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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수월별궁의 두 주인: Chapter 11 - Chapter 14

14 Chapters

11화. 봉인보다 먼저

11화. 봉인보다 먼저중심 진침이 빠진 순간 수심각이 크게 흔들렸다.기둥 아래까지 올라온 물결이 난간을 세차게 때렸고, 차가운 물방울이 문령의 뺨과 머리카락 끝에 튀었다.물 아래의 문이 더 크게 벌어졌다.검은 기운이 틈 사이로 솟구쳤다.그러나 문령의 눈에는 그보다 하륜이 먼저 들어왔다.그는 검을 든 채 서 있었다.검은 선이 오른팔을 타고 올라가 있었고, 눈동자 안의 금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문령은 그의 앞에 진침을 꽂았다.푸른빛이 퍼졌다.검은 기운과 부딪히며 낮은 울림이 났다.하륜의 검끝이 문령의 어깨 가까이에서 멈췄다.“비켜.”목소리는 하륜의 것이었지만, 평소와 달랐다.문령은 고개를 저었다.“안 비켜요.”“진이 무너진다.”“알아요.”문령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손도 떨렸고 숨도 짧았다.그래도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하륜의 검끝보다 그의 눈을 보았다.조금 전까지 자신이 보는 곳을 먼저 보던 사람.자신이 틀릴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도, 지금까지는 맞았다고 담담히 말하던 사람.문령은 그 기억들을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다만 낮게 말했다.“돌아와요.”하륜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문령은 그 반응 하나에 숨을 붙잡았다.“단하륜.”검은 기운이 거칠게 일어났다.하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문령은 피하지 않았다.“저 여기 있어요.”그 말은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말을 한 뒤 문령은 잠시 멈췄다.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다만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이 한 쌍의 진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자신이 길을 보면 하륜이 그 길로 왔다.그렇다면 이번에도 자신이 길을 보여야 했다.문령은 아주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검날이 아니라 하륜 쪽으로.“이쪽이에요.”그녀의 목소리가 바람 사이로 낮게 흘렀다.하륜의 시선이 손끝을 따라왔다.검은 빛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금빛이 흔들렸다.문령의 가슴이 조여왔다.“아까 그랬잖아요.”문령은 숨을 골랐다.“제가 보는 곳으로 간다고.”하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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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아직 주인이 아니다

12화. 아직 주인이 아니다수심각 위로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은 그림자와 물보라로 뒤엉켜 있던 호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했다. 달은 서쪽으로 기울었고, 수면 위에 남은 은빛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문령은 그 고요가 오히려 낯설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나무함을 내려다보았다. 물 아래에서 떠오른 함 안에는 빛이 바랜 비단 조각과 옥가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글씨가 적힌 비단은 아직 펼치지 않았다. 흑련이 남긴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봉인한다.문령은 무심코 하륜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난간 가까이에 서서 호수를 보고 있었다. 검은 이미 칼집에 들어갔지만 오른팔에는 조금 전의 검은 기운이 남긴 선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는 먹물이 피부 밑으로 스며든 것처럼 보였다. 문령은 그 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렇게 보면 없어지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문령이 고개를 들었다. 하륜은 여전히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안 봤어요.”“봤다.”“……조금 봤어요.”하륜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강무결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 전의 전투보다 더 무거운 표정이 걸려 있었다.“사형. 그 기운은 단가로 돌아가 치료해야 합니다.”하륜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렸다.“치료할 수 있나?”강무결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만으로 충분했다. 백유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일반 의술로는 어렵습니다. 수월별궁의 진기가 눌러주지 않으면 더 깊이 파고들 가능성이 있습니다.”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문령에게 향했다. 문령은 그 시선이 싫었다. 봉인을 읽는 것도 자신이었다. 진을 여는 것도 자신이었고, 이제 하륜의 몸에 남은 기운까지 자신이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사람이 아니라 열쇠나 도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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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이름을 새기는 곳

13화. 이름을 새기는 곳호수 아래로 이어진 계단은 수심각 뒤편에 숨어 있었다. 낮에는 물과 수초에 가려 보이지 않던 돌계단이 새벽빛이 희미하게 번지자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은 물속으로 내려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위로 물이 넘치지 않았다. 양옆에서는 검푸른 호수가 벽처럼 흔들리고 있었고, 계단 위에는 달빛을 머금은 듯한 푸른 기운이 엷게 흐르고 있었다.문령은 첫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여기로 내려가는 거예요?”백유겸이 고개를 끄덕였다.“명월석은 수심각보다 더 아래에 있습니다.”강무결이 하륜의 팔을 한 번 바라보았다.“사형, 지금 상태로 내려가도 괜찮겠습니까?”“안 괜찮으면 네가 대신 이름을 새길 건가?”강무결이 입을 다물었다. 문령은 그 둘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게 웃었다. 하륜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웃었나?”문령의 얼굴이 굳었다.“아니요.”“방금 웃었는데.”“잘못 보신 거예요.”“그런가.”하륜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그 짧은 표정 때문에 문령은 괜히 먼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발밑에서 돌을 밟는 소리가 작게 울렸고, 양옆의 물에서는 물고기들이 멀찍이 지나갔다. 머리 위로는 분명 호수가 있었는데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마치 물이 두 사람을 피해서 길을 내주는 것 같았다.문령은 몇 계단을 내려가다 뒤를 돌아보았다. 하륜은 두 걸음쯤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문령은 괜히 앞을 보았다. 처음에는 뒤에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섰다. 지금은 오히려 일정한 발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더 신경 쓰일 것 같았다. 그 변화가 문령에게는 아직 낯설었다.“멈춰요.”문령이 갑자기 말했다.하륜은 즉시 멈췄다.“왜.”문령은 물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물결처럼 흔들리던 선이 점차 글자가 되고 있었다.검의 주인은 베지 못할 것을 알아야 하고,진의 주인은 열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야 한다.하륜이 글을 읽더니 낮게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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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우리가 정할게요

14화. 우리가 정할게요명월석 위의 두 이름은 마치 누군가 마지막 획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서문령.단하륜.문령은 자신의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평생 수없이 써온 이름이었다. 부모가 불러주었고, 책의 첫 장에도 적었고, 진법을 익힌 종이 아래에도 남겼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름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였다. 이름을 새기면 수월별궁과 연결된다. 별궁이 흔들리면 자신도 흔들리고, 자신이 무너지면 별궁도 무너진다. 명월석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이름을 새기면 주인이 된다.새기지 않으면 세 번째 봉인은 열린다.하륜이 낮게 웃었다.“선택권이 아주 친절하군.”문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을 너무 잘 보여주고 있었다.“결국 또 해야 한다는 말이네요.”문령의 말에 하륜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아니다.”“뭐가요?”“안 해도 된다.”문령은 눈을 깜박였다.하륜은 명월석이 아니라 그녀를 보고 있었다.“네가 싫으면 이름을 새기지 마.”“그러면 봉인이 열려요.”“그건 별궁의 문제지.”문령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졌다.“강호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그래도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네 책임이라고 밀어 넣는 건 다른 문제다.”문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월별궁보다 자신을 먼저 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부모도, 백유겸도, 별궁 자체도 늘 문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했다. 그런데 하륜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문령은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칠고 무뚝뚝해서 남의 마음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사람의 선택을 먼저 보았다.“단 공자는요?”문령이 물었다.“뭐가.”“정말 하기 싫으면 안 할 거예요?”하륜은 잠시 명월석을 바라보았다.“아직 모르겠다.”솔직한 대답이었다.문령은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다.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았고, 운명이니 책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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