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나는 대학교에 오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다.고등학교 때처럼 등교할 때마다 복도 분위기를 살필 필요도 없고, 누가 누구랑 싸웠는지, 오늘은 또 어느 반 앞이 시끄러운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딱 그 정도의 평화를 바랐다.거창한 꿈은 없었다.새내기답게 동아리도 들어가고, 공강 시간엔 카페에서 과제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 한둘쯤 사귀고.누가 봐도 평범해서 기억에도 잘 안 남는 대학생.그게 내가 바라던 전부였다.“유민서?”출석을 부르는 조교의 목소리에 나는 손을 들었다.“네.”낮고 조용하게 대답하자, 조교는 별다른 관심 없이 명단에 체크했다.다행이었다.눈에 띄지 않았다.첫 강의실은 생각보다 넓었다.낯선 얼굴들, 아직 어색한 웃음, 새내기 특유의 들뜬 공기가 얇게 깔려 있었다. 누군가는 벌써 옆자리 사람과 인스타를 교환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교재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고 있었다.나는 맨 뒷자리에서 한 칸 앞, 창가 쪽 자리를 골랐다.너무 앞도 아니고, 너무 뒤도 아닌 자리.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교수님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을 때 의심받지 않을 정도의 자리.중간.나는 늘 중간이 좋았다.“너 혹시 신입생이야?”옆에서 누군가 불쑥 말을 걸었다.고개를 돌리자, 동글동글한 인상의 여학생이 생글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벌써 형광펜 세 개와 귀여운 캐릭터 필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응. 너도?”“응! 나 윤하린. 같은 과 맞지? 아까 단톡에서 이름 본 것 같아서.”“유민서야.”“아, 맞다. 유민서. 이름 예쁘다.”말투가 참 쉽게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애였다.나는 어색하게 웃었다.“고마워.”“너 혹시 동아리 정했어? 오늘 점심시간에 부스 구경 갈 건데 같이 갈래?”“아직은…… 잘 모르겠어.”“그럼 같이 가자. 나 혼자 가면 이상한 데 가입할 것 같아.”하린은 처음 만난 사람답지 않게 말을 잘했다.정확히는 혼자 말하고 혼자 웃고,
Last Updated : 2026-10-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