홉 시까지 가기로 했으니 지금 출발하면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간다.”여름은 꽃을 정리하느라 고개도 들지 못했다.“네.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일당은 받았고.”“국밥에 커피에 달걀까지 드셨잖아요.”덕배가 피식 웃었다.“존나 후하네.”“다음에는 더 센 분 부를게요.”덕배의 걸음이 멈췄다.“뭐?”그제야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일당 마음에 안 드신다면서요.”“나보다 센 놈을 어디서 구하게.”“짐 잘 드는 사람이면 되죠.”“힘만 세면 된다는 거네.”“네.”망설임도 없었다.덕배는 잠깐 여름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흘렸다.“그래. 잘 구해봐.”그는 그대로 프로그램실을 나왔다.마당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양로원 안쪽에서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까지 평상에 있던 노인들이 하나둘 프로그램실로 들어가고 있었다.덕배는 차 키를 꺼냈다.그러다 걸음을 멈췄다.딱히 이유는 없었다.여기까지 새벽부터 끌려와 짐을 날랐으니 대체 뭘 하려고 그 많은 꽃을 가져왔는지 한번쯤 볼 수도 있었다.덕배는 방향을 틀었다.프로그램실 문은 열려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복도 벽에 등을 기대섰다.“할머니, 그거 너무 짧게 자르면 안 돼요.”여름의 목소리가 들렸다.덕배가 안을 봤다.테이블마다 꽃과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노인들은 여름을 따라 서툰 손으로 꽃을 다듬고 있었다.여름은 한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이 테이블에 갔다가 저쪽으로 움직이고, 가위 잡기가 어려운 할머니 손을 도와주다가도 누가 부르면 금세 달려갔다.“여름아, 이건 어디다 꽂아?”“할머니 마음에 드는 데요.”“네가 선생인데 네가 알려줘야지.”“오늘은 할머니 꽃인데 왜 제가 정해요?”여름은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아 꽃바구니를 함께 들여다봤다.“여기 한번 대볼까요?”“이쪽?”“응. 예쁜데요?”“진짜?”“네. 할머니가 저보다 잘하시는데?”할머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