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붙잡지 않는 사람“부산?”태건은 추천서에 적힌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두 달 동안?”“응.”민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여름방학 동안 부산의 아동가족지원기관에서 현장 업무를 경험하는 인턴십이었다. 학교에서 숙소 일부를 지원하고, 활동 평가가 좋으면 다음 학기 외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태건은 서류를 쥔 채 말이 없었다.민서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지원하고 싶다고 했지, 아직 간다고 결정된 건 아니야.”“최종 추천서잖아.”“서류 내고 면접도 봐야 해.”“붙을 가능성 높아?”“교수님은 그렇다고 하셨어.”태건의 손가락이 봉투 가장자리를 눌렀다.민서가 서울을 떠난다.두 달.학기 중처럼 학교에서 마주칠 수도 없고, 수업이 끝난 뒤 잠깐 만날 수도 없다. 도윤이 보고 싶다고 해도 당장 와 달라고 할 수 없는 거리였다.“언제 알았어?”“오늘.”“교수님이 갑자기 추천했어?”“지난 발표 보고 기관에서 학생 추천을 요청했대.”민서는 서류를 다시 받아 가방에 넣었다.“원래는 다음 학년 학생들 위주인데, 이번에는 신입생도 지원할 수 있대.”“하고 싶어?”태건이 물었다.대답을 이미 들었으면서도 다시 확인하는 목소리였다.“응.”“많이?”“응.”민서는 피하지 않았다.태건은 정문 옆 벤치를 바라봤다.“앉자.”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학생들이 정문을 오갔다. 누군가는 방학 계획을 말했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며 지나갔다.민서는 태건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야지.”태건이 말했다.너무 빨리 나온 대답에 민서가 그를 바라봤다.“그게 끝이야?”“하고 싶다며.”“응.”“그럼 지원해야지.”“안 불안해?”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불안하지 않을 리 없었다.민서가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모르는 생활을 시작하는 일.그 안에서 자신과 도윤이 점점 멀어질 가능성까지 생각했다.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유로 민서의 선택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불안해.”그가 솔직하게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