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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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안 없어지는 사람

# 21화. 안 없어지는 사람“응.”내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안 없어져.”도윤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작은 손은 여전히 내 손가락을 붙잡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아이의 손은 따뜻했고, 조금 축축했다. 얼마나 무서운 꿈을 꿨는지, 손바닥에 작은 땀이 배어 있었다.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태건도 아무 말 없이 도윤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방 안은 조용했다.어린이집 선생님은 문가에서 잠시 우리를 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도윤은 태건의 품에 안긴 채 조금씩 숨을 고르게 쉬기 시작했다.잠든 것 같았다.그런데도 손은 놓지 않았다.나는 그 작은 손을 내려다보며 이상한 생각을 했다.도윤은 아직 너무 작아서, 붙잡고 싶은 걸 이렇게 온몸으로 붙잡았다.손으로.목소리로.꿈에서 울면서까지.어른들은 다르게 붙잡는다.태건은 하지 말라는 말로 붙잡았고, 강서준은 조심하라는 말로 흔들었고, 나는 괜찮다는 말로 버텼다.그런데 결국 마음이 하는 일은 다 비슷한지도 몰랐다.없어지지 말라고.떠나지 말라고.“민서야.”태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도윤을 안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손 아프면 빼.”“괜찮아.”대답하고 나서 또 멈칫했다.반말.이상하게 오늘은 자꾸 자연스럽게 나왔다.태건도 들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나를 보았다.그 시선이 너무 조용해서, 내가 먼저 변명하듯 말했다.“도윤이 깰까 봐.”“알아.”그가 낮게 대답했다.“근데 좋네.”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뭐가.”“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나는 바로 시선을 피했다.“이럴 때 그런 말 하지 마.”“응.”태건은 순순히 대답했다.그게 더 이상했다.평소라면 한마디 더 했을 텐데, 오늘은 물러났다. 아마 도윤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방금 계단참에서 이어진 공기가 아직 우리 사이에 남아 있어서일지도 몰랐다.안 없어져.내가 도윤에게 한 말.하지만 태건도 들었다.그리고 나도 알고 있었다.그 말은 도윤에게만 한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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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그때 일

# 22화. 그때 일“강서준.”태건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낮게 깔렸다.그 순간, 복도 공기가 바뀌었다.방금 전까지 오가던 학생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누군가는 우리 쪽을 대놓고 보았고, 누군가는 못 본 척하면서도 귀를 기울였다.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지금 여기서 조금만 더 소리가 커져도, 또 글이 올라온다.이번에는 사진도, 도윤도, 비상 누나도 아니었다.이태건의 과거.강서준의 이름.그리고 그 사이에 낀 유민서.태건은 내 쪽으로 걸어왔다.걸음은 조용했지만, 눈빛은 아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 아까 도윤을 안고 “안 없어질게”라고 말하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강서준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는 태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오랜만에 자주 보네.”태건은 내 앞에 멈춰 섰다.“민서한테 뭐라고 했어.”짧고 낮은 목소리.강서준의 시선이 내게 잠깐 닿았다.“물어봤을 뿐이야.”“뭘.”“네가 왜 학교를 비웠는지 아냐고.”태건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하린이 내 팔을 더 세게 붙잡았다.나는 숨을 삼켰다.왜 학교를 비웠는지.1년.그 시간은 아직 내게 비어 있었다. 도윤이와 함께 나타난 태건의 현재는 조금씩 보게 되었지만, 그가 학교를 떠났던 시간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문 뒤에 있었다.강서준은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태건이 아주 낮게 물었다.“네가 그걸 왜 물어.”“네가 말 안 할 것 같아서.”“네가 말할 자격은 있고?”강서준은 잠깐 침묵했다.그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은 복잡했다. 화난 것 같기도 했고, 지친 것 같기도 했다.“없지.”그는 순순히 인정했다.그 대답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태건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그럼 입 닫아.”“근데 너도 계속 숨길 자격은 없잖아.”강서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같은 방식으로 또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으니까.”“닥쳐.”태건의 목소리가 위험하게 가라앉았다.나는 바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만해.”내 입에서 반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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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혼자 하지 마요

# 23화. 혼자 하지 마요[그때 일, 누가 다시 꺼내는지 알아봐.]강서준의 메시지는 짧았다.하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가, 방금 겨우 가라앉았던 공기를 다시 흔들었다.태건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은 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은 낯설 만큼 굳어 있었다.나는 그를 보았다.“혼자 알아보려고요?”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대답 같았다.나는 바로 말했다.“혼자 하지 마요.”그제야 태건이 나를 봤다.“네가 할 수 있는 일 아니야.”“그 말도 이제 그만해요.”“민서야.”“나도 알아요. 제가 뭘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태건이 과거도 모르고, 강서준 선배가 뭘 아는지도 모르고, 그때 일이 뭔지도 정확히 몰라요.”숨을 한 번 골랐다.“근데 지금 나도 이미 엮였잖아요.”태건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러니까 빠지라는 거야.”“빠질 수 있었으면 진작 빠졌어요.”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태건은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가방끈을 꼭 잡았다.“처음에는 도윤이 때문이었어요. 도윤이가 울고, 찾고, 손을 잡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근데 이제는 아니에요.”말하고 나서 심장이 크게 뛰었다.태건의 시선이 내게 고정됐다.나는 피하지 않았다.“도윤이만 걱정되는 게 아니에요.”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모든 게 잠깐 멈춘 것 같았다.태건도, 나도.그는 아주 낮게 물었다.“그럼.”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럼 누구냐고.그 질문이 너무 뻔해서, 그리고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태건이도 걱정돼요.”결국 그렇게 말했다.태건의 눈빛이 조용히 내려앉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알 것 같았다.그가 지금 어떤 말을 받아들이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서 있다는 걸.걱정받는 일.그게 태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인지도 몰랐다.그는 늘 도윤을 걱정했고, 나를 걱정했고, 소문을 걱정했고, 자신 때문에 누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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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같이 걱정하는 법

# 24화. 같이 걱정하는 법그날 밤, 나는 에타를 세 번 지웠다.앱을 껐다가, 다시 켰다가, 결국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그런데도 머릿속에서는 댓글들이 계속 떠올랐다.[이태건 고딩 때 사건 아는 사람?][강서준이랑 같은 학교였다는 거 실화?][비상 누나 이번엔 과거 사건까지 엮임?]글자는 지워지지 않았다.화면을 꺼도 남았고, 눈을 감아도 보였다.사람들은 참 쉽게 말했다.누군가의 하루를, 누군가의 아이를, 누군가가 겨우 덮어둔 시간을.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보았다.태건은 괜찮을까.도윤은 잘 자고 있을까.강서준은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나섰을까.그리고 누가.그때 일을 다시 꺼내고 있는 걸까.휴대폰이 짧게 울렸다.태건이었다.[자?]나는 화면을 보고 잠깐 멈췄다.예전 같으면 괜찮다고 답했을 것이다.아무렇지 않은 척.신경 안 쓰는 척.그냥 지나가는 일인 척.하지만 오늘 우리는 약속했다.혼자 하지 않기.나는 솔직하게 썼다.[못 자]읽음 표시는 바로 떴다.답장은 조금 늦었다.[왜]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댓글 생각나서]보내고 나니 조금 창피했다.별것도 아닌 글 몇 개에 흔들리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태건은 더 큰 소문을 오래 견뎌왔을 텐데, 나는 이제 겨우 며칠째였다.하지만 태건의 답장은 뜻밖이었다.[그거 별거 아니라고 하지 마]나는 화면을 오래 보았다.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기분 더러우면 더러운 거야]이상한 말인데, 위로가 됐다.나는 작게 웃었다.[태건이 말투 되게 이상한데 위로는 되네]이번엔 바로 답이 왔다.[그럼 됐다]또 그 말.그럼 됐다.나는 휴대폰을 쥔 채 옆으로 돌아누웠다.[도윤이는 자?][응]잠시 뒤 사진이 왔다.도윤은 작은 이불을 턱까지 덮고 자고 있었다. 손에는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이 들려 있었다. 테이프가 두 겹이나 붙은 사진이었다.나는 사진을 보며 입가가 풀렸다.[테이프 진짜 많이 붙였네][조금 붙였어][거짓말][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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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두 번째로 불린 이름

# 25화. 두 번째로 불린 이름비상 연락처에 이름을 남긴 다음 날, 그 번호로 정말 전화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오전 수업이 끝나기 십 분 전이었다.진동으로 바꿔둔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두 번 짧게 울렸다. 화면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떠 있었다.처음에는 광고 전화인 줄 알았다.하지만 번호 아래에 표시된 지역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도윤의 어린이집이 있는 동네였다.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 조용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목소리를 낮췄지만 앞에 서 있던 교수님이 이쪽을 보았다.나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유민서 씨 맞으세요?“네.”― 도윤이 어린이집입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도윤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니고요. 도윤이가 점심 먹고 조금 처져 있어서 체온을 재봤는데 37.8도가 나왔어요.선생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하얘졌다.37.8도.높은 건가.당장 병원에 가야 하나.태건에게는 연락했을까.― 아버님께 먼저 전화드렸는데 연결이 안 돼서요. 비상 연락처로 등록되어 있어서 연락드렸어요.“아.”내 이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걸려온 전화였다.그 사실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제가 가면 되나요?”― 가능하시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현재 도윤이가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는데, 체온이 조금 더 오르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나는 시계를 봤다.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다음 수업까지는 한 시간 반이 남아 있었다.어린이집까지 가는 데 삼십 분 정도.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내기도 전에 입이 먼저 움직였다.“지금 갈게요.”―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오세요.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들자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다.“죄송합니다.”내가 작게 말하자 교수님은 시계를 확인했다.“급한 일입니까?”“아이가 아파서요.”말하고 나서 스스로 멈칫했다.내 아이도 아니고, 동생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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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누나 학교

# 26화. 누나 학교도윤의 열은 그날 밤 더 오르지 않았다.아침에 눈을 뜨자 태건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와 있었다.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린 도윤이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낀 채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얼굴이었지만, 어제처럼 축 처져 있지는 않았다.사진 아래에는 숫자만 적혀 있었다.[36.9]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영상이 하나 더 도착했다.화면 속 도윤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민서 누나.”아직 잠긴 목소리였다.“나 이제 안 아파.”화면 밖에서 태건의 목소리가 들렸다.“약 먹어야 돼.”도윤이 카메라가 아니라 옆을 보며 말했다.“안 아픈데 왜 먹어.”“목 부었으니까.”“누나가 먹으라고 하면 먹을게.”영상은 거기서 끝났다.나는 웃으며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다.“도윤아, 약 잘 먹어야 어린이집도 가고 누나도 만나지. 아빠 말 잘 듣고 밥도 먹어.”보내고 나서 조금 민망해졌다.내가 언제부터 태건과 함께 도윤에게 약을 먹으라고 타이르는 사람이 되었을까.잠시 뒤 태건에게서 답장이 왔다.[먹는다네][내 말은 안 듣고]나는 화면을 보며 웃었다.[태건이가 평소에 너무 무섭게 말해서 그래][나 안 무서워][도윤이한테 물어봐]읽음 표시가 뜬 뒤 답장이 없었다.아마 정말 물어본 모양이었다.조금 뒤 사진 한 장이 더 왔다.약을 먹고 잔뜩 찡그린 도윤 옆에서 태건이 카메라를 무표정하게 보고 있었다.도윤의 손에는 딸기 우유가 들려 있었다.[아빠 조금 무섭대]그 아래에 메시지가 하나 더 붙었다.[너는 하나도 안 무섭고]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그날 오전 수업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새로운 게시글도 없었고, 누군가 일부러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다.몇 번 시선이 느껴졌지만 예전처럼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지 않으려고 했다.수업에 집중하고, 필기를 하고, 하린과 다음 과제 이야기를 했다.점심시간이 되자 하린이 내 노트를 덮었다.“오늘은 학생식당 말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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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도윤이 없는 약속

# 27화. 도윤이 없는 약속태건에게서 연락이 온 건 오전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오늘 점심 비어?]짧은 문장을 읽고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어제 내가 허락한 건 맞았다.도윤을 핑계로 삼지 말고, 연락부터 하라고.그런데 정말 다음 날 바로 올 줄은 몰랐다.[응]답장을 보내자 곧바로 메시지가 왔다.[학교 갈게][도윤이는?][어린이집]그 세 글자를 보고 괜히 자세를 바로 했다.오늘 태건은 도윤 때문에 오는 게 아니었다.교수 면담도 없고, 아이의 물건을 가져다줄 일도 없었다.그냥 나를 보러 오는 것이었다.하린이 옆에서 내 휴대폰 화면을 흘끗 봤다.“누구야?”나는 재빨리 화면을 껐다.“아무도 아니야.”“아무도 아닌 사람한테 학교까지 오라고 했어?”“본 거야?”“학교 갈게까지 봤어.”“남의 휴대폰 보지 마.”“네가 대문짝만 하게 열어놨잖아.”하린은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도윤이도 와?”“아니.”대답하자마자 하린의 표정이 달라졌다.“그럼 진짜 너 보러 오는 거네.”“어제 학교에 와도 된다고 했으니까.”“누구나 학교에는 올 수 있지.”“그러니까 별일 아니야.”“그럼 왜 귀가 빨개졌어?”나는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며 앞을 봤다.마침 교수님이 들어왔다.수업이 시작돼서 다행이었다.하지만 칠판에 적힌 글씨는 평소보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태건이 오면 어디서 만나야 할까.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되는 걸까.도윤 없이 둘이 마주 앉으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지금까지 태건과 함께 있을 때는 늘 중심에 도윤이 있었다.어린이집 하원 시간.도윤이 좋아하는 음식.약 먹이는 방법.잠버릇이나 장난감 이야기.태건과 내가 침묵해도 도윤이 빈자리를 채웠다.그런데 오늘은 없었다.수업이 끝나자 휴대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도서관 앞]나는 가방을 챙겼다.하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며 말했다.“점심 같이 먹자고 할까 했는데.”“약속 있다며.”“없는데.”“아까는 있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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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도와달라고 말하는 법

# 28화. 도와달라고 말하는 법상담 일정은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태건이 신청서를 낸 다음 날 오후, 학생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다.[학업 및 돌봄 병행 상담이 내일 오후 2시로 배정되었습니다.]태건은 그 문자를 그대로 내게 보냈다.설명도 없고, 질문도 없었다.나는 한참 화면을 내려다보다 답장을 썼다.[같이 가줄까?]읽음 표시는 바로 떴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신청서를 내는 데까지는 내 도움을 받았어도, 상담실 안에서 자기 사정을 설명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태건은 자기 삶을 남에게 펼쳐 보이는 걸 싫어했다.도윤을 혼자 돌보고 있다는 사실도.수업을 미루고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했던 일도.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도.그에게는 모두 약점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한참 뒤 답장이 왔다.[수업 없어?]같이 오지 말라는 말 대신 내 시간을 먼저 물었다.[한 시에 끝나][그럼]그 뒤로 메시지가 더 오지 않았다.나는 기다리다가 다시 물었다.[와도 된다는 뜻이야?]이번에도 답이 늦었다.[응]짧은 한 글자였다.하지만 이번에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와줬으면 한다는 말.혼자 들어가기 싫다는 말.직접 꺼내지 못해도, 적어도 밀어내지는 않겠다는 말.다음 날 학생지원센터 앞에 도착했을 때 태건은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무릎 위에는 어제 봤던 수강 계획표와 도윤의 어린이집 시간표가 놓여 있었다.나를 발견한 태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시계부터 확인했다.“수업 일찍 끝났어?”“제시간에 끝났어.”“점심은?”“먹었어.”“뭐 먹었는데.”“김밥.”“한 줄?”“태건아.”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그가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서류 가장자리에는 여러 번 접었다 편 자국이 남아 있었다.“긴장돼?”“아니.”“거짓말.”“어떻게 알아.”“서류가 불쌍해 보여.”태건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그제야 종이 끝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듯 손을 뗐다.“뭐라고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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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한 시간의 연습

# 29화. 한 시간의 연습수요일이 오기까지 태건은 세 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수업 빠져도 되는데.”처음은 월요일 저녁이었다.[도윤이 계속 싫다고 하면 이번 주는 안 맡겨도 돼.]두 번째는 화요일 아침이었다.[적응 방문만 하고 바로 데려올 수도 있어.]그리고 세 번째는 수요일 오후, 돌봄센터 앞이었다.“정 안 되면 교수님한테 말하지 뭐.”나는 태건을 빤히 바라봤다.“여기까지 와놓고?”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한 손에는 도윤의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아이가 놓지 못하게 단단히 잡고 있었다.도윤은 센터 입구를 올려다본 채 태건의 다리 뒤로 반쯤 숨어 있었다.평소 같으면 처음 보는 장소에도 호기심부터 보였을 텐데, 오늘은 말이 없었다.알록달록한 창문 장식도.안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도.문 옆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도 쳐다보지 않았다.“아빠도 들어가?”도윤이 물었다.“응.”“계속?”태건의 입이 잠시 닫혔다.오늘 적응 일정은 한 시간이었다.처음 이십 분은 태건이 함께 교실을 둘러보고, 그다음 사십 분 동안은 보호자가 별도의 대기실에 머무는 방식이었다.도윤에게는 아빠가 나가는 첫 연습이었다.태건에게도 마찬가지였다.“처음에는 같이 있어.”그가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그다음에는 아빠가 옆방에 있을 거야.”“왜?”“도윤이 혼자서도 여기서 놀 수 있는지 보는 거야.”“혼자 싫어.”도윤의 손이 태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태건의 표정이 굳었다.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바로 안아 들고 집으로 돌아갈 얼굴이었다.나는 시간을 확인했다.내 수업까지는 이십 분 정도 남아 있었다.원래라면 여기까지 올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오늘 아침 도윤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누나, 나 오늘 다른 데 가.”잔뜩 굳은 얼굴로 말하던 아이를 보고, 나는 수업 전에 잠깐 얼굴만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다.딱 입구까지만.태건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생각이었다.나는 도윤 앞에 몸을 낮췄다.“도윤아.”아이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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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각자의 수요일

# 30화. 각자의 수요일정식으로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첫 수요일 아침, 태건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평소 같으면 도윤이 밥을 먹었는지, 약은 챙겼는지, 어린이집에 늦지는 않았는지 한두 마디라도 왔을 시간이었다.나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마지막 대화는 전날 밤에 멈춰 있었다.[내일 첫날이지?][응][도윤이는 괜찮대?][괜찮다고는 했어]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연락이 없다는 건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도윤이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거나, 태건이 가방을 빠뜨렸거나, 둘 다 긴장해서 평소보다 말이 없을 수도 있었다.전화를 걸까 고민하다 화면을 껐다.오늘은 내가 들어갈 자리가 아니었다.첫 적응 방문 때는 도윤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왔지만, 정식 이용은 달랐다.태건이 직접 아이를 맡기고 수업에 들어가야 했다.도윤도 민서 누나가 오지 않는 수요일을 겪어봐야 했다.그 사실을 아는데도 마음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학교에 도착하자 하린이 강의실 앞에서 발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마지막 장 글씨가 너무 작은가?”나는 옆에 서서 화면을 확인했다.“조금. 제목만 남기고 문장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역시 자료 담당.”하린이 노트북을 내 쪽으로 밀었다.오늘은 새 조가 편성된 뒤 처음 하는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자료 취합과 발표 순서를 정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조원들은 맡은 일을 제때 해왔다.누군가 갑자기 빠지지도 않았고, 내게 과도하게 조심스럽게 굴지도 않았다.내가 정리한 자료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대로 지적했고, 괜찮은 부분은 괜찮다고 말했다.처음에는 그 평범함이 낯설었다.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고 있었다.하린이 내 얼굴을 살폈다.“또 휴대폰 봤지?”“한 번.”“아까 계단 올라오면서 두 번 봤어.”“그걸 왜 세고 있어.”“네가 발표 직전에 딴생각하니까.”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가방 안에 넣었다.“이제 안 볼게.”“도윤이 돌봄센터 가는 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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