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네 번째 손가락“나, 아빠, 엄마.”도윤은 세 번째 손가락까지 편 뒤 잠시 멈췄다.그리고 네 번째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민서 누나도 있잖아.”태건은 대답하지 못했다.하연도 마찬가지였다.아이에게는 단순한 셈이었다.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아끼며, 자주 생각나는 사람.도윤은 그 모든 사람을 한 손 안에 넣었다.하지만 어른들에게 가족이라는 말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함께 사는 사람.피가 이어진 사람.법적으로 묶인 사람.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태건은 그중 무엇이 도윤에게 필요한 답인지 알 수 없었다.“민서 누나도 가족이야?”도윤이 다시 물었다.하연의 눈이 태건에게 향했다.태건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민서의 자리를 하연에게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도윤의 말에 자신이 원하는 답을 덧붙여도 안 됐다.“도윤이는 어떻게 생각해?”그가 되물었다.도윤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얼굴이었다.“가족이지.”“왜?”“우리 집 많이 오고.”도윤은 손가락을 접지 않은 채 하나씩 이유를 말했다.“나 아플 때도 오고, 아빠랑 손잡고, 나 좋아하잖아.”마지막 말은 조금 작았다.“민서 누나가 도윤이 좋아한다고 했어?”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응.”도윤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누나 큰 편이고, 누나도 내 큰 편이야.”태건은 입술을 다물었다.그 말은 처음 세 사람이 가까워졌을 때 도윤이 만들어 낸 표현이었다.가족이라는 말보다 먼저 생긴 관계.누구도 대신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지켜 주는 사람.“그럼 카드에 네 명 써도 돼?”도윤이 물었다.교실 앞에는 다른 아이들이 그린 가족 카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엄마와 아빠, 아이.할머니와 아이.아빠 둘과 아이를 그린 카드도 있었다.선생님은 보호자가 몇 명인지 정해 주지 않았다.빈 종이 위에 아이가 생각하는 가족을 그려 오라고 했을 뿐이었다.“써도 돼.”태건이 말했다.도윤의 얼굴이 밝아졌다.“민서 누나 사진 없어.”“그림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