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77 Capítulos

# 51화. 포기하지 않는 시간표

# 51화. 포기하지 않는 시간표[다음 학기 유급 현장 보조 자리가 생겼습니다. 이태건 학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태건은 메시지를 세 번째 읽었다.정식 실무 경험으로 인정된다는 말.졸업 후 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래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답장 안 해?”민서가 물었다.태건은 휴대전화 화면을 끄지 않은 채 말했다.“시간표부터 봐야 해.”“수업이랑 겹쳐?”“수업은 조정할 수 있어.”“그럼 뭐가 문제야.”태건은 메시지 아래 첨부된 근무 일정을 열었다.화요일 오후 한 시부터 여섯 시.목요일 오후 세 시부터 저녁 여덟 시.센터에서 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목요일은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도윤이.”민서는 태건의 예상대로 나온 대답에 바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어린이집 연장 돌봄은?”“일곱 시 반까지야.”“그럼 가능하잖아.”“센터에서 바로 나와도 빠듯해.”“매주?”“응.”태건은 근무표를 확대했다.목요일 저녁 활동에는 상담 기록 정리와 다음 주 사례 회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끝날 가능성도 충분했다.“그냥 안 하는 게.”민서가 태건의 말을 끊었다.“하고 싶다며.”“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아직 알아본 것도 없잖아.”“시간이 안 맞아.”“그건 지금 보이는 첫 번째 문제고.”민서는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를 태건 쪽으로 밀었다.“정말 안 되는 건지부터 확인해.”태건의 눈빛이 조금 굳었다.“너한테 도윤이 봐 달라고 하라는 거야?”“내가 그런 말 했어?”“아니.”“나는 내 목요일 일정도 아직 안 말했어.”민서는 차분하게 선을 그었다.“그러니까 나를 가능한 해결책에 미리 넣지도 말고, 부담 줄까 봐 빼지도 마.”태건은 입을 다물었다.그는 민서에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아예 기회를 포기하려 하고 있었다.결국 두 선택 모두 민서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같았다.“그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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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늦어지는 것과 멈추는 것

# 52화. 늦어지는 것과 멈추는 것“이 과목을 미루면 졸업이 한 학기 늦어진다.”태건은 교수에게 받은 수강 계획표를 내려다봤다.필수 전공 과목은 목요일 오후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였다.센터 근무는 오후 세 시부터 여덟 시.어느 쪽도 중간에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다.“다른 분반은 없습니까?”“없어.”“대체 과목은요?”“이 과목은 대체가 안 돼.”교수는 태건이 받은 서류에 펜으로 표시했다.“다음 학기에 듣지 않으면 그다음 학기까지 기다려야 해.”태건의 시선이 표시된 칸에 머물렀다.센터 현장 보조를 선택하면 졸업이 늦어진다.졸업을 예정대로 하려면 어렵게 얻은 유급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센터 근무 시간을 바꾸는 건.”“문의는 해 볼 수 있겠지.”교수는 가능하다고도, 불가능하다고도 하지 않았다.“다만 센터에서 너를 뽑은 이유가 목요일 사례 회의 때문이라면 조정이 쉽지는 않을 거야.”“그럼 교수님은 뭘 추천하십니까.”질문이 나오자 교수는 태건을 바라봤다.“내가 정해 주길 바라나?”태건의 입이 다물렸다.“졸업이 늦는 게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현장 경험이 무조건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니야.”교수는 수강 계획표를 태건 쪽으로 밀었다.“네 생활과 비용, 앞으로의 계획까지 계산해서 결정해야지.”“한 학기 늦어지면 등록금도 더 내야 합니다.”“이 과목 하나만 남게 되면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줄어들 수 있어.”“장학금은요?”“지금 성적을 유지하면 교내 근로 장학금에 지원할 수 있고.”태건은 새로운 종이를 받아 들었다.부분 등록금 안내와 교내 근로 장학금 공고였다.“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야.”교수가 말했다.“다만 선택할 시간이 길지는 않아. 센터 계약서 작성이 이번 주 금요일이지?”“네.”“그전까지 결정해.”연구실을 나온 태건은 민서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는 붙었다는 사실부터 알리고 싶었다.이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졸업이 늦어진다고 하면 민서는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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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가족이 아니어도 되는 사람

# 53화. 가족이 아니어도 되는 사람[비상 보호자는 월 1회 이상 아동과 실제 대면한 성인에 한함.]태건은 준비 서류 목록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첫 번째 보호자는 자신이었다.두 번째에는 하연의 이름을 적으려고 했다.하지만 하연은 다음 달부터 두 달 동안 다른 지역의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주말에 돌아올 수 있는 일정도 아니었다.보육실 이용 시작일까지 남은 시간은 삼 주.그 안에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아빠, 왜 안 들어가?”도윤이 현관 안쪽에서 물었다.태건은 서류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들어가.”민서는 신발을 벗다 태건의 표정을 살폈다.“문제 있어?”“서류 하나 더 필요해.”“무슨 서류?”태건은 보육실 안내문을 내밀었다.민서는 준비 목록을 읽고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하연 씨는 안 되는 거야?”“두 달 동안 지역에 없잖아.”“치료 들어가는 날짜가 언제지?”“다음 달 첫째 주.”보육실 이용 시작일과 거의 겹쳤다.민서는 종이를 다시 태건에게 돌려줬다.태건이 먼저 말했다.“네 이름 적어 달라는 말 안 할 거야.”민서의 눈썹이 올라갔다.“내가 싫다고 했어?”“매주 돌봄 맡기지 말라고 했잖아.”“정기 돌봄이랑 비상 연락은 다르지.”“그래도.”“또 혼자 결론 내렸네.”태건의 입이 다물렸다.민서는 가방을 거실 소파에 내려놓았다.“내가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야.”“그럼.”“조건부터 정확히 물어봐.”민서는 안내문의 담당 번호를 가리켰다.“비상 보호자가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태건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보육실 담당자는 비상 보호자의 역할을 차례로 설명했다.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아이를 인계받을 수 있는 사람.아이의 알레르기와 기본 건강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월 한 번 이상 아이를 만나는 성인.가족일 필요는 없지만 신분 확인과 서명이 필요했다.“실제로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이 자주 생깁니까?”태건이 물었다.“대부분은 없습니다.”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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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붙잡지 않는 사람

# 54화. 붙잡지 않는 사람“부산?”태건은 추천서에 적힌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두 달 동안?”“응.”민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여름방학 동안 부산의 아동가족지원기관에서 현장 업무를 경험하는 인턴십이었다. 학교에서 숙소 일부를 지원하고, 활동 평가가 좋으면 다음 학기 외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태건은 서류를 쥔 채 말이 없었다.민서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지원하고 싶다고 했지, 아직 간다고 결정된 건 아니야.”“최종 추천서잖아.”“서류 내고 면접도 봐야 해.”“붙을 가능성 높아?”“교수님은 그렇다고 하셨어.”태건의 손가락이 봉투 가장자리를 눌렀다.민서가 서울을 떠난다.두 달.학기 중처럼 학교에서 마주칠 수도 없고, 수업이 끝난 뒤 잠깐 만날 수도 없다. 도윤이 보고 싶다고 해도 당장 와 달라고 할 수 없는 거리였다.“언제 알았어?”“오늘.”“교수님이 갑자기 추천했어?”“지난 발표 보고 기관에서 학생 추천을 요청했대.”민서는 서류를 다시 받아 가방에 넣었다.“원래는 다음 학년 학생들 위주인데, 이번에는 신입생도 지원할 수 있대.”“하고 싶어?”태건이 물었다.대답을 이미 들었으면서도 다시 확인하는 목소리였다.“응.”“많이?”“응.”민서는 피하지 않았다.태건은 정문 옆 벤치를 바라봤다.“앉자.”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학생들이 정문을 오갔다. 누군가는 방학 계획을 말했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며 지나갔다.민서는 태건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야지.”태건이 말했다.너무 빨리 나온 대답에 민서가 그를 바라봤다.“그게 끝이야?”“하고 싶다며.”“응.”“그럼 지원해야지.”“안 불안해?”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불안하지 않을 리 없었다.민서가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모르는 생활을 시작하는 일.그 안에서 자신과 도윤이 점점 멀어질 가능성까지 생각했다.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유로 민서의 선택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불안해.”그가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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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괜찮은 척하지 않기

# 55화. 괜찮은 척하지 않기민서가 부산에 도착한 첫날, 세 사람은 저녁 아홉 시에 영상 통화를 하기로 했다.약속 시간보다 십 분이나 일찍 식탁 앞에 앉은 도윤은 휴대전화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아빠.”“왜.”“아홉 시 언제 돼?”“긴 바늘이 위로 가면.”도윤은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긴 바늘은 아직 열한을 조금 지난 곳에 있었다.“누나 부산에서 길 잃었어?”“숙소에 도착했다고 했잖아.”태건은 아이 앞에 우유를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도윤은 우유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휴대전화만 바라봤다.“누나 방에 침대 있어?”“있겠지.”“아빠도 안 가 봤어?”“오늘 처음 간 곳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여자 친구인데도?”태건의 입이 다물렸다.도윤은 연애를 하면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아홉 시 정각.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민서의 얼굴이 나타나자 도윤이 화면 가까이 달려들었다.“누나!”“얼굴 너무 가까워.”민서가 웃었다.태건이 휴대전화를 다시 세워 놓자 도윤은 숙소부터 보여 달라고 졸랐다.민서가 카메라를 돌렸다.작은 침대와 책상, 벽에 붙은 행거가 전부인 좁은 방이었다. 창문 너머로는 낯선 건물의 불빛이 보였다.“누나 집 작아.”“두 달만 있을 곳이니까.”“내가 가면 어디서 자?”“도윤이는 누나랑 침대에서 자야지.”“아빠는?”민서가 화면 밖의 태건을 바라봤다.“아빠는 바닥.”“왜 내가 바닥이야.”태건이 끼어들자 도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처음 통화는 삼십 분 넘게 이어졌다.민서는 기차에서 본 풍경과 숙소 근처의 바다 냄새를 이야기했다. 도윤은 어린이집에서 만든 색종이 물고기를 화면에 들이밀었다.태건은 대부분 듣기만 했다.민서가 피곤해 보일 때마다 통화를 끝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민서가 스스로 끊을 시간을 정하도록 기다렸다.“내일은 늦을 수도 있어.”민서가 말했다.“첫 출근 끝나고 회식한대.”“회식이 뭐야?”“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밥 먹는 거.”도윤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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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말하지 않은 것을 기다리는 법

# 56화. 말하지 않은 것을 기다리는 법“나는 상담받으러 온 거 아니에요.”여자는 아이를 품에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얘 어린이집만 찾아 주세요.”태건은 곧바로 이유를 묻지 않았다.기록지 맨 위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정다은, 스무 살.아이 이름은 정윤호. 생후 열한 달이었다.“원하는 지역이 있습니까?”태건이 묻자 다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자신을 설득하거나 훈계할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이었다.“지금 사는 곳 근처요.”“고시원 주소가 여기 맞습니까?”“네.”“몇 시까지 맡길 수 있어야 합니까?”“늦게까지요.”“정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다은의 표정이 굳었다.“그걸 왜 물어요?”“보통 어린이집은 연장 보육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태건은 준비된 시설 목록을 펼쳤다.“일곱 시 반까지 가능한 곳과 밤 열 시까지 가능한 곳은 조건이 다릅니다.”다은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품 안의 윤호가 답답한 듯 몸을 비틀었다. 다은은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자세만 바꿨다.“열한 시요.”“밤 열한 시?”“네.”옆에 앉은 담당자가 기록지에 시간을 적었다.“근무가 늦게 끝나시나요?”다은의 얼굴이 곧바로 닫혔다.“그건 상관없잖아요.”태건은 담당자를 바라보지 않았다.“당장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다은이 태건을 봤다.“다만 밤 열한 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거의 없습니다.”“그럼 없는 거예요?”“어린이집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태건은 시설 목록에서 가능한 곳을 두 군데 골랐다.첫 번째는 고시원에서 버스로 이십 분 떨어진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연장 보육은 저녁 일곱 시 반까지 가능했다.두 번째는 야간 돌봄을 연계하는 민간 기관이었다. 밤 열 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대기 인원이 많고 비용도 더 들었다.“열 시 이후에는 다른 돌봄 방법이 필요합니다.”태건이 말하자 다은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결국 안 된다는 말이네요.”“아닙니다.”“밤까지 일하는 사람이 애 키우면 안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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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자기 이름으로 받는 도움

# 57화. 자기 이름으로 받는 도움“이번에는 제 얘기도 해도 돼요?”다은은 이름과 연락처만 적힌 신청서를 태건 앞으로 밀었다.태건은 종이를 바로 가져오지 않았다.“네.”짧게 대답한 뒤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서 말씀하셔도 됩니다.”다은은 한동안 서 있었다.지난번에는 윤호를 품에 안고 있어서 빈손일 틈이 없었다. 오늘은 아이도 없고 가방도 의자 옆에 내려놓았다.두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손가락만 계속 만졌다.“무슨 도움을 받고 싶으십니까?”태건이 물었다.다은은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잘 모르겠어요.”“그럼 지금 가장 힘든 것부터 말해도 됩니다.”“그것도 모르겠어요.”태건은 질문을 바꾸지 않았다.담당자는 상담실 한쪽에 앉아 기록지를 준비했지만 먼저 끼어들지 않았다.다은이 천천히 손바닥을 폈다.손톱 옆의 살이 여러 군데 뜯겨 있었다.“잠을 못 자요.”그녀가 말했다.“윤호가 안 자서요?”“윤호는 자요.”“그럼 다은 씨가 잠들기 어렵습니까?”“누우면 계속 생각나요.”“어떤 생각이요?”“내일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다은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숨겼다.“고시원비 못 내면 쫓겨날 거고, 어린이집 자리 안 나면 계속 일 못 나갈 거고.”목소리가 점점 빨라졌다.“야간 돌봄 신청 떨어지면 어쩌나 싶고, 윤호가 아프면 또 빠져야 하고. 그러다 진짜 잘리면.”다은은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태건은 그녀가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현재 어디서 일하십니까?”“편의점이요.”“밤 근무입니까?”“저녁 여섯 시부터 열한 시까지.”지난 상담에서 들었던 시간과 맞았다.“주 몇 회입니까?”“원래는 다섯 번이었는데 요즘은 세 번만 불러요.”“근무 시간을 줄인 이유를 들었습니까?”“애 때문에 자꾸 빠진다고.”다은이 입술을 깨물었다.“점장님이 다음 달부터는 사람 새로 구할 수도 있대요.”“근로 계약서는 작성했습니까?”“아니요.”“급여는 계좌로 받습니까?”“일부는요.”담당자의 펜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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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약속을 바꾸는 법

# 58화. 약속을 바꾸는 법민서는 신규 사업 기획팀 제안서를 세 번째 읽었다.남은 인턴 기간 동안 현장 방문팀을 떠나 아동가족지원 신규 사업 기획에 참여하는 자리였다.참여 학생은 민서 한 명뿐이었다.기존 사업 자료를 분석하고, 실무자 회의에 참석하고, 마지막 주에는 직접 기획안을 발표해야 했다.배울 수 있는 것은 많았다.문제는 일정이었다.평일 퇴근 시간은 한 시간 늦어지고, 두 번의 토요일 회의가 추가됐다.그중 한 번은 태건과 도윤이 부산에 오기로 이야기했던 주말이었다.아직 기차표를 예매하지는 않았다.그래도 도윤은 달력에 그날을 표시해 두었다.민서는 제안서를 접어 서류 봉투 안에 넣었다.먼저 팀 이동 여부를 결정한 뒤 태건에게 말할 수도 있었다.반대로 태건과 도윤의 반응을 확인한 다음 선택할 수도 있었다.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민서는 휴대전화를 들었다.태건에게 영상 통화를 걸자 곧 화면이 켜졌다.“도윤이는?”“씻어.”태건은 주방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하루 종일 센터에 있었는지 눈가가 조금 지쳐 보였다.“무슨 일 있어?”“왜?”“통화하기로 한 시간 아니잖아.”“할 말 있어.”태건의 표정이 굳었다.“안 좋은 거야?”“그렇게 먼저 정하지 마.”“알았어.”민서는 책상 위에 제안서를 펼쳤다.“기관에서 기획팀으로 옮겨 보라고 했어.”“기획팀?”“응. 남은 기간 동안 신규 사업 만드는 팀.”민서는 업무 내용부터 설명했다.현장 방문보다 회의와 자료 조사가 많아진다는 것.마지막 주에 직접 기획안을 발표해야 한다는 것.근무 시간과 주말 일정이 늘어난다는 것.태건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하고 싶어?”설명이 끝나자 그가 물었다.“응.”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그런데 우리가 만나기로 한 주말에 회의가 있어.”태건의 시선이 화면 아래로 내려갔다.민서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아직 도윤이한테는 말 안 했지?”“부산 갈 날짜만 말했어.”“달력에 표시했다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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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곁에 있는 사람의 자리

#59화. 곁에 있는 사람의 자리“유민서 보호자분이십니까?”태건은 도윤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남자 친구입니다.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 병원 이름과 응급실 위치가 빠르게 이어졌다.민서는 최종 발표 준비 회의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잠시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구급차 안에서는 정신을 차렸고, 현재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큰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정확한 건 검사 결과를 봐야 합니다.”담당자의 말에 태건은 입술을 다물었다.괜찮다는 말도, 위험하다는 말도 아니었다.“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전화를 끊자 도윤이 태건의 얼굴을 올려다봤다.“누나 아파?”“응.”“많이?”“아직 몰라.”태건은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했다.“병원 갈 거야?”“응.”도윤은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내려다봤다.조금 전까지 녹은 부분을 핥아 먹던 아이가 더 이상 입을 대지 않았다.“누나 죽어?”태건의 손이 멈췄다.“그런 연락 아니었어.”그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췄다.“누나가 너무 피곤해서 쓰러졌대. 병원에서 왜 그런지 확인하고 있어.”“누나 깨 있어?”“응.”“말도 해?”“그렇대.”도윤의 굳은 얼굴이 아주 조금 풀렸다.태건은 곧바로 택시를 잡으려다 멈췄다.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검사와 진료가 길어지면 도윤은 낯선 곳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민서에게 가는 마음만 앞세워 아이의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그는 숙소 프런트에 연락했다.아이와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근처에 시간제 돌봄기관이 있는지 물었다. 주말이라 당장 이용 가능한 곳은 없었다.태건은 부산에 있는 민서의 기관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했다.“제가 세 살 아이와 같이 있습니다.”“응급실은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요.”예상했던 대답이었다.“민서 씨 옆에는 지금 누가 있습니까?”“저희 팀 실무자가 함께 있어요.”“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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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돌아오는 사람을 맞는 법

# 60화. 돌아오는 사람을 맞는 법현장 보조 중간 평가 면담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태건의 맞은편에는 센터 담당자와 팀장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지난 두 달 동안 작성한 상담 기록과 업무 평가표가 놓여 있었다.“본인은 어떻게 평가해요?”팀장이 먼저 물었다.태건은 미리 준비한 답을 꺼내지 않았다.“처음보다 덜 서두릅니다.”“무엇을요?”“답을 찾는 거요.”태건은 다은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아이만 도와 달라고 말하던 사람.필요한 것이 보인다는 이유로 자신이 먼저 이름 붙이려 했던 순간들.“예전에는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제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지금은요?”“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는 걸 압니다.”담당자가 평가표를 넘겼다.“좋아진 부분은 맞아요. 상담 대상자의 선택을 존중하려는 태도도 분명해졌고요.”“네.”“다만 상대의 상황이 본인 경험과 비슷할수록 감정이 많이 흔들립니다.”태건은 부정하지 않았다.다은의 주거지원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서 몇 번이나 시스템을 열어 봤다. 담당자가 아니었다면 직접 전화했을지도 몰랐다.“그게 나쁜 겁니까?”“나쁜 건 아니죠.”팀장이 대답했다.“공감이 있으니까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거예요.”그는 태건의 기록 한 장을 앞으로 밀었다.“그런데 공감과 동일시는 달라요.”태건은 기록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보호자가 도움을 거부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팀장이 해당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이태건 씨가 그 이유를 정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태건의 손이 멈췄다.“비슷한 일을 겪었으니까.”“비슷한 일이지 같은 일은 아니잖아요.”56화에서 들었던 지적과 같은 말이었다.그때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지금은 그 말이 기록과 태도 안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보였다.태건은 펜을 들어 문장을 고쳤다.[보호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부담과 불안을 표현함.]“이게 낫습니까?”“훨씬 낫죠.”팀장은 평가표에 서명했다.“현장 보조 활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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