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이 나를 버린 밤, 그의 비서가 내게 왔다: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21화. 징역 12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형사부 대법정.엄숙한 적막과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피고인석에 강진우가 서 있었다. 갈색 미결수 수의를 걸친 남자의 모습은 불과 몇 달 전 강남 일대를 주름잡으며 세상을 발밑에 두었던 오만한 재벌 3세의 형색이 아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아 거친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었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이 피고인석 난간을 붙든 채 덜덜 떨리고 있었다.남자의 충혈된 눈동자는 방청석을 향해 핏발 선 살기를 뿜어내며 허공을 위태롭게 헤매고 있었다. 입술은 바싹 말라 하얗게 터져 있었고, 죄수의 비참함만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방청석 맨 앞줄에는 완벽하게 재단된 다크 네이비 명품 정장을 입은 한서경과 권태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경의 서늘하고 우아한 기품이 흐르는 완벽한 옆얼굴은 법정 전체의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 곁에 그림자처럼 든든하게 앉은 태하의 무테안경 너머 눈동자는 단두대의 칼날처럼 차가웠다. 자신을 파멸시킨 아내와 전직 수행비서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진우의 입술이 피가 나도록 짓씹혔다.진우는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개처럼 부리던 비서에게 아내도, 회사도, 명예도 모두 빼앗겼다는 굴욕감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남자의 숨통을 조였다.서경은 진우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도 손을 빼지 않았다. 태하 역시 그녀를 대신해 맞서려 하지 않았다. 손가락에 닿는 온기만 전하며, 재판장이 들어오는 쪽으로 함께 고개를 돌렸다.“피고인 강진우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사건의 1심 선고를 시작합니다.”재판장의 묵직하고 서슬 퍼런 음성이 대법정 안을 무겁게 내리눌렀다.판사는 진우가 지난 수년간 해외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린 400억 원의 횡령 내역, 상습 마약 투약과 성매매, 그리고 회사의 법인 자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추악한 죄질을 조목조목 낭독했다.재판장이 호텔 스위트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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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대표이사 한서경

다음 날 오전 10시, 서울 테헤란로 해성물산 본사 사옥 1층 그랜드 로비 및 25층 컨벤션홀.사옥 전면에는 거대한 금빛 플래카드가 위풍당당하게 내걸려 있었다. [주식회사 명진글로벌 출범식 및 한서경 단독 총괄대표이사 취임식]. 로비에는 대한민국 10대 그룹 총수들과 정재계 거물들이 보낸 수백 개의 백합꽃 화환이 화려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지난 3년간 족벌 일가의 부정부패와 방탕한 사생활로 멍들었던 기업이, 마침내 부패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여왕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었다. 사옥으로 들어서는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 차 있었다.컨벤션홀의 육중한 체리목 문이 열리며 찬란한 샹들리에 조명이 쏟아져 내렸다. 순백의 맞춤 실크 케이프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한서경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단상으로 걸어 들어왔다. 서경의 가녀린 하얀 목선에 단정하게 걸린 심플한 5캐럿 최고급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리고 턱을 당당하게 치켜든 서경의 자태에서는 세상을 발밑에 둔 절대적 여왕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정략결혼 생활 동안 ‘침대에서 목석같은 허수아비’라 조롱당하던 상처 입은 여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경은 단상에 오르기 전 객석을 둘러보고, 제 이름이 적힌 연단으로 향했다.와아아아—!수백 명의 취재진과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서경이 마이크 앞에 서서 단호하고 서늘한 카리스마로 취임 연설을 시작했다.“명진글로벌은 과거의 비리를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경영진의 책임부터 분명히 하겠습니다. 오늘부터 그 일을 시작합니다.”서경의 당당하고 힘찬 취임 선언에 거대한 컨벤션홀 전체가 뜨거운 환호와 전율의 박수로 가득 찼다. 대한민국 재계에 새로운 여성 총수의 위대한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단상 아래 객석 맨 앞줄, 다크 네이비 수트에 은빛 무테안경을 쓴 블랙록 아시아의 권태하 총괄 전무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서경을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남자의 깊고 서늘한 흑안에는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지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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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사직서와 청혼

달빛이 은은하게 쏟아지는 펜트하우스 45층 루프탑 프라이빗 테라스.권태하가 서경의 앞에 건넨 감청색 벨벳 케이스 안에서, 밤하늘의 별빛을 훔쳐온 듯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5캐럿 오벌 컷 최고급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 서경은 열린 케이스와 함께 놓인 사직서를 번갈아 보았다. 지난 3년 동안 자신을 지켜보던 남자가 이제는 비서라는 호칭 밖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은빛 달빛 아래서 반지는 서경의 깊고 맑은 눈동자처럼 신비롭게 일렁였다. 남자의 손끝은 화상이라도 입을 것처럼 뜨거웠고, 그 시선은 세상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 서경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눈물이 차올랐다.반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케이스를 받친 손이었다. 늘 흔들림 없이 서류를 건네던 손끝에 오늘은 힘이 들어가 있었다. 서경은 그 미세한 긴장을 알아보고 나서야 자기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 앞에 서 있다는 실감이 났다.“지금 바로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경 씨가 원하는 만큼 기다리겠습니다.”남자의 낮고 서늘하면서도 지극히 다정한 중저음이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서경의 귓전을 촉촉하게 적셨다.서경의 긴 속눈썹 끝에 맺힌 투명한 이슬이 달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요동치며 벅찬 전율과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태하 씨…… 아직 겁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당신 앞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곁에 있으면서도 더 일찍 돕지 못했습니다.”태하가 서경의 떨리는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끌어 자신의 뜨거운 뺨에 가져다 대었다.남자의 깊고 서늘한 흑안에는 영원히 식지 않을 헌신적인 사랑과 지배적인 열망이 깊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남자의 묵직한 호흡이 서경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따스하게 감쌌다.“사모님이 겪은 일은 사모님 잘못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제가 먼저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함께해 주시겠습니까?”서경은 아직 손끝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 손으로 그의 손등을 가만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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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시댁의 몰락

테헤란로 명진글로벌 본사 사옥 1층 그랜드 로비.화려했던 수천만 원대 밍크코트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대신 때 묻은 낡은 옷을 걸친 시어머니 조영숙 여사. 그리고 그녀의 뒤편으로 해성그룹의 단물을 빨아먹던 시댁 방계 친족 10여 명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엎드려 있었다. 지나가는 수백 명의 회사 직원들과 취재진이 그 비참하고 흉물스러운 몰골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혀를 차고 있었다.수십 년간 재벌가의 권세를 부리며 군림하던 자들의 끔찍한 자멸이었다. 그들이 누려온 특권과 오만함이 한 줌의 먼지처럼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대리석 바닥에는 노인들의 피눈물과 콧물이 더럽게 짓이겨져 있었다.“서경아……! 대표님을 뵙게 해다오! 제발 며늘아기를 한 번만 만나야 한다!”조 여사가 피눈물을 흘리며 로비 바닥을 손톱으로 긁어댔다.채권자들의 변제 요구에 재산이 묶이고 살던 성북동 저택마저 잃은 자들의 절박한 구걸이었다.오만방자하게 며느리를 짓밟던 시어머니의 꼴은 한낱 길거리 거지보다 초라했다.그때, 로비 정문 앞에 칠흑 같은 최고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완벽한 스리피스 수트를 차려입은 권태하가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정중하게 열었다. 우아한 다크 에메랄드 실크 슬랙스 정장을 차려입은 한서경이 눈부신 자태로 내렸다.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어젯밤 태하가 끼워준 5캐럿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을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의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마다 범접할 수 없는 재계 여왕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서경은 로비에 들어서기 전 반지를 낀 손을 내려다봤다. 밤새 들었던 청혼의 말과 유리문 너머의 고함이 잠깐 겹쳤다. 그녀는 손을 펴고 제 발로 문을 통과했다. 태하는 한 걸음 뒤에서 보폭을 맞췄다.“서, 서경아……! 며늘아가!”조 여사가 무릎으로 기어 와 서경의 가죽 구둣발을 붙잡고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매달렸다.“우리가 죽을죄를 지었다……! 제발 우리 일가족 좀 살려다오! 지하 셋방이라도 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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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런던의 휴식

얼마 뒤,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을 빠져나온 전용 의전 차량이 도착한 곳은, 템스강의 굽이치는 물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치먼드 힐(Richmond Hill) 언덕 위의 고즈넉한 빅토리아풍 프라이빗 대저택 빌라였다.가을의 짙은 물안개가 정원의 붉은 단풍나무와 고풍스러운 석조 아치 기둥을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감싸 안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에는 붉은 참나무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벽난로 속에서 따스한 황금빛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재벌가의 치열했던 암투와 남편의 지옥 같던 폭언, 그리고 세상의 번잡한 시선이 완벽하게 차단된 오직 두 사람만의 성역이었다.공기 중에는 젖은 흙냄새와 함께 벽난로 장작의 은은한 온기가 스며 있었다.서경은 부드럽고 두툼한 크림색 캐시미어 카디건을 걸친 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얼그레이 홍차 잔을 손에 쥐고 창밖의 템스강을 바라보았다.지난 3년 동안 단 하루도 다리를 뻗고 편히 숨 쉬며 잠들지 못했던 지옥 같은 긴장의 세월들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기분이었다.온몸을 짓누르던 무거운 피로가 따뜻한 차 한 모금과 함께 사르르 녹아내렸다.서경은 찻잔을 내려놓고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누군가 들어올 소리에 대비해 어깨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문 쪽으로 기울어 있던 몸을 돌려, 이번에는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끝까지 따라갔다.“춥지 않으십니까, 사모님.”뒤편에서 조용하고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권태하가 다가왔다.남자는 편안한 블랙 캐시미어 니트에 슬랙스를 입고 있었지만, 그 단단한 어깨와 훤칠한 피지컬은 여전히 숨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남자의 손에 들린 앤틱 크리스털 글라스 안에서 최고급 싱글몰트 위스키가 황금빛으로 찰랑였다.“아니요. 여기선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지 않네요.”서경이 돌아보며 부드럽고 투명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눈가에는 과거의 처연하고 차가웠던 얼음 가면 대신, 사랑받는 여인 특유의 맑고 눈부신 생기가 피어나 있었다.남자와 마주 선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꿈결처럼 평화로웠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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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서경의 선택

런던 리치먼드 빌라의 마스터 드레스룸.전면 대형 전신 거울 앞에 선 한서경의 모습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 파격적이고 아름다웠다.과거에는 남편의 강요와 시댁의 엄격한 눈치 때문에 목과 쇄골을 꽁꽁 싸맨 답답한 옷만 입어야 했던 그녀였다.‘정숙하고 얌전해야 한다’며 숨조차 쉬지 못하게 옭아매던 시댁의 위선적인 족쇄.하지만 오늘 밤 서경이 선택한 것은, 등 전체가 아찔하게 파여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엉덩이 골 직전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짙은 에메랄드빛 백리스 실크 이브닝드레스였다.잘록한 허리선을 타고 매끄럽게 흐르는 최고급 실크 자락, 그리고 걸을 때마다 하얗고 탄탄한 허벅지가 은밀하게 드러나는 깊은 옆트임.서경의 우윳빛 투명한 피부와 에메랄드의 짙은 보석빛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치명적이고 오만한 관능을 뿜어냈다.거울 속에 비친 서경의 눈동자는 더 이상 눈물에 젖어 있지 않았다. 자신의 매혹적인 관능을 자각한 여왕의 시선이었다.서경은 어깨를 펴고 거울 앞에서 한 번 돌아섰다. 드레스 자락이 발목에 걸리는지 확인한 뒤, 옷깃을 끌어 올리려던 손을 내렸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꿔 입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은 자신이 고른 옷으로 나가고 싶었다.사각, 사각.드레스룸 문이 열리며 완벽한 블랙 턱시도를 기품 있게 차려입은 권태하가 걸어 들어왔다.거울 너머로 에메랄드 드레스를 입은 서경의 파격적이고 눈부신 뒷모습을 마주한 남자의 흑안이 순식간에 맹수처럼 짙게 가라앉았다.남자의 무테안경 너머로 칠흑 같은 눈동자가 번뜩였고,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완벽하게 절제되어 있던 남자의 포커페이스가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사모님.”태하가 성큼 다가와 서경의 드러난 매끄러운 등줄기에 크고 뜨거운 손바닥을 얹었다.남자의 손끝이 척추 마디마디를 따라 쓸어 내려갈 때마다 살결 위로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오늘 밤은 제 집중력이 시험받겠군요. 드레스가 잘 어울리십니다.”남자의 낮고 은밀한 귓가 속삭임에, 서경은 과거처럼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대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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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패션 위크

영국 런던 첼시,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야외 중앙 광장.전 세계 50여 개국 주요 글로벌 패션 매거진과 방송사 취재진의 수백 대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폭죽처럼 눈이 멀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런던 글로벌 패션 위크 VVIP 갈라 디너 레드카펫.수많은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유럽 왕실 귀족들, 그리고 세계 유력 재벌 총수들이 자리를 빛내는 화려한 무대 중앙으로, 칠흑처럼 짙은 최고급 롤스로이스 팬텀 리무진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도어맨이 차 문을 열자, 먼저 완벽하게 재단된 영국식 블랙 턱시도를 차려입은 권태하가 성큼 내렸다.곧게 편 단단한 어깨, 서늘한 은빛 무테안경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거대 자본의 황제다운 기품에 취재진의 감탄 어린 탄성이 터져 나왔다.태하가 정중하게 손을 뻗어 차 안의 여인을 조심스럽게 에스코트했다.차에서 내린 한서경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난 순간, 셔터 소리가 일순간 멎을 듯한 숨 막히는 침묵이 광장 전체를 지배했다.등 라인이 엉덩이 골 직전까지 아찔하게 파여 매끄러운 척추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짙은 에메랄드빛 백리스 실크 드레스.걸음을 옮길 때마다 깊은 옆트임 사이로 하얗고 탄탄한 각선미가 은밀하게 드러났고, 가녀린 목선에는 심플한 5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눈부신 광채를 뿜어냈다.우아하면서도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인 자태였다.“Who is that stunning lady?! Look at her back!”“Look here, Madam Han! Mr. Kwon! Please look at camera one!”외신 기자들의 폭발적인 함성과 플래시 세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동양인 여성 총수가 뿜어내는 서늘하고도 압도적인 귀티와 관능에 서양의 호사가들이 넋을 잃었다. 서경은 여유롭고 매혹적인 여왕의 미소를 지으며 곁에 선 태하의 단단한 팔짱을 부드럽게 꼈다.두 사람의 완벽한 실루엣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한 폭의 명화처럼 빛났다. 남자의 단단한 팔뚝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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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마지막 면회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1교도소(청송교도소) 특별접견실.두꺼운 방탄유리 너머의 차가운 철제 의자에는 수용번호 ‘7140’을 가슴에 단 강진우가 웅크려 앉아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파리한 뺨, 깊이 푹 꺼진 눈가, 그리고 자해를 시도해 하얀 붕대로 칭칭 동여맨 손목이 사시나무 떨듯 경련하고 있었다. 한때 강남 일대를 주름잡던 오만방자했던 재벌 3세의 몰골은 온데간데없고, 그곳에는 절망과 광기 속에 썩어가는 한낱 중범죄자 독방 죄수만이 남아 있었다.남자의 옷깃은 구겨져 있었고, 손목을 감싼 붕대 가장자리가 조금 들떠 있었다. 남자의 손톱 밑에는 벽을 긁어대다 낀 피딱지가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었다. 교도관 둘이 양옆에서 남자의 어깨를 경계하며 감시하고 있었다.철컥.무거운 철제 문이 열리고, 한서경이 걸어 들어왔다. 순백의 최고급 맞춤 화이트 슬랙스 수트에 심플한 블랙 힐을 신은 서경의 자태는, 한 줄기 성스러운 빛처럼 차갑고 눈부셨다.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서울의 테라스에서 태하가 끼워준 5캐럿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가 영롱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유리창 너머의 어둠과 서경이 뿜어내는 눈부신 후광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마다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접견실의 적막을 지배했다.덜컹—!진우가 미친놈처럼 철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방탄유리창을 두 손바닥으로 쾅쾅 내리쳤다.“서경아……! 한서경! 네가 드디어 왔구나!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인터폰 수화기 너머로 쏟아지는 남편의 피맺힌 고함과 비참한 애원.남자는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차가운 유리창에 제 이마를 짓이기듯 비벼댔다.“내가 다 잘못했어! 무릎 꿇고 빌게! 네 발가락이라도 핥을게! 이혼만은 제발 취소하고 선처 탄원서만 써줘! 매일 밤마다 온몸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아! 여기서 12년을 썩다간 나 진짜 미쳐서 자살할지도 몰라! 살려줘, 서경아!”추악하고 비참한 구걸.서경은 인터폰 수화기를 천천히 귀에 대며, 입가에 서늘한 여왕의 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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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둘만의 서약

영국 런던 리치먼드 힐(Richmond Hill), 템스강이 굽이쳐 흐르는 언덕 위의 고풍스러운 대저택.가을의 황혼이 하늘을 핏빛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강물 위로 눈이 부실 정도의 영롱한 금빛 윤슬을 흩뿌리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모든 끔찍했던 과거와 악연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내고 돌아온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고요하고 웅장한 대자연의 축복만이 가득 차 있었다. 시끄러운 하객도, 위선적인 재벌 사교계의 계산도,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도 없는 오직 두 영혼만의 신성하고 순수한 결혼식이었다.강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젖은 잔디 냄새와 붉은 장미의 향기가 테라스를 가득 채웠다. 세상의 그 어떤 화려한 호텔 예식장보다 더 거룩하고 성스러운 둘만의 성역이었다.서경은 문득 입을 열었다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는 그녀에게 말을 재촉할 하객이 없었다. 누군가 써준 인사말을 외우던 결혼식과는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어디서 시작할지 잠깐 망설였을 뿐이었다. 태하는 먼저 말하지 않고, 그녀의 손이 자신을 향해 뻗어 오기를 기다렸다.야외 가든 테라스의 하얀 대리석 난간 앞. 서경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심플하고 우아한 오프화이트 실크 슬립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가을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흑발, 그리고 노을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그녀의 살결은 세상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왕의 모습이었다.그녀의 맞은편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화이트 실크 셔츠의 단추를 가볍게 풀어헤친 권태하가 마주 서 있었다. 남자의 깊고 서늘했던 흑안은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서경을 향한 숭배와 헌신적인 사랑으로 깊게 젖어 있었다. 서경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5캐럿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가 영롱한 빛을 발했다. 서경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반지 위로 붉은 노을이 스쳐 갔다.“태하 씨.”서경이 먼저 손을 뻗어 남자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 위에 하얀 손바닥을 얹었다.남자의 셔츠 너머로 쿵쾅거리는 묵직한 심장 박동이 서경의 손끝을 타고 전신으로 번져나갔다.“새벽 2시에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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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장미 정원

둘만의 서약에서 1년여가 흐른 뒤, 두 번째 맞는 화창한 봄날, 영국 런던 리치먼드 힐 대저택.정원 가득 만개한 순백의 화이트 로즈 가든 위로 따스한 5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그사이 대한민국과 글로벌 재계의 판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격변했다.낡고 썩은 과거의 잔재는 완전히 소멸했고, 새로운 질서가 황금빛으로 자리 잡았다.한서경 총괄대표가 이끄는 명진글로벌은 유럽 명품 하우스들과의 독점 유통망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세계 10대 패션·유통 제국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미국 포브스(Forbes)지는 한서경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위’로 선정하며 1면 표지를 장식했다. 과거 재벌가의 억압 속에서 목석이라 조롱당하던 여인은, 이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의 거물로 군림하고 있었다.그녀의 한마디에 글로벌 패션 시장의 주가가 출렁였다. 세상은 그녀를 ‘살아있는 여왕’이라 부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반면 파멸의 늪에 빠진 자들의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청송교도소에 수감된 전남편 강진우는 정신건강이 크게 악화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판결을 뒤집어 보겠다던 기세도, 서경을 불러내려던 집요함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남자는 여전히 벽을 긁어댔고, 전남편의 권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만방자하게 며느리를 짓밟던 시어머니 조 여사는 노숙인 쉼터를 전전하며 매일 며느리의 이름을 부르짖다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지내게 됐고, 내연녀 유채은 역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들이 서경에게 전해 달라던 부탁도 더는 그녀의 일상을 흔들지 못했다.***정원의 푸른 잔디밭 위, 하얀 파라솔 아래서 한서경이 평화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품 안에는 천사처럼 곤히 잠든 생후 3개월 된 건강한 사내아이가 안겨 있었다. 두 사람의 뜨겁고 숭고한 사랑의 결실이자, 제국의 유일무이한 후계자였다.아이의 하얀 뺨 위로 부드러운 봄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를 바라보는 서경의 미소에는 한없는 자애로움과 평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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