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면 큰일 나는 거요.”차이준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하자, 윤서하는 손안의 반지를 더 꽉 쥐었다.도현은 둘을 번갈아 보더니 바닥에 흐트러진 시트를 한번 내려다봤다.“뭘 잃어버렸는데요?”서하가 대답하려는 순간 이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제 키.”“또요?”도현이 웃었다.“차이준 씨 물건 진짜 잘 잃어버리시네.”“그러게요. 이상하게 윤서하 씨 근처에만 오면 자꾸 없어져서.”서하가 곧장 노려봤다.“그 입부터 잃어버리게 해드려요?”“봐요. 되게 적극적이죠.”도현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서하는 반지를 다시 손가락에 끼우며 속으로 이준을 열 번쯤 죽였다. 다행히 도현은 더 묻지 않았고, 기사 호출이 들어오자 먼저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서하가 이준 팔을 툭 쳤다.“왜 거짓말해요.”“살려줬는데.”“누가 살려달랬어요?”“그럼 남편한테 ‘키스하다 반지 빠졌어요’라고 해?”“미쳤어요?”“봐. 살려준 거 맞네.”“당신 때문에 수명이 줄어요.”“그럼 오래 붙어 있어야겠다. 책임지게.”“책임질 생각 말고 멀리 떨어져요.”서하는 반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린넨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날 밤, 이준은 키스 얘기도 반지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대신 낡은 사진 상자 하나를 들고 청소실 앞에 나타났다.“이거 알아?”이준은 상자를 작업대 위에 내려놨고, 안에는 빛바랜 직원 사진이 수십 장 들어 있었다. 정원, 주방, 세탁실, 기사 대기실. 얼굴은 많았는데 이름이 거의 없었다.“이 사람들 누구인지 찾고 싶어.”서하가 사진 한 장을 집었다.“왜 나한테 물어요?”“넌 알 것 같아서.”“제가 30년 일한 줄 알아요?”“아니. 근데 너희 팀은 사람 이름 말고도 다른 걸 기억하잖아.”서하 손이 멈췄다.“뭘.”“별명, 어느 층 맡았는지, 누가 누구 다음으로 들어왔는지. 그런 거.”“그걸 어떻게 알아요?”“김미자 선생님이 그러더라. 청소팀은 인사기록보다 사람을 오래 기억한다고.”서하는 처음엔 시큰둥했으나 사진을 넘길수록 손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