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주는 만년필이 멎을 때까지 그 손끝을 지켜보았다. 서명을 마친 은우가 계약서를 돌려주자, 그제야 서류를 받아 들고 치마 안의 손을 거두었다. 손가락이 젖어 있었다. 그는 그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고, 은우의 입술에 잠깐 댔다. 은우가 그 손가락을 베어 물지도, 피하지도 않았다.테라스를 나설 때 박 실장이 내일 일정표를 건넸다. 태주는 치료 시간을 늘리려다, 은우가 계약서에 적은 휴게 시간을 보고 펜을 멈췄다.“이 시간에는 뭘 하지?”“쉬겠습니다.”그는 일정표를 돌려줬다. 은우는 처음으로 저택에서 자신이 닫아도 되는 문을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호출을 기다리기 전에 창문부터 열고 싶었다.박 실장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태주가 회신 여부를 묻자 그는 한유라 쪽 기사 정정 요청은 아직 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은우는 내일 자신에게도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그날 밤 깊은 시각. 강남의 한 어두운 펜트하우스에서, 태주의 이복형 강승현이 깨진 위스키 잔을 쥔 채 핏발 선 눈으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한유라가 체포됐다고? 강태주 그 새끼가 두 다리로 일어섰단 말이지?”승현의 입술 사이로 뱀 같은 살기가 새어 나왔다.“전문 킬러 팀을 준비해. 다음 주 요양 별장 이동 경로를 노린다. 이번엔 휠체어가 아니라 관짝에 처넣어 주마.”승현은 통화가 끝난 뒤에도 전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금이 간 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태주가 제 발로 걷는 모습만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옆에서 여자까지 서 있는 모습은, 더더욱.***다음 날 아침, 은우는 성북동 별채에서 계약서 사본과 치료 수첩을 따로 챙겼다. 한유라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정민석의 병원에서 확보한 자료는 수사 중이었다. 박 실장이 보낸 정정 기사 목록에는 아직 회신이 없는 매체들이 남아 있었다. 은우는 그 목록을 변호사에게 돌려보낸 뒤 오전 일정표를 열었다.은우가 제출한 자료에 대한 확인과 기사 정정 요청은 계속되고 있었다. 저택에서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4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