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으아앙! 엄마 빨리 나와 봐!"아침 7시 정각, 302호 거실의 고요한 적막을 찢고 하람이의 카랑카랑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네 살배기 아들의 다급한 외침에, 안방에서 쪽잠을 자던 서진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하람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엄마! 우리 집 거실 소파에 거대한 왕문어 괴물이 자고 있어! 아니, 분홍색 꽃 귀신이야!"하람이는 플라스틱 장난감을 몽둥이처럼 치켜든 채 소파를 가리키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서진의 시선이 소파 쪽으로 향하는 순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어이없는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쿵!비명 소리에 화들짝 놀란 태혁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다 소파 앞 유리 티테이블 모서리에 정강이를 사정없이 찧었다."커억……! 아, 안녕하십니까! 충성!"눈물 콧물을 찔끔 흘리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 태혁은 다짜고짜 거실 한복판에서 칼 같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정강이까지 깡충 올라간 진분홍 꽃무늬 일바지, 어깨 솔기가 터질 듯 꽉 끼는 노란색 티셔츠, 그리고 까치집을 지은 덥수룩한 머리칼. 월가를 주름잡던 42층 대표이사의 형용할 수 없는 파격적인 비주얼에 하람이의 턱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어……? 모래 도둑 아저씨?!""도, 도둑이 아니라 기사 삼촌이란다, 하람아. 좋은 아침이구나.""삼촌 옷이 왜 그래? 우리 유치원 버스 할머니도 그런 옷은 절대로 안 입어! 분홍색 꽃이 막 폭발했어!"태혁은 바지에 핀 꽃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이 앞에서 가릴 곳도 없었다. 태혁은 엉거주춤 꽃무늬 바지단을 손으로 잡아당겨 내리려 애썼으나, 고무줄이 너무 팽팽해 정강이 알에 딱 들러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어제 비를 너무 맞아서 엄마가 자고 가라고 했어. 옷은 외할아버지 거고."서진은 하람이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갔다. 태혁은 따라가려다 티테이블에 부딪친 자리를 문질렀다. 뒤돌아본 서진의 눈길에 얼른 손을 내렸다. 밤새 신세를 지고 아침부터 걱정거리까지 더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차태혁 씨,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