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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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가족은 아니지만

# 11화. 가족은 아니지만“나도.”이태건은 너무 쉽게 말했다.“기다렸어.”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정문 앞은 여전히 시끄러웠다.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오고 있었고, 동아리 홍보 부스에서는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떠들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쪽에서는 차들이 줄지어 섰고, 건널목 신호음도 계속 울렸다.그런데 이상하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기다렸어.이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울렸다.도윤은 내 품에 활동지를 쥐여주며 신이 나 있었다.“누나, 봐. 나 잘 그렸지?”나는 겨우 정신을 붙잡고 활동지를 내려다봤다.크레파스로 그린 세 사람.가운데 작은 아이.왼쪽에는 검은색으로 크게 칠해진 사람.오른쪽에는 갈색 머리를 가진 사람.그리고 지붕.아빠.나.비상 누나.단순한 그림인데, 이상하게 오래 보게 됐다.“잘 그렸네.”내 목소리가 조금 작게 나왔다.도윤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이 물어봤어.”“뭐라고?”“가족이야?”손끝이 멈췄다.태건의 시선도 나에게 닿았다.나는 도윤을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그래서 도윤이는 뭐라고 했어?”“아직 아니야.”도윤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근데 나중에.”심장이 내려앉았다.나는 바로 말을 찾지 못했다.세 살짜리 아이의 말이었다.어른들의 복잡한 관계도, 소문의 무게도, 마음의 거리도 모르는 아이의 말.그런데 그래서 더 곤란했다.도윤에게는 모든 게 단순했다.좋으면 같이 있고 싶고, 보고 싶으면 부르고, 손을 잡아주면 가족 그림 안에 넣는 것.그 단순함이 너무 따뜻해서, 나는 더 조심스러워졌다.“도윤아.”나는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누나는 도윤이 많이 좋아해.”도윤의 얼굴이 밝아졌다.“응!”“근데 가족이라는 건 조금 천천히 생각해야 하는 거야.”도윤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왜?”왜.이 질문이 제일 어려웠다.나는 대답을 고르느라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가족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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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가족 참여 수업

# 12화. 가족 참여 수업“네 이름 말했다.”이태건의 말이 골목에 내려앉았다.도윤은 그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세상 모르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방금 자신이 내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마음을 얼마나 크게 흔들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가족 참여 수업.그 단어가 너무 묵직했다.그냥 어린이집 행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쉬웠다.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고, 간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그런 날. 나도 어릴 때 비슷한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도윤에게는 그게 그냥 행사가 아닐지도 몰랐다.아이들이 각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오는 날.누가 누구와 사는지, 누가 누구에게 안기는지, 그런 걸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날.그런 날에 도윤이 내 이름을 말했다.나는 손끝을 꼭 쥐었다.“저는 가족이 아니잖아요.”겨우 나온 말이었다.태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알아.”그가 낮게 말했다.“그러니까 안 와도 돼.”그 말은 배려였다.분명 배려였다.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 한쪽이 조금 내려앉았다.왜인지 서운하다고 느끼는 내가 더 이상했다.“도윤이는... 많이 기대해요?”태건은 품 안의 아이를 내려다봤다.“아까 선생님이 가족 참여 수업 얘기 꺼내자마자 네 이름부터 말했대.”“...”“아빠랑 비상 누나 온다고.”나는 입술을 깨물었다.아빠랑 비상 누나.그 조합이 웃기면서도 아팠다.“선생님은 뭐래요?”“부모 아니어도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보호자나 가까운 어른이면 괜찮대.”가까운 어른.그 말이 또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다.가족은 아니지만.보호자는 아니지만.그래도 아이에게 가까운 어른.나는 도윤의 얼굴을 보았다.작은 손이 태건의 후드 끈을 쥐고 있었다. 자는 와중에도 놓지 않고 있었다.“생각해볼게요.”내가 말했다.태건의 눈이 나에게 닿았다.“무리하지 마.”“무리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그는 잠깐 나를 보다가 아주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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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사진 한 장의 무게

# 13화. 사진 한 장의 무게[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1장]안내문에 적힌 문장은 짧았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한 줄이 오래 눈에 박혔다.가족사진.어린이집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일 것이다.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찍은 사진. 벽에 붙여두고, 아이들이 자기 가족을 소개하는 활동.그런데 내게는 그 말이 너무 무거웠다.나는 가족이 아니었다.도윤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고마웠다.내가 오면 웃고, 내 손을 잡고, 그림 안에 나를 넣어주는 것도 가슴이 따뜻했다.하지만 사진은 달랐다.그림은 아이의 마음이라 말할 수 있었다.손바닥 나무도 오늘의 활동이라 넘길 수 있었다.그런데 사진은 진짜처럼 남는다.도윤 옆에 내가 서 있고, 태건이 그 옆에 서 있는 사진.누군가 보면 가족이라고 오해할 사진.아니, 오해가 아니라 도윤에게는 어쩌면 정말 그런 사진이 될 수도 있었다.나는 안내문을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건도 조용했다.그의 품에 안긴 도윤만 잠결에 중얼거렸다.“누나도 찍어...”작은 목소리였다.하지만 나는 그 말에 더 깊이 흔들렸다.태건이 먼저 안내문을 내 손에서 가져갔다.“안 해도 돼.”그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 도윤의 가방 안에 넣었다.“그냥 나랑 도윤이 사진 내면 돼.”맞는 말이었다.당연한 말이었다.그게 가장 자연스러웠고, 가장 안전했다.그런데 이상하게 도윤의 잠든 얼굴이 눈에 밟혔다.“도윤이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내가 묻자 태건이 나를 봤다.“서운하겠지.”대답이 너무 솔직해서 숨이 막혔다.“근데 괜찮아.”“왜요?”“익숙해질 거야.”그 말이 싫었다.도윤이가 서운한 것에 익숙해진다는 말.갖고 싶은 걸 포기하는 데 익숙해진다는 말.누군가를 원해도 안 된다는 걸 배워야 한다는 말.세 살짜리 아이에게 그런 익숙함이 생기는 건 너무 슬펐다.나는 도윤의 작은 손을 보았다.잠든 와중에도 태건의 옷을 꼭 쥐고 있었다.“익숙해지게 안 하면 안 돼요?”말이 나가고 나서야, 내가 또 선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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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

# 14화.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사진을 찍자고 말한 건 나였다.분명 내 입으로 말했다.가족사진 말고, 도윤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그렇게 이름 붙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를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막상 수업이 끝나고 나니, 내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좋아하는 사람들 사진.그 말도 충분히 위험했다.좋아하는 사람들.도윤이가 좋아하는 사람들.아빠와 비상 누나.그 안에 내가 들어간다.휴대폰 화면을 켰다.[수업 끝나면 정문]이태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명령문 같았다.묻는 말도 아니고, 부탁도 아니고, 그냥 정문.나는 답장을 쓰려다 멈췄다.[왜 항상 명령해요?]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곧바로 답장이 왔다.[부탁하면 올 거야?]나는 한참 화면을 봤다.이 사람은 꼭 이렇게 정면으로 들어왔다.[부탁해도 생각해볼 거예요][그럼 부탁][뭘요?][와]짧은 한 글자.나는 그 한 글자가 이렇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와.정문으로 와.사진 찍으러 와.도윤이 보러 와.아니면.나한테 와.나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유민서.”하린이 옆에서 나를 불렀다.“왜 그렇게 얼굴이 심각해?”“아니야.”“이태건이지?”“응.”“사진 찍으러 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하린은 한숨을 쉬었다.“너 가는 건 말리지 않겠는데, 하나만 기억해.”“뭐?”“사진은 남아.”그 말에 손끝이 조금 굳었다.이태건도 같은 말을 했었다.사진은 남아.하린이 내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그래서 가볍게 찍으면 안 돼. 도윤이한테도, 너한테도.”“알아.”“그리고 너무 가족처럼 찍으려고 애쓰지 마.”“그럴 생각 없어.”“근데 도윤이는 애쓰겠지.”나는 대답하지 못했다.하린은 내 표정을 보고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네가 가겠다고 정한 거면, 웃고 와. 애 앞에서 너무 복잡한 얼굴 하지 말고.”“응.”“그리고 이태건 선배가 이상한 말 하면 바로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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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사진은 남았다

# 15화. 사진은 남았다[비상 연락망 누나, 오늘 진짜 가족사진 찍었네]인기글 제목을 보는 순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도서관 열람실은 조용했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누군가 의자를 살짝 당기는 소리까지 작게 들릴 만큼 조용한 공간이었다.그런데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가족사진.우리는 그렇게 부르지 않기로 했다.도윤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분명 그렇게 이름 붙였다.도윤에게도 그렇게 말했고, 나도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그런데 세상은 너무 쉽게 우리가 조심스럽게 붙인 이름을 지워버렸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게시글을 눌렀다.본문은 짧았다.[오늘 학교 앞 셀프 사진관에서 봄.이태건이랑 그 신입생이랑 애기랑 사진 찍던데?이 정도면 그냥 가족 아니냐?비상 연락망 누나에서 엄마 승격 각임?]다행히 사진은 없었다.그 사실에 먼저 숨이 놓였다.하지만 댓글을 보는 순간, 그 안도는 오래가지 못했다.[헐 진짜?][사진 있음?][비상 누나 출세했네][애 엄마 아니라더니 가족사진은 찍네][이태건 의외다. 애랑 사진관도 가냐][애 얼굴 올리면 안 됨. 선 넘지 마][ㄹㅇ 애는 건드리지 마라][근데 여자 쪽은 뭐임? 여친임?][여친이면 애 있는 남자 만나는 거? 대단하다][그냥 도와주는 거라며. 근데 가족사진은 좀][사진 있으면 올려봐]그 댓글에서 손이 멈췄다.사진 있으면 올려봐.그 한 줄이 너무 끔찍했다.사진이 찍히는 순간부터 무서웠다.사진은 남는다고.태건도, 하린도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내가 두려워한 건 어린이집 벽에 붙을 사진이었다.도윤이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며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나는 밖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그걸 게시판에 올리고, 심지어 사진을 요구하는 상황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사진관 안에서 도윤은 웃었다.태건은 어색하게 앉아 있었고, 나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웃었다.그 사진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조심스러운 것이었다.가볍게 소비될 만한 게 아니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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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엄마가 아니어도

# 16화. 엄마가 아니어도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은 길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찼다.태건은 내 옆에서 말없이 걸었다. 걸음은 빠르지만 뛰지는 않았다. 그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이미 표정부터 날카로워졌을 텐데, 지금은 이를 악문 채 자기 속도를 억누르고 있었다.도윤이 있는 곳이니까.그 하나 때문에.나는 가방끈을 꽉 잡고 물었다.“화내지 않을 거죠?”태건이 나를 봤다.“누구한테.”“아이들한테요.”“애들한테 화 안 내.”대답은 짧았다.나는 조금 안심했다가, 다시 덧붙였다.“선생님한테도요.”“상황 봐서.”“이태건 씨.”그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알았어.”“진짜요?”“너한테 혼나는 게 더 귀찮아.”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그가 멈추려고 애쓰고 있다는 건 알았다.어린이집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안쪽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오후의 소리였다. 웃음소리, 블록 부딪히는 소리, 선생님이 아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그 안 어딘가에 도윤도 있을 것이다.울다가 지친 얼굴로.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바로 다가왔다. 표정이 미안함으로 굳어 있었다.“오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바로 상황을 정리했어야 했는데...”태건의 얼굴이 굳었다.나는 한 발 먼저 말했다.“도윤이는요?”“놀이방 옆 조용한 방에 있어요. 많이 울지는 않는데, 말수가 줄어서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가족사진 이야기를 하다가 몇몇 아이들이 ‘엄마는 어디 있어?’ 하고 물었어요. 그때 도윤이가 ‘비상 누나도 찍었다’고 했는데, 한 아이가 ‘엄마 아니잖아’라고 한 것 같아요.”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아이들이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그 나이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묻고, 아는 만큼 말한다.하지만 도윤에게는 충분히 아팠을 것이다.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이라고 겨우 이름 붙인 것을, 누군가 너무 쉽게 부정했으니까.태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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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이름을 부르는 법

# 17화. 이름을 부르는 법[다음엔 이름으로 불러]그 문장을 보고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휴대폰 화면은 그대로였고, 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으로는 늦은 밤 버스 지나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이름.이태건.아니, 태건.그 두 글자를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는데도 이상하게 낯설었다.고등학교 때부터 나에게 그는 늘 성까지 붙은 이름이었다.이태건.소문 속의 이태건.복도 끝에 서 있으면 모두가 피해 가던 이태건.나와는 평생 직접 엮일 일 없을 거라고 믿었던 이태건.그런데 이제 그는 내 휴대폰 안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됐다.[다음엔 이름으로 불러]나는 답장을 썼다 지웠다.[왜요?]너무 모르는 척 같았다.[싫은데요]너무 반항하는 것 같았다.[생각해볼게요]너무 긍정하는 것 같았다.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못하고 화면만 껐다.그러자 바로 다시 진동이 왔다.[읽고 도망가네]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진짜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긁지.나는 결국 답장을 보냈다.[도망간 거 아니에요][그럼][생각 중이에요][내 이름 부르는 걸?]화면을 보고 얼굴이 달아올랐다.왜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데.나는 휴대폰을 멀리 밀어놓았다가, 다시 끌어왔다.[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건 이상하잖아요]답장은 금방 왔다.[난 안 이상한데][그쪽은 원래 이상한 걸 잘 모르잖아요][그쪽 말고]또.나는 눈을 감았다.그쪽 말고.그는 이상하게 사소한 호칭에 집요했다.씨를 붙이면 태건이라고 하라고 하고, 그쪽이라고 하면 또 그쪽 말고라고 했다.마치 거리를 하나씩 지워가는 사람처럼.나는 한참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나중에요][언제][진짜 나중에요][내일?]나는 결국 베개를 끌어안고 한숨을 쉬었다.이 사람과 메시지를 하면 대화가 아니라 밀고 당기기가 된다.심지어 나는 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한 발씩 끌려가고 있었다.[자요]내가 보냈다.잠시 뒤 답장이 왔다.[너도]그리고 조금 뒤, 하나가 더 왔다.[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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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같이 걷는 사이

# 18화. 같이 걷는 사이“응.”내 입에서 나온 말은 짧았다.너무 짧아서,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같이 갈래?태건이 그렇게 물었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응.존댓말도 아니었다.고개를 끄덕인 것도 아니었다.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태건도 그걸 들었다.물론 들었겠지.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그 눈빛이 이상하게 조용해서, 나는 괜히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아니, 그러니까... 갈게요.”나는 급히 말을 고쳤다.태건은 웃지 않으려고 참는 얼굴이었다.“방금은 반말이었는데.”“잘못 나온 거예요.”“잘못 나온 것치고 자연스럽던데.”“착각하지 마요.”“그 말도 오랜만이네.”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반박하면 더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았다.태건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내 옆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린이집 방향이었다.우리는 나란히 걸었다.그게 생각보다 이상했다.도윤이가 없는데도 함께 걷는 것.어린이집이라는 목적지는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보면 그냥 둘이 걷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그 사실이 신경 쓰였다.태건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닐지도 몰랐다. 그는 원래 겉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화가 나도 한 박자 늦게 드러났고, 당황해도 눈빛만 조금 흔들렸다. 좋아도, 아마 그럴 것이다.좋아도.거기까지 생각했다가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왜.”태건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또 혼자 이상한 생각했네.”“안 했어요.”“했어.”“그쪽은 왜 맨날 맞히는 척해요?”“척 아닌데.”나는 그를 흘겨봤다.그는 무심한 얼굴로 앞을 봤다.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그게 더 얄미웠다.어린이집에 가까워질수록 도윤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건의 이름 때문에 심장이 복잡했는데, 도윤을 생각하자 그 복잡함이 조금 부드러워졌다.태건이 말했다.“오늘 도윤이 기분 괜찮대.”“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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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몰라도 되는 이름

# 19화. 몰라도 되는 이름[너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냐]문장은 짧았다.그런데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식탁 위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방금 전까지 이 집은 따뜻했다.도윤의 밥그릇, 된장국 냄새, 식탁 아래로 굴러간 블록, 설거지 물소리.어딘가 서툴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저녁의 온도가 있었다.그런데 강서준이라는 이름이 뜬 순간, 그 온도가 한꺼번에 식었다.태건은 휴대폰을 뒤집어 엎었다.표정이 사라진 얼굴.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고등학교 때 복도 끝에서 봤던 얼굴.소문 속에 있던 이태건의 얼굴.누군가 다가가면 그대로 물어뜯을 것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아까까지 도윤에게 계란말이를 내주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누구예요?”내가 물었다.태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은 거실 바닥에서 블록 집을 들고 있었다.“누나, 같이 노는 집!”아이는 아무것도 몰랐다.자기가 만든 블록 집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그 옆에 놓인 휴대폰 하나가 어른들의 표정을 어떻게 바꾸는지.나는 억지로 도윤에게 웃어주었다.“우와, 진짜 잘 만들었네.”“이건 아빠 집. 이건 누나 집. 이건 같이 노는 집.”도윤은 가운데 작은 집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여기서 밥 먹어.”“누가?”“아빠랑 나랑 누나.”나는 대답하지 못했다.태건은 그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여전히 뒤집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나는 천천히 일어났다.“저 이제 가볼게요.”그제야 태건의 시선이 나에게 왔다.“벌써?”도윤이 먼저 반응했다.“안 돼!”도윤은 블록 집을 내려놓고 내 다리에 매달렸다.“누나 밥 먹었잖아. 놀아야지.”“도윤아, 누나 늦었어.”“조금만.”“오늘은 진짜 가야 해.”도윤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그 표정을 보는 건 늘 어려웠다.하지만 지금은 더 있기 힘들었다.태건의 집 안에 남은 따뜻함과, 강서준이라는 이름이 만든 차가움 사이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태건이 낮게 말했다.“데려다줄게.”나는 바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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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그 애 옆에 있으면

# 20화. 그 애 옆에 있으면“그 애 옆에 있으면, 결국 당신도 그 애를 막는 사람이 될 거예요.”강서준의 말이 강의실 공기 위로 떨어졌다.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소리도, 복도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도, 하린이 내 팔을 붙잡는 감촉도 전부 멀어졌다.그 애.그는 태건을 그렇게 불렀다.이름도 아니고, 선배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었다.그 애.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동시에 오래전부터 밀어내온 사람처럼.태건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나는 그가 화내는 얼굴을 몇 번 봤다.몰래 사진을 찍으려던 학생을 막을 때도, 에타에 도윤이 이야기가 올라왔을 때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도윤을 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그때의 화는 밖을 향했다.지금의 화는 안쪽에서부터 무너지는 것 같았다.태건은 강서준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민서한테 말 걸지 말라고 했어.”낮은 목소리였다.강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오히려 더 차분해 보였다.“네가 말린다고 될 일이야?”“강서준.”“너도 알잖아. 네 옆에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평범하게 못 지내.”태건의 손이 주먹으로 말렸다.나는 그 손을 봤다.저 손이 움직이면 안 된다.여긴 강의실이었고,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몇몇은 이미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또 소문이 날 것이다.또 누군가 글을 쓸 것이다.이번엔 도윤이 아니라 태건의 과거가 게시판 위에 오를지도 몰랐다.나는 생각보다 먼저 움직였다.태건의 앞을 막았다.“그만해요.”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하지만 둘 다 나를 봤다.태건의 눈빛이 흔들렸다.“민서야.”나는 태건을 보지 않고 강서준을 향해 말했다.“걱정해주시는 건 알겠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불편해요.”강서준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민서 씨.”“저한테 정말 할 말이 있으면, 태건이 없는 데서 뒤로 말하지 말고 정확히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조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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