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내 아이의 유치원 앞을 서성이는 전남편: Capítulo 21 - Capítulo 30

30 Capítulos

제21화: 42층 대표님의 전격 등판과 쿨한 갑의 일격

강남 테헤란로, 코스메틱 대기업 라메르스 본사 20층 대회의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대형 에이전시 박 대표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을 탕탕 내리쳤다."총괄 본부장님, 보시다시피 저 윤서진이라는 일개 프리랜서의 시안은 저희 디자인 연구소의 핵심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비열한 도작입니다. 당장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벌과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마땅합니다."라메르스 총괄 본부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난감해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천지를 진동시키는 거친 굉음과 함께 대회의실의 육중한 방음문이 사납게 열려 젖혀졌다."누구 마음대로 도작이고 계약 해지라는 거지?"얼음장보다 더 시린 음성과 함께 걸어 들어온 인영을 본 순간, 회의실 안의 모든 임원들이 일제히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차, 차태혁 대표님?!"태혁이 회의실 안을 훑었다. 비록 수천만 원짜리 명품 롱 코트 밑단 사이로 진분홍 꽃무늬 일바지가 언뜻언뜻 펄럭였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포식자의 아우라는 회의실 전체를 일격에 압도하고도 남았다. 태혁의 뒤로 서진이 서류 가방을 든 채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섰다.태혁은 뚜벅뚜벅 걸어가 회의실 상석 의자를 거칠게 빼내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에 들려 있던 태블릿 PC를 총괄 본부장의 코앞으로 냅다 내던졌다."태원인베스트먼트가 라메르스에 500억을 꽂았고, 지금 이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은 윤서진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근본도 없는 삼류 에이전시의 악성 투서 한 장에 휘둘려 메인 디자이너를 잘라내겠다고요?""차, 차 대표님, 그게 아니라 저쪽에서 명백한 표절 정황 증거를 제출해서…….""표절 증거?"태혁이 비열하게 굳어버린 박 대표를 서늘하게 쏘아보았다. 그의 입술 끝에 잔인한 조소가 걸렸다."박 대표. 네놈들이 3주 전 윤서진 디자이너의 파주 외주 인쇄소 기사를 매수해서 시안 유출하려다 미수에 그친 고화질 CCTV 영상, 그리고 네놈들 회사 최근 3년간 진행한 역외 탈세와 하도급법 위반 자료. 지금 금융감독원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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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하원 세이프와 본가의 호출장

오후 3시 59분 59초. 햇살반 유치원의 정문 철문이 열리기 직전, 비명 같은 마찰음과 함께 태혁이 아스팔트 위로 몸을 날렸다. 야구 주자가 홈을 파고들 듯 미끄러져 들어온 차태혁의 무릎이 유치원 정문 턱에 안착했다."세…… 세이프!"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양손을 번쩍 든 태혁의 몰골은 처참했다. 강남 42층 대표이사실을 호령하던 남자의 목덜미는 땀으로 젖었고, 맞춤 코트 밑단에는 흙먼지가 수북했다. 하지만 시계를 확인한 태혁의 눈에서는 승리의 광채가 번쩍였다.계약을 어기지 않았다. 4시 정각 하원 지시, 준수 완료였다."……아저씨, 이번엔 야구 선수 흉내 내는 도둑이야?"정문 안쪽에서 하람이가 가방끈을 쥔 채 혀를 차며 걸어 나왔다. 아이의 작은 손에는 유치원 간식으로 나온 귤 하나가 쥐여 있었다. 하람이는 흙투성이가 된 태혁을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았다."어른이 돼서 왜 매일 길바닥에서 뒹굴어? 바지 찢어지면 우리 엄마한테 꿰매달라고 조를 거지?""하람아…… 삼촌은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속 40km로 달린 거란다.""거짓말. 아까 횡단보도 앞에서 다리 풀렸잖아. 나 유치원 달리기 1등인데 삼촌보다 빨라."태혁은 아직 뻐근한 허벅지를 슬쩍 눌렀다. 횡단보도에서 본 것까지 기억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이가 껍질을 깐 귤 한 조각을 불쑥 내밀자, 태혁의 서러움은 눈 녹듯 사라졌다. 아들의 체온이 묻은 귤을 입에 넣으며 태혁은 하람이의 가방을 어깨로 끌어 올렸다.***104동 302호 앞 복도. 하람이를 무사히 들여보낸 후, 태혁은 계약서 수칙대로 문밖 벽에 차렷 자세로 섰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며 홈웨어를 걸친 서진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의 손에는 차태혁이 벤틀리 바닥에 흘리고 간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차태혁 씨.""응, 서진아! 하람이 잘 데려왔고 알림장도 가방에 챙겨뒀어! 손발 씻으라고도 했고!""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받아 가세요."서진이 내민 휴대폰 화면은 그야말로 붉은 폭탄이 떨어진 형국이었다.[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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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1층 로비의 결사항전

소박한 붉은 벽돌의 104동 아파트 앞마당.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에서 내린 송 여사는 선글라스를 비틀어 내리며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낡은 아파트 단지를 훑어보았다. 한 세트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샤넬 트위드 재킷과 큼직한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단 그녀의 자태는 평화로운 신도시 단지와 끔찍할 만큼 이질적이었다.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먼지조차 불결하다는 듯 명품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은 송 여사의 입가에 표독스러운 냉소가 번졌다."태혁이 녀석이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이런 구질구질한 서민 동네에서 남의 집 뒤치다꺼리나 하고 앉아 있다니."송 여사가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를 내며 1층 공동현관 유리문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건장한 체격의 전담 수행비서 네 명이 앞장서서 자동문 인터폰을 누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쿵!거대한 그림자가 유리 자동문 앞을 가로막으며 육중한 진동을 일으켰다."오지 마십시오."얼음장보다 더 차갑고 낮게 가라앉은 음성. 차태혁이 어깨로 문틀을 막은 채 서 있었다. 비록 헝클어진 머리칼과 먼지 묻은 코트 차림이었지만, 어머니를 노려보는 태혁의 눈빛에는 살벌한 야수의 기운이 번뜩이고 있었다.송 여사의 단정한 미간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차태혁! 네가 지금 감히 제 어미 앞을 가로막는 거냐? 당장 비켜서지 못해!""여긴 어머니가 오실 곳이 아닙니다. 당장 차에 타서 서울로 돌아가십시오."태혁은 수행비서가 인터폰으로 뻗는 손을 막았다."위에는 연락하지 마세요. 누구 부탁으로 왔든 제 앞에서만 말씀하시죠."송 여사가 웃음을 흘렸다. 예전 같으면 이쯤에서 아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길을 비켜 주었을 것이다. 태혁도 그 순서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를 먼저 들여보낸 다음 서진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했던 날들. 그는 문손잡이를 등 뒤로 가리고 비서들에게 한 번 더 물러서 달라고 했다."뭐라고? 이혼까지 한 사람 뒤를 쫓아다니느라 네 꼴이 이게 됐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니?"송 여사의 서슬 퍼런 호통이 1층 로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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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공룡 물총과 회장님의 패배

1층 로비의 적막을 깨고 걸어 나온 서진과 하람이. 서진은 바닥에 흩어진 차태혁의 명함과 블랙카드, 그리고 살벌하게 대치 중인 모자를 덤덤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혹감이나 위축된 기색 따위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오히려 5년 전 자신을 쫓아내며 오만방자하게 굴던 송 여사를 향해 서늘한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남의 아파트 1층 로비에서 참 시끄럽게도 노시네요."서진의 무심한 일침에 송 여사의 핏발 선 시선이 벼락처럼 꽂혔다. 송 여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진을 가리키며 악에 받친 목소리를 쥐어짰다."윤서진! 네년이 기어이 내 아들을 이 꼴로 만들어 놨구나! 감히 애새끼를 빌미로 태혁이 발목을 잡아 가문을 풍비박산 내려고 작정을 해?!"독설이 공기를 가르며 서진의 귓전을 때리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할머니!"카랑카랑하고 날카로운 어린아이의 고함이 로비를 뒤흔들었다. 차태혁의 다리 뒤에서 쏙 튀어나온 네 살배기 하람이가 양손으로 초록색 브라키오사우루스 물총을 굳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아이의 앙증맞은 볼은 붕어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고, 두 눈은 맹수처럼 부릅떠져 있었다."왜 우리 동네 와서 키 큰 삼촌 괴롭혀요! 우리 엄마한테 소리 지르지 마요! 나쁜 마녀 할머니야!""뭐, 뭐라구?! 마녀?!"송 여사가 기겁하며 눈을 부릅뜬 순간.촤아아아악—!하람이의 앙증맞은 손가락이 거침없이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물총 구멍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수돗물 줄기가 송 여사의 얼굴과 가슴팍으로 정확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작렬했다."꺄아아악!"수천만 원짜리 명품 샤넬 트위드 재킷과 최고급 실크 에르메스 스카프가 순식간에 물을 잔뜩 머금고 축 늘어졌다. 송 여사의 짙은 마스카라가 번지며 뺨 위로 검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수행비서들이 사색이 되어 티슈를 꺼내 들며 우왕좌왕 달려들었다."사모님! 괜찮으십니까!""이,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송 여사가 분노에 치를 떨며 젖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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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맘카페의 레이더망과 302호의 온기

롤스로이스 행렬이 매캐한 배기가스를 뿜으며 단지 밖으로 사라진 후. 104동 앞 화단 벤치에 차태혁은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이 일시에 풀려나간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후들거렸다.온몸은 땀과 흙탕물로 엉망이었고, 헐렁한 노란 티셔츠의 목둘레가 늘어져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 피로보다 태혁을 짓누르는 것은 처절한 자괴감이었다. 자신이 서진과 하람이를 지켜주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결국 또다시 본가의 추악한 소동에 두 사람을 노출시키고 만 것이었다.태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그 시각 신도시 최대 규모 맘카페는 실시간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자유게시판 | 실시간 104동 앞 레전드 사건 목격함 (feat. 샤넬 할머니)]— 내용: 104동 앞에 롤스로이스 타고 온 샤넬 풀착장 재벌 시어머니 같은 할머니가 쳐들어옴. 근데 햇살반 훈남 삼촌이 온몸으로 막아서면서 '호적 파겠다'고 소리 지름 ㅠㅠ 거기다 햇살반 귀요미 하람이가 물총으로 샤넬 재킷에 물 쏴서 완벽 격퇴함 ㅋㅋㅋ진짜 드라마 한 편 찍었네요. 그 수트 삼촌 순정남 인정합니다. 댓글 창은 1분 만에 수백 개의 찬사로 도배되었다.— 와, 호적까지 파겠다고요? 저런 남자가 어딨어 ㅠㅠ — 하람이 물총 사이다 대박이네요 ㅋㅋㅋ 햇살반의 영웅이다!— 104동 수트남 삼촌, 우리 맘카페 공식 명예 삼촌으로 임명해야 함! 동네 엄마들의 뜨거운 반응은 순식간에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불타올랐다. 온 동네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줄도 모른 채, 태혁은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웅크려 있었다.어스름한 저녁노을이 붉게 번져가며 바람이 태혁의 젖은 등을 쓸어내렸다.그때였다.저벅, 저벅. 단정한 슬리퍼 소리가 모래밭을 밟으며 다가왔다. 태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장바구니를 든 서진이 벤치 앞에 우뚝 서 있었다.그녀의 손에는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군만두와 어묵 국물 포장 용기가 들려 있었다. 서진은 흙투성이가 된 태혁의 꼴을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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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5년 만의 진심과 새로운 계약 조항

서진의 묵직한 돌직구 질문에 설거지를 마친 차태혁의 두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식탁 조명 아래 마주 앉은 서진의 눈동자는 티끌만 한 거짓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투명하고 깊었다. 태혁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식탁 맞은편 의자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태혁은 조신하게 손을 모은 채, 한 글자 한 글자 심장을 깎아내듯 입을 열었다."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진심이었어, 서진아."태혁은 눈가가 붉어진 채, 목에 걸린 다음 말을 힘겹게 꺼냈다."5년 전엔 내가 어머니의 오만함을 방관하고 가문의 체면 뒤에 숨었던 천하의 비겁자였어. 내 알량한 자존심과 미성숙함 때문에 너한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태혁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서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하지만 지금의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오직 너와 하람이뿐이야. 태원인베스트먼트의 수천억 지분이든, 재벌 후계자 타이틀이든 너희 두 사람과 바꿀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어. 만약 어머니가 또다시 너희를 괴롭힌다면 난 주저 없이 모든 걸 내던질 거야."태혁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계산도, 오만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5년간의 뼈저린 후회와, 남은 생을 다 바쳐서라도 지켜내겠다는 순수한 결의만이 담겨 있었다. 거실 안에는 벽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서진은 따뜻한 보리차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겉으로는 여전히 담담하고 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단단히 얼어붙어 있던 빙벽 한 귀퉁이가 쩌적, 금을 내며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돈과 가문이 전부인 줄 알았던 오만한 남자가, 자신과 아이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는 순간이었다.태혁의 그 진실한 눈빛 앞에서, 서진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오랜 원망과 응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서진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무너지는 여자가 아니었다. 서진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서랍에서 검은색 볼펜 한 자루를 꺼내 식탁 위에 탁 내려놓았다."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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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티라노를 향한 비상소집

"엄마! 이거 봐봐! 알림장에 진짜로 떴단 말이야!"하람이는 작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꽉 쥔 채 거실 바닥을 콩콩 뛰었다. 화면 속에는 굵은 고딕체로 쓰인 안내문이 번쩍이고 있었다. [햇살반 유치원 가을맞이 가족 한마음 운동회] — 메인 종목: ‘아빠들의 목숨 건 100m 장애물 달리기’ — 1등 우승 상품: 초대형 한정판 티라노사우루스 캠핑 텐트!"민우네 아빠는 특전사 출신이라 매일 아침 아령 들고 뛴대! 유치원에서 제일 빠르다고 민우가 엄청 자랑했단 말이야!"하람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차태혁을 빤히 노려보았다. 그 서슬 퍼런 눈빛은 마치 무능한 부하를 질책하는 사령관의 눈초리와도 같았다."삼촌, 저 텐트 못 따오면 우리 계약 파기야. 삼촌이랑 다시는 안 놀고 마이쮸도 안 뺏어 먹을 거야!"태혁은 하람이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는 경품 텐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들의 인정과 사랑, 그리고 5년 동안 비워두었던 아빠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승부처였다.태혁은 결연하게 가슴을 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람아, 삼촌이 누구냐. 대한민국 1등 투자 전문가이자…….""달리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거든? 삼촌 다리 길기만 하고 엄청 느리잖아. 저번에 편의점 뛸 때도 헉헉댔으면서."태혁은 달리기와 투자 실력이 무슨 상관인지 더 잇지 못했다. 식탁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던 서진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차태혁 씨, 김칫국 마시지 마세요. 그 종목, 규정상 보호자로 등록된 사람만 출전할 수 있어요. 그냥 삼촌이라고만 하면 신청서 접수도 안 된다고요."태혁은 신청서를 내려다봤다. 가족관계 서류에 이름이 있다고 유치원의 인계 명단까지 저절로 바뀌지는 않았다. 서진이 맡겨도 된다고 동의해야 했다. 그는 식탁으로 의자를 당겨 앉았다."서진아, 나도 추가 보호자로 등록해줄래? 신청할 수 있으면 하람이랑 같이 뛰고 싶어. 텐트도 탐나지만."서진은 그가 당겨 앉은 의자와 신청서를 번갈아 봤다. 말만 앞서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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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맘카페 잠입과 굴욕의 퀴즈

"골드 회원? 그깟 인터넷 동호회 등급 따위가 왜 난공불락이라는 건데?"차태혁은 코웃음을 치며 태원인베스트먼트 42층 대표이사실 책상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월가 헤지펀드 서버도 뚫어본 그였다. 수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도 데이터 분석 하나로 단숨에 해치웠던 대한민국 최고의 투자 귀재였다.그런 그에게 동네 맘카페 회원 등업 따위는 장난감 블록 맞추기보다 쉬워 보였다."비켜 봐. 내가 직접 푼다."태혁은 백민석을 밀쳐내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모니터 화면에 신도시 최대 규모의 맘카페, [달콤맘 신도시 네트워크]의 회원가입 화면이 떴다.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가입 퀴즈 목록을 본 순간, 태혁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질문 1. 생후 6개월 초기 이유식 2단계 진입 시, 소고기 안심과 쌀가루의 이상적인 배합 비율을 서술하시오.] [질문 2. 국민 문짝과 에듀테이블 중 생후 9개월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 더 적합한 완구와 그 이유를 쓰시오.] [질문 3. 밤 기저귀 핫딜이 가장 자주 뜨는 요일과 빅스마일데이 쿠폰 중복 적용 경로를 약술하시오.]"……이게 대체 무슨 암호문이야?"태혁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확률 모델보다 더 난해하고 기괴한 문제들이었다. 옆에서 들여다보던 한준우가 혀를 끌끌 찼다."태혁아, 네가 아는 건 EBITDA랑 PER밖에 없잖아. 쌀가루 배합비를 네가 어떻게 알아?""시끄러워! 구글링하고 논문 검색해! 당장 국내외 소아청소년과 학술지 전부 뒤져!"태혁의 불호령에 엘리트 펀드매니저 셋이 머리를 맞대고 이유식 비율과 기저귀 할인율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차 제출 결과는 처참했다.[알림: 관리자에 의해 가입 신청이 거절되었습니다. 사유: 광고 대행업자 의심 및 기계적 단답형 서술.]"탈락? 내가 탈락이라고?!"태혁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포효했다. 어설프게 의학 논문을 인용한 답변이 맘카페 베테랑 매니저의 의심을 산 것이었다. 시간은 가차 없이 흘러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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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대표님의 밀가루 특훈

"차태혁 씨, 지금 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뭐 하는 짓이에요?"새벽안개 자욱한 조깅 트랙 위, 쓰레기봉투를 든 서진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달려오던 태혁이 멈춰 서며 20kg 쌀포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거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그 모습은 사모펀드 대표가 아니라 올림픽을 앞둔 역도 선수 같았다."서, 서진아…… 벌써 깼어?"태혁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멋쩍게 웃었다. 서진은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며 태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새벽엔 쌀 배달부 코스프레예요? 왜 이래요, 정말?""가을 운동회 2구간이 쌀포대 점프거든. 하람이한테 티라노 텐트 안겨주려면 하체 근력이랑 순발력을 길러야 해."태혁의 진지한 눈빛에 서진은 헛웃음을 삼켰다. 네 살배기 아들의 장난감 텐트를 따겠다고 쌀포대를 메고 새벽 트랙을 질주하다니. 한심했지만, 땀이 턱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붉어진 얼굴을 보자 왠지 가슴 한편이 찌릿했다.서진은 겉옷 주머니에서 시원한 이온음료 한 캔을 꺼내 태혁에게 툭 던졌다."마시고 들어가요. 동네 주민들이 보면 또 112 신고하니까."차가운 캔을 품에 안은 태혁의 눈이 등잔만 하게 커졌다. 서진이 먼저 건네는 호의에는 여전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태혁은 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감격의 눈물을 찔끔 흘렸다.돌아선 서진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스쳤다 사라졌다.***오전 10시, 서울 테헤란로 태원인베스트먼트 42층 대회의실. 원목 테이블 중앙에 백설 밀가루가 산더미처럼 쌓인 대형 은쟁반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밀가루 한가운데에는 알록달록한 포도맛 사탕들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대표님, 세팅 완료되었습니다!"초시계를 든 한준우와 백민석이 외쳤다. 태혁은 최고급 명품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쟁반 앞에 섰다."1구간 밀가루 사탕 먹기 시뮬레이션이다. 안면 침투와 폐활량만으로 사탕을 낚아챈다. 출발!"태혁은 주저 없이 얼굴을 밀가루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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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동화책과 잠꼬대 폭탄

딸깍. 104동 302호의 작은 아이 방 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천장에는 형광 별 스티커들이 은은하게 야광 빛을 발하고 있었고, 방 안 가득 베이비파우더 향기와 따스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침대 머리맡, 네 살배기 윤하람은 잠옷 차림으로 이불을 턱 끝까지 덮은 채 누워 있었다. 그리고 침대 옆 카펫 바닥에는 태혁이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무보수 육아 기사 계약서 특약 제6조.[외압 방어 완수 시, 1일 1회 하람이 야간 목욕 및 취침 동화 구연권 부여.] 조금 전, 태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람이의 머리를 감기고 뽀송뽀송하게 물기를 닦아주었다. 작은 발가락 하나, 통통한 배를 타월로 감싸 안을 때마다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올랐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그의 손에는 두툼한 양장본 서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어린이를 위한 백악기 공룡 대탐험》. 태혁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안경을 고쳐 쓰며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월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천억 원짜리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던 명석한 두뇌가 오직 네 살짜리 청중 한 명을 위해 풀가동되기 시작했다."옛날 옛적, 울창한 숲속에 용감하고 힘센 티라노사우루스가 살고 있었단다.""삼촌, 목소리가 너무 신사 같아서 재미없어! 티라노는 훨씬 무서운 소리를 낸단 말이야!"하람이가 이불 속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며 주문을 넣었다. 태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체면 따위는 개나 준 지 오래였다.태혁은 두 손을 갈고리처럼 구부려 얼굴 옆에 올리더니 포효했다."크아아아앙—! 내가 바로 백악기의 제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다!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강력한 꼬리치기로 날려버리겠다!""꺄르르르!"태혁의 리얼한 성대모사에 하람이가 배를 잡고 뒹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태혁은 신이 나서 트리케라톱스의 뿔 들이받기, 하늘을 나는 익룡의 날갯짓까지 온몸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밤새도록 쥐라기 공원을 통째로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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