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야?”문밖에서 도현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서하는 온몸의 감각이 한꺼번에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조금 전까지 입술에 남아 있던 열감도, 바로 앞에 선 차이준의 젖은 셔츠도, 세탁실 안을 가득 채운 눅눅한 공기도 갑자기 지나치게 선명해졌다. 빗소리는 여전히 창문과 외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보다 문밖의 작은 인기척 하나가 더 크게 들렸다.서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이준의 가슴을 밀었다.“나가요.”목소리를 낮추느라 입술만 빠르게 움직였다.이준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문 쪽을 한번 보더니 서하를 내려다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 인간의 얼굴에는 아주 미세한 장난기가 남아 있었다.“어디로.”“몰라요. 아무 데로나.”“정문으로 나가면 더 빠른데.”서하는 눈을 크게 떴다.“미쳤어요?”그때 문손잡이가 한번 돌아갔다.잠금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지만 오래된 문이 습기를 먹어 뻑뻑해진 탓인지 바로 열리지는 않았다. 도현이 바깥에서 문을 한 번 더 밀었다.“안에 있지?”서하는 급히 대답했다.“어! 잠깐만!”평소보다 조금 높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자기 귀에도 어색했다.서하는 주변을 훑었다. 세탁기 두 대, 벽 쪽에 쌓인 린넨 바구니, 젖은 유니폼, 그리고 낮에 직원에게 들었던 오래된 비상동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별장은 예전에 가족과 직원의 이동 공간을 완전히 나눠 사용했던 곳이라 세탁실 뒤에도 작은 외부 통로가 있다고 했다.서하는 세탁기와 벽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역시나 낡은 문 하나가 있었다.“여기.”이준이 따라와 고개를 숙였다.“저기로 나가라고?”“네.”“너무 좁은데.”“몸 접으면 되잖아요.”“나 차이준인데.”서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그를 돌아봤다.“그래서요?”“태어나서 이런 데로 쫓겨나본 적이 없어서.”“축하해요. 오늘 처음 해보겠네.”이준이 웃음을 참는 동안, 서하는 그의 팔을 잡아 문 쪽으로 밀었다. 젖은 셔츠 너머로 아직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고, 그 감각 때문에 오히려 더 조급해졌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