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덕배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다 시간을 확인했다. 여섯 시 사십 분. 어젯밤 늦게 들어온 것치고는 잠을 제대로 잔 것도 아니었다.덕배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몸을 일으켰다.“피곤해 죽겠네.”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다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보던 시선이 입술에 잠깐 머물렀다.곧바로 미간이 구겨졌다.어젯밤 일이 또 떠올랐다.여름의 몸이 앞으로 쏠리고, 반사적으로 어깨를 잡았고, 입술이 잠깐 닿았다.그게 전부였다.덕배는 혀를 차며 수건을 던졌다.“사고였잖아.”누구에게 설명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그 사실이 더 짜증났다.여자와 키스 한 번 했다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곱씹는 성격이 아니었다. 제대로 한 키스도 아니었다. 서로 놀라 바로 떨어졌으니 기억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자꾸 생각났다.덕배는 생각을 끊듯 욕실 문을 열었다.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 CH건설 집무실에 도착했다.책상 위에는 어제 현장에서 넘어온 보고서가 쌓여 있었고, 오전 회의 전까지 확인해야 할 결재도 여러 건이었다.일을 시작하자 머릿속은 금세 정리됐다.덕배는 숫자가 맞지 않는 부분에 표시하고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자재업체 문제도 후속 조치가 남아 있었다. 확인할 게 많았고, 업무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열 시가 가까워졌을 때 정민이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들어왔다.덕배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네 방 없어?”“있어.”“그럼 거기 가.”정민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회장님이 오후 두 시에 보재.”“서쪽?”“어. 그리고 어제 현장 보고도 같이.”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민은 바로 나가지 않았다.그 시선이 책상 한쪽에 머물렀다.작은 유리컵에 노란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저건 또 뭐냐.”덕배의 펜이 멈췄다.어젯밤 집에 가져가려다 아침에 그대로 차에 두고 내렸고, 출근하다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