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형사부 대법정.엄숙한 적막과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피고인석에 강진우가 서 있었다. 갈색 미결수 수의를 걸친 남자의 모습은 불과 몇 달 전 강남 일대를 주름잡으며 세상을 발밑에 두었던 오만한 재벌 3세의 형색이 아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아 거친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었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이 피고인석 난간을 붙든 채 덜덜 떨리고 있었다.남자의 충혈된 눈동자는 방청석을 향해 핏발 선 살기를 뿜어내며 허공을 위태롭게 헤매고 있었다. 입술은 바싹 말라 하얗게 터져 있었고, 죄수의 비참함만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방청석 맨 앞줄에는 완벽하게 재단된 다크 네이비 명품 정장을 입은 한서경과 권태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경의 서늘하고 우아한 기품이 흐르는 완벽한 옆얼굴은 법정 전체의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 곁에 그림자처럼 든든하게 앉은 태하의 무테안경 너머 눈동자는 단두대의 칼날처럼 차가웠다. 자신을 파멸시킨 아내와 전직 수행비서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진우의 입술이 피가 나도록 짓씹혔다.진우는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개처럼 부리던 비서에게 아내도, 회사도, 명예도 모두 빼앗겼다는 굴욕감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남자의 숨통을 조였다.서경은 진우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도 손을 빼지 않았다. 태하 역시 그녀를 대신해 맞서려 하지 않았다. 손가락에 닿는 온기만 전하며, 재판장이 들어오는 쪽으로 함께 고개를 돌렸다.“피고인 강진우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사건의 1심 선고를 시작합니다.”재판장의 묵직하고 서슬 퍼런 음성이 대법정 안을 무겁게 내리눌렀다.판사는 진우가 지난 수년간 해외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린 400억 원의 횡령 내역, 상습 마약 투약과 성매매, 그리고 회사의 법인 자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추악한 죄질을 조목조목 낭독했다.재판장이 호텔 스위트룸의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