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노른자위 부지. 태성 글로벌 메디컬 웰니스 앤드 리햅 센터 착공식 현장은 수백 명의 취재진과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아시아 최대 프라이빗 메디컬 랜드마크. 단상 현수막에는 은우의 이름이 총괄 디렉터로 박혀 있었다. 보육원 출신, 5억 원 누명, 성북동의 계약 치료사. 그 이름들이 오늘 이 글자 아래로 접혀 있었다.착공식이 시작되기 전, 은우는 리허설 동선을 태주와 함께 걸었다. 그가 몸을 돌릴 때 오른발을 짚는 위치를 살피느라 대기실 앞을 지나칠 뻔했다. 태주가 커튼을 걷어 주며 웃었다.“내 발은 봤고, 네 원고는?”은우는 손에 쥔 종이를 내려다봤다. 첫 문장을 몇 번이나 고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태주가 뒤에서 허리를 감싸자 그녀는 그의 손을 배 위에 올려 두고 더 내려가지 못하게 손목을 잡았다. 맥박이 빨랐다. 어느 쪽이 더 긴장했느냐고 묻기 전에 그가 귓가에 말했다.“오늘은 네 이름만 들릴 거야.”커튼 밖에서 진행자가 대기 순서를 불렀다. 은우는 원고를 한 번 펴서 접고 태주의 손을 놓았다.은우는 네이비 테일러드 정장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어깨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게 만든 것은 어젯밤 태주가 안에서 맞춰 준 호흡이었다. 허벅지 안쪽의 여운은 정장 아래로 숨었다.“통증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분들도 이곳을 이용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수익의 일부를 무상 재활에 배정하고, 치료를 받는 동안 머물 공간도 준비합니다. 진료와 재활이 끊기지 않도록 의료진과 함께 운영 기준을 세우겠습니다.”박수가 터졌다. 태주가 지팡이 없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걸음은 짧고 정확했다. 은우가 시선만으로 그의 골반을 읽었다. 틀어지지 않았다. 그가 은우의 옆에서 마이크를 받
Last Updated : 2026-10-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