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컸구나, 서하야."차성훈의 목소리는 기억 속 그대로였다. 명절마다 세뱃돈 봉투를 쥐여 주며 "우리 서하 공부 잘하지?" 하고 머리를 쓰다듬던 목소리.서하는 그 손이 7년 전 무엇을 넘겼는지 알고 있었다.아버지의 일정. 아버지의 약점.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그러니까 지금, 웃어야 했다."……아저씨."서하의 목소리가 떨렸다. 떨리게 두었다. 눈가가 붉어지는 것도 그대로 두었다.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7년 만에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지을 법한 얼굴."장례식 이후로 연락 한 번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아니다, 아니야."차성훈이 서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손이 닿는 순간, 서하는 소름이 돋는 걸 참았다."내가 미안하지. 그때 너희 모녀를 더 챙겼어야 했는데. 윤 회장 일로 나도 경황이 없어서.""아니에요. 아저씨도 힘드셨을 텐데요."식탁 맞은편에서 도현이 물잔을 들었다.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하는 그의 손가락이 잔을 쥐는 힘이 평소보다 세다는 걸 알았다."자, 앉으시지요. 차 변호사."강 회장이 웃으며 상석 옆자리를 권했다."오랜 인연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좋구나."만찬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겉으로는."아버님 유품은 정리했니?"생선 요리가 나올 무렵, 차성훈이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서재에 책이 많으셨잖아. 바둑판이며, 서류며."첫 번째 질문이었다."어머니가 거의 다 파셨어요. 빚 갚느라고요."서하는 쓸쓸하게 웃었다. 사실이었다. 거짓말은 진실을 섞어야 무너지지 않는다."바둑판은 끝까지 안 파셨는데, 군산 가는 이삿짐 트럭에서 떨어져서 깨졌어요.""저런. 윤 회장이 아끼던 비자목 바둑판이었는데."차성훈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포크를 내려놓았다."그럼 아버님이 마지막에 너한테 남긴 말은 없었니?"두 번째 질문.식탁이 조용해졌다. 재현은 무관심하게 와인을 마셨고, 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접시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 회장만이 온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