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우리가 정할게요명월석 위의 두 이름은 마치 누군가 마지막 획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서문령.단하륜.문령은 자신의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평생 수없이 써온 이름이었다. 부모가 불러주었고, 책의 첫 장에도 적었고, 진법을 익힌 종이 아래에도 남겼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름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였다. 이름을 새기면 수월별궁과 연결된다. 별궁이 흔들리면 자신도 흔들리고, 자신이 무너지면 별궁도 무너진다. 명월석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이름을 새기면 주인이 된다.새기지 않으면 세 번째 봉인은 열린다.하륜이 낮게 웃었다.“선택권이 아주 친절하군.”문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을 너무 잘 보여주고 있었다.“결국 또 해야 한다는 말이네요.”문령의 말에 하륜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아니다.”“뭐가요?”“안 해도 된다.”문령은 눈을 깜박였다.하륜은 명월석이 아니라 그녀를 보고 있었다.“네가 싫으면 이름을 새기지 마.”“그러면 봉인이 열려요.”“그건 별궁의 문제지.”문령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졌다.“강호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그래도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네 책임이라고 밀어 넣는 건 다른 문제다.”문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월별궁보다 자신을 먼저 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부모도, 백유겸도, 별궁 자체도 늘 문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했다. 그런데 하륜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문령은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칠고 무뚝뚝해서 남의 마음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사람의 선택을 먼저 보았다.“단 공자는요?”문령이 물었다.“뭐가.”“정말 하기 싫으면 안 할 거예요?”하륜은 잠시 명월석을 바라보았다.“아직 모르겠다.”솔직한 대답이었다.문령은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다.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았고, 운명이니 책임
Last Updated : 2026-10-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