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배는 여름과 민우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J&J 안에 서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두 사람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손에는 또 거절당한 다이아 반지가 든 쇼핑백이 남아 있었다. “배 이사님.” 재희의 목소리에 덕배가 돌아봤다. “왜요.” “안 가세요?” “갑니다.” 대답은 했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재희는 작업대 위 꽃을 정리하며 슬쩍 그를 봤다. 가방부터 시작해서 구두, 팔찌, 오늘은 다이아 반지까지. 가격을 몰라도 비싼 물건이라는 건 포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름은 단 한 번도 상자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덕배는 거절당하면서도 다음 날 또 뭔가를 사왔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덕배의 눈썹이 올라갔다. “뭡니까.” “여름이가 왜 안 받는지 아직도 모르세요?” 덕배의 얼굴이 구겨졌다. “비싼 거 싫어하는 거 아닙니까?” 재희의 손이 멈췄다. 잠시 뒤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모르시네.” “뭘요.” “비싼 게 싫은 게 아니라 이유 없이 받는 게 싫은 거예요.” 덕배가 쇼핑백을 한번 내려다봤다. “내가 주고 싶다는데.” “그게 배 이사님 이유고요.” 재희는 꽃 줄기를 정리하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여름이는 자기 이유가 없잖아요.” 덕배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선물 받는 데 걔 이유까지 있어야 합니까?” “여름이는 그래요.” 재희가 웃었다. “그러니까 그만 사오세요. 저러다 진짜 화내요.” 덕배가 코웃음을 쳤다. “이미 맨날 화내는데요.” “그건 그렇네요.” 재희도 웃었다. 덕배는 결국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왔다. 차에 올라타 뒷좌석 문을 열자 기가 막힌 광경이 보였다. 가방. 구두. 팔찌. 그리고 반지. 나란히 쌓인 쇼핑백을 보던 덕배가 혀를 찼다. “씨발, 매장 하나 차리겠네.” 운전석에 올라탔지만 바로 시동을 걸지는 않았다. 재희가 한 말이 걸렸다. 여름이 왜 안 받는지는 알았다. 이제는.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바로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