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덜컥—!“한서경! 문 열어보라니까, 당장!”파우더룸 문고리가 부서질 듯 거칠게 흔들리는 쇳소리에 서경의 심장이 차가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태하의 뜨겁고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의 떨리는 입술을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었고, 남자의 단단한 흉근이 서경의 여린 가슴을 으스러뜨릴 듯 강하게 밀착하고 있었다. 남자의 은빛 무테안경 너머 눈동자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하고 서늘한 이성으로 빛나고 있었다.태하는 신속하고 은밀한 손놀림으로 서경의 드레스 등 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정하게 정돈해 주었다. 남자의 긴 손가락이 서경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문 여십시오, 사모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당하게요.”태하가 안쪽 탈의실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감추자마자, 서경은 떨리는 가쁜 숨을 삼키며 자물쇠를 돌렸다.달칵.문이 열리자마자 술에 취해 눈이 벌겋게 충혈된 강진우가 신경질적으로 들이닥쳤다.“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안에서 혼자 대체 뭘 하고 있었는데?!”진우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파우더룸 안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서경은 팔짱을 끼며 차갑고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남편의 얼굴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화장 고쳤어요. 가방은 차에 뒀다고 아까 말했잖아요. 열쇠가 급하면 당신 주머니부터 봐요. 나한테 맡긴 적은 없으니까.”진우는 곧바로 받아치려 입을 열었다가, 서경의 시선에 말문이 막혔다. 한 걸음 더 들어오려는 그 앞을 서경이 거울 쪽으로 옮겨 서서 막았다. 남자는 파우더룸 공기 중에 은은하게 맴도는 서늘한 시더우드 향과 묘하게 달아오른 열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했지만, 아내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자태 앞에서 더 이상 구체적인 트집을 잡지 못했다.“쯧, 쓸데없이 시간이나 끌고…… 얼른 나와, 가자.”진우가 혀를 차며 복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서경은 대리석 문가에 기대어 다리에 풀린 힘을 간신히 추슬렀다. 거울 너머로 탈의실 문틈에서 번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