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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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사람 많은 곳에서

# 31화 사람 많은 곳에서발표가 끝난 뒤에도 민서의 손끝은 한동안 차가웠다.강의실을 나서는 학생들 틈에서 태건이 보였다. 맨 뒤쪽 벽에 기대 서 있던 그는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왜 거기 있어?”민서가 다가가 묻자 태건이 어깨를 폈다.“끝날 때까지 있으려고.”“수업은?”“들었어.”“진짜?”“출석도 했고.”태건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민서는 안다. 그에게 수업 한 번을 끝까지 견디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이었는지.휴대전화 화면에는 돌봄센터에서 보낸 사진이 떠 있었다. 도윤이 앞치마를 두르고 작은 주걱으로 찰흙을 누르는 모습이었다.울지도 않았고, 태건을 찾지도 않았다.세 사람 모두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냈다.“발표는.”태건이 물었다.“봤으면서 뭘 물어.”“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거야.”민서는 대답하기 전 잠시 강의실 안을 돌아봤다.교수 앞에 서는 순간까지도 도망치고 싶었다. 목이 잠기고 준비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런데 맨 뒤에 태건이 앉아 있었다.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생각보다 안 무서웠어.”“거짓말.”“티 났어?”“첫 문장 말할 때 숨 안 쉬더라.”민서가 피식 웃었다.“그래도 끝까지 했잖아.”태건도 아주 조금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네.”민서는 그 웃음을 보다가 어제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번에는 네가 선택해.도윤의 아빠로 살아가는 것 말고, 이태건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해 보라고 했다.태건은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그렇다고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정을 기다리는 것과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도윤이 데리러 갈 거지?”“응.”“같이 가자.”태건이 민서를 바라봤다.“오늘 학과 축제 준비한다며.”“한 시간 정도 늦어도 돼.”“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 기다리잖아.”“도윤이가 센터에서 두 시간 버틴 첫날이잖아. 같이 칭찬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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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말하지 못한 사람

# 32화 말하지 못한 사람“내 엄마?”도윤의 목소리는 작았다.광장 한쪽에서 스피커 음량을 확인하는 소리가 터졌다. 학생들이 웃으며 지나갔고, 멀리서는 천막 기둥을 고정하라는 외침이 들렸다.그런데도 민서에게는 도윤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태건은 무릎을 굽힌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단단하게 버티고 있던 얼굴이 처음으로 흔들렸다.“응.”태건이 어렵게 대답했다.“엄마 이름이야.”도윤은 바닥에 떨어진 병아리 인형도 잊은 채 태건만 올려다봤다.“엄마 어디 있어?”태건의 입술이 굳었다.민서는 그가 무슨 말을 고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아직 어리니까 나중에 말하자는 대답.지금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대답.도윤이 조금 더 크면 이야기하겠다는 약속.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묻는 것은 복잡한 사정이 아니었다.엄마가 세상에 있는지.자신을 알고 있는지.왜 지금 이곳에 없는지.“집에 가서 말해.”태건이 결국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윤의 눈이 금세 어두워졌다.“지금은 안 돼?”“사람 많아.”“엄마 얘기하면 안 돼?”태건이 숨을 삼켰다.민서는 아이가 태건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봤다.말해서는 안 되는 사람.물으면 아빠가 화를 내는 사람.자신과 닮았지만 이름조차 꺼내면 안 되는 사람.도윤이 벌써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민서는 바닥에 떨어진 병아리 인형을 주워 아이에게 건넸다.“엄마 얘기해서 안 되는 건 아니야.”태건의 시선이 날아왔다.민서는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아빠가 놀라서 천천히 말하려는 거야.”“민서야.”“도윤이가 잘못 물어본 거 아니잖아.”태건의 턱이 굳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아이 앞에서 날을 세우지 않았다.도윤은 병아리 인형을 한 손에 쥔 채 민서를 바라봤다.“민서 누나도 엄마 알아?”“이름만 들었어.”“본 적 있어?”“없어.”“왜?”민서는 대답하기 전에 태건을 봤다.이건 자신이 대신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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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잠긴 서랍 안의 사람

# 33화 잠긴 서랍 안의 사람태건의 시선이 안방 서랍에 멈췄다.도윤도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사진 저기 있어?”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민서는 그 침묵이 단순한 망설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진을 보여 줄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랍을 여는 순간, 그동안 닫아 둔 모든 일이 한꺼번에 흘러나올까 두려워하는 얼굴이었다.도윤은 침대에서 내려왔다.작은 발이 바닥에 닿자 태건이 본능적으로 앞을 막았다.“도윤아.”“엄마 사진 볼래.”“오늘은 늦었어.”“사진만 보고 잘게.”“다음에.”도윤의 입술이 금세 삐죽 나왔다.“아빠 또 다음에 말해?”태건의 얼굴이 굳었다.민서는 그 짧은 질문이 태건에게 얼마나 아프게 꽂혔는지 보았다. 아이는 따지려는 게 아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여러 번 미뤄진 대답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태건은 잠긴 서랍 앞에 쪼그려 앉았다.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사진을 보면.”그가 천천히 말했다.“도윤이가 더 궁금한 게 생길 수도 있어.”“물어보면 돼.”“아빠가 다 대답 못 할 수도 있어.”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모르면 모른다고 해.”민서는 숨을 삼켰다.태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이의 대답은 단순했다. 어른들이 평생 피해 온 일도 도윤에게는 그 정도였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만 이야기하면 되는 일.태건은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작은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서랍이 열리자 오래된 서류들과 통장, 병원 봉투가 보였다. 태건은 가장 아래에 놓인 검은 파일을 꺼냈다.파일 안에는 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민서는 한두 장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투명 비닐 속에는 갓난아기였던 도윤의 사진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 병원 침대에 누운 모습, 작은 담요에 싸인 모습, 처음 집에 온 날, 백일 무렵의 사진까지.그리고 가장 뒤쪽에 서하연이 있었다.태건은 그중 한 장만 꺼냈다.병원 창가에서 찍힌 사진이었다.하연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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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차단을 푼 밤

# 34화 차단을 푼 밤차단을 풀었다고 해서 곧바로 연락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태건은 서하연의 이름이 떠 있는 화면을 한참 내려다봤다.통화 버튼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닿는 곳에 있었다.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그런데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잘 지내냐고 묻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도윤이를 기억하냐고 묻는 것은 잔인했다.보고 싶냐는 말은 더 위험했다.대답이 어느 쪽이든 태건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화면이 어두워지자 그는 다시 휴대전화를 켰다.메시지 입력창을 열었다.[도윤이가 네 이름을 알게 됐어.]한 줄을 적었다가 지웠다.[네 사진을 봤어.]다시 지웠다.[연락하지 마.]그 문장은 보내지 않아도 지난 일 년 동안 충분히 전한 말이었다.태건은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엎어 놓았다.방문 너머로 작은 기척이 들렸다.도윤이 잠든 줄 알았는데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계속됐다.태건이 방문을 열자 도윤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린 채 눈을 뜨고 있었다. 베개 옆에는 하연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안 자?”“잠 안 와.”“왜.”도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태건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자 아이가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엄마도 밤에 자?”태건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시 멈췄다.“자겠지.”“어디서?”“아빠도 몰라.”“집 있어?”“아마 있을 거야.”“혼자 자?”질문이 이어질수록 태건의 대답은 짧아졌다.도윤은 사진 속 하연을 한참 보다가 물었다.“엄마도 나 사진 있어?”태건은 거짓말할 수 없었다.“예전 사진은 있을 거야.”“지금 사진은?”“없어.”“왜 안 줬어?”태건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도윤은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태건이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물었을 뿐이었다.“아빠가 안 보냈어.”“엄마가 달라고 했어?”태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응.”“근데 왜 안 줬어?”도윤의 목소리에는 원망보다 궁금함이 컸다.태건은 아이가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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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처음 듣는 목소리

# 35화 처음 듣는 목소리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도윤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엄마가 전화해?”태건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벨이 한 번 더 울렸다.지금 받지 않으면 끊길 것이다. 끊긴 뒤 다시 전화가 올지는 알 수 없었다.태건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희미한 숨소리만 들렸다.태건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한때는 전화가 연결되면 가장 먼저 들었던 소리였다. 말을 꺼내기 전마다 짧게 숨을 삼키던 습관도 그대로였다.“하연아.”수화기 너머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응.”일 년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태건은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반가움은 아니었다.그렇다고 미움만 남은 것도 아니었다.오래전에 닫아 둔 방의 문이 저절로 열린 것처럼 불편하고 서늘했다.도윤은 태건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엄마 맞아?”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까지 닿았는지, 하연의 숨이 멎었다.“지금 옆에 있어?”“응.”“도윤이가?”“그래.”다시 침묵이 흘렀다.태건은 도윤을 바라봤다.아이는 전화기 안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나도 전화할래.”도윤이 손을 내밀었다.태건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줬다.“잠깐만.”“엄마랑 말할래.”하연도 들었을 것이다.그런데 아무 말이 없었다.태건의 목소리가 차갑게 굳었다.“왜 전화했어.”“네가 먼저 연락했잖아.”“메시지로 답하면 됐어.”“도윤이가 내 이름을 알았다고 해서.”“그래서?”“목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어.”하연의 말끝이 떨렸다.태건은 그 떨림이 싫었다.도윤을 보고 싶다며 연락했을 때도 하연은 울었다. 미안하다고 했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그때마다 태건은 하연의 감정을 받아내야 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봐 겁났다.“울 거면 끊어.”도윤이 태건을 올려다봤다.“아빠 왜 화내?”태건은 입술을 다물었다.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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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약속한 일곱 시

# 36화 약속한 일곱 시목요일 저녁 여섯 시 사십 분.도윤은 벌써 세 번째로 벽시계를 올려다봤다.“지금 일곱 시야?”“아직.”태건이 식탁 위에 물컵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긴 바늘이 위로 가야 해.”도윤은 시계를 한참 노려봤다. 눈으로 바늘을 밀기라도 하려는 얼굴이었다.민서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평소보다 서둘러 저녁을 먹은 흔적이 식탁 위에 남아 있었다. 도윤은 밥을 절반쯤 남겼고, 태건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다만 기다리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도윤은 숨길 생각도 없이 들떠 있었다.태건은 휴대전화를 화면이 보이지 않게 엎어 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러나 몇 분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손끝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민서 누나.”도윤이 소파 쪽으로 달려왔다.“엄마가 내 사진 받을까?”“엄마가 준비되면 받겠다고 했잖아.”“오늘 준비돼?”“그건 전화 오면 물어보자.”도윤은 금세 태건을 돌아봤다.“아빠가 물어봐.”“네가 물어봐.”“아빠가 먼저.”태건은 대답하지 않고 물컵만 들었다.민서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긴장돼?”“안 돼.”“컵 반대로 들었는데.”태건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컵은 멀쩡한 방향이었다.민서가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자 태건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 장난해?”“긴장 안 했다며.”“네가 와 달라고 했지, 놀리라고 한 적 없어.”“그래도 어제보다 얼굴은 나아.”“어제 내 얼굴이 어땠는데.”“누가 전화기 빼앗아 갈까 봐 경계하는 사람 같았어.”태건은 대꾸하지 않았다.그 표현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민서는 태건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고 있었다.하연이 무슨 말을 하면 믿어도 되는지 판단해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도윤에게 무엇을 허락할지 대신 결정해 달라는 뜻도 아니었다.태건은 자신이 두려움 때문에 또 모든 가능성을 닫아 버릴까 봐 민서를 불렀다.처음으로 혼자 결정하지 않기 위해서.민서는 그 부탁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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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떠난 사람의 이유

# 37화. 떠난 사람의 이유[내가 도윤이를 두고 떠난 이유를 너는 전부 몰라.]태건은 하연이 보낸 문장을 한동안 내려다봤다.도윤은 조금 전까지 엄마와 통화했다는 사실이 기쁜지 방 안에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민서는 현관 앞에 선 채 신발을 다 신지 못하고 태건의 얼굴을 살폈다.“무슨 말이야?”태건은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내밀었다.민서가 메시지를 읽었다.“전화해 봐.”“오늘은 끝났어.”“도윤이랑 통화는 끝났지.”민서는 신발을 다시 벗었다.“너랑 하연 씨 사이에 남은 말은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태건의 입가가 굳었다.“또 힘들었다는 얘기겠지.”“그럴 수도 있어.”“그 말 들으면 뭐가 달라져.”“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어.”민서는 태건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래도 네가 모르는 이유가 있다면, 듣고 나서 판단해야지.”태건은 휴대전화를 세게 쥐었다.불과 며칠 전까지 그는 하연이 도윤을 버렸다고만 생각했다. 아이를 두고 자기 인생을 선택한 사람. 일 년 만에 연락해 사진을 달라고 했으면서, 답하지 않자 다시 사라진 사람.그렇게 믿어야 편했다.이유가 없으면 미워하기 쉬웠다.“민서야.”“응.”“안 가?”“통화 끝나면 갈게.”“왜.”“네가 또 혼자 듣고, 혼자 결론 내릴까 봐.”태건은 한숨을 내쉬었다.평소 같으면 자신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민서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그는 하연에게 답장을 보냈다.[지금 말해.]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가 뜨고 곧 전화가 걸려 왔다.태건은 도윤의 방문이 닫혀 있는지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도윤이는?”하연이 먼저 물었다.“방에 있어.”“민서 씨는 갔어?”태건의 시선이 민서에게 닿았다.“옆에 있어.”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내가 가는 게 나으면 갈게요.”민서가 작게 말하자 하연이 곧바로 대답했다.“아니에요.”목소리는 통화할 때보다 무거웠다.“도윤이 곁에 있는 분이면 알아야 할 것 같아요.”태건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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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세 사람이 마주 앉는 법

# 38화. 세 사람이 마주 앉는 법토요일 오후 한 시 오십 분.태건은 카페 출입문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민서는 맞은편에 놓인 물컵을 손끝으로 천천히 돌렸다. 도윤은 오늘 어린이집 친구 어머니에게 맡겼다. 처음부터 아이를 데려오지 않기로 하연과 합의한 자리였다.“몇 번째 봐?”민서가 물었다.“뭘.”“문.”태건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안 봤어.”“십 분 동안 일곱 번 봤어.”“세고 있었어?”“네가 너무 티 내니까.”태건은 대꾸하지 않았다.오늘 아침부터 비슷했다. 도윤의 가방을 세 번이나 확인했고, 어린이집에 맡긴 뒤에도 선생님에게 두 번 전화를 걸었다.도윤이 잘 놀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민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태건에게 오늘은 단순히 하연의 말을 듣는 날이 아니었다.한때 좋아했던 사람과 지금 좋아하게 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는 날이었다.그리고 두 사람 모두 도윤과 이어져 있었다.“민서야.”“응.”“불편하면 먼저 가도 돼.”민서가 컵에서 손을 뗐다.“오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지?”“나.”“그런데 왜 벌써 보내?”“혹시 모르니까.”“또 내가 불편할 거라고 미리 정하지 마.”태건의 입이 다물렸다.민서는 그의 표정을 보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나는 하연 씨랑 싸우러 온 것도 아니고, 네 과거를 확인하러 온 것도 아니야.”“알아.”“도윤이한테 필요한 게 뭔지 같이 들으러 온 거야.”“알아.”“그리고.”민서가 태건을 똑바로 바라봤다.“네가 필요하다고 해서 왔어.”태건의 시선이 마침내 민서에게 돌아왔다.그 말이 긴장을 조금 낮춰 준 듯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그러니까 보내지 마.”“안 보낼게.”“지금은 확실하게 대답하네.”“배우는 중이잖아.”민서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하연이 들어왔다.첫 통화 때 들었던 목소리와 사진 속 얼굴이 한 사람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어깨에 닿지 않는 짧은 머리.화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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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처음 만나는 엄마

# 39화. 처음 만나는 엄마토요일 오후 한 시 오십칠 분.도윤은 카페 유리문 앞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빠.”“왜.”“엄마 길 잃었어?”“아직 두 시 안 됐어.”“두 시 언제 돼?”태건이 벽시계를 가리켰다.“긴 바늘이 위로 가면.”도윤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긴 바늘은 열한과 열두 사이에 있었다.민서는 창가에 앉아 두 사람을 지켜봤다.카페는 태건이 미리 찾아본 곳이었다. 주말에도 손님이 많지 않았고, 안쪽 좌석은 출입문과 적당히 떨어져 있었다.도윤이 불편해하면 바로 나갈 수 있는 자리였다.태건은 오늘 아침부터 같은 말을 반복했다.엄마를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봐도 된다.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안기 싫으면 안겨 줄 필요도 없다.도윤은 그때마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정작 카페에 도착한 뒤에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도윤아.”민서가 불렀다.“누나 옆에 앉아 있을래?”도윤은 유리문 앞에서 고개를 저었다.“엄마 오면 내가 먼저 봐야 해.”“엄마가 도윤이를 못 찾을까 봐?”“응.”민서는 웃지 않았다.도윤에게는 중요한 걱정이었다.하연이 가진 사진 속 도윤은 갓난아이였다. 최근 사진을 한 장 보냈지만, 아이는 사진 속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하연에게 똑같이 보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태건이 도윤 옆으로 다가갔다.“엄마는 알아봐.”“어떻게?”“도윤이 사진 봤잖아.”“머리 달라.”도윤이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눌렀다.오늘 아침 태건이 머리를 정리해 줬지만, 카페에 오는 동안 다시 흐트러져 있었다.“그래도 알아봐.”“아빠는?”“뭐가.”“엄마 알아봐?”태건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응.”“사진이랑 똑같아?”“조금 달라.”도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많이 달라?”태건은 대답을 고르다 민서를 바라봤다.민서는 끼어들지 않았다.태건이 직접 정리해야 하는 말이었다.“사람은 오래 못 보면 달라져.”그가 말했다.“그래도 엄마는 엄마야.”도윤은 완전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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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아빠가 아닌 이태건

# 40화. 아빠가 아닌 이태건태건이 민서에게 약속을 잡기까지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민서는 토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간 뒤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그가 직접 시간과 장소를 정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렸다. 태건이 또 도윤의 일정이나 갑작스러운 일을 이유로 말을 흐린다면, 이번에는 대신 약속을 완성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메시지가 도착했다.[수요일 여섯 시.]그 아래에 식당 위치가 붙었다.학교에서 버스로 이십 분쯤 떨어진 곳이었다.민서는 지도 화면을 확대해 봤다.작은 양식당이었다. 유명한 데이트 장소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 보이지도 않았다. 창가에 테이블이 몇 개 있고, 오래된 벽돌 외벽이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태건이 직접 찾아본 흔적이 보였다.민서는 답장을 보냈다.[도윤이는?]답은 곧바로 왔다.[어린이집 선생님이 저녁까지 봐주기로 했어.][정말 나만 보려고 잡은 약속 맞아?]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응.]잠시 뒤 한 줄이 더 도착했다.[그래서 긴장돼.]민서는 화면을 보며 웃었다.태건이 긴장된다는 말을 먼저 한 건 처음이었다.수요일 오후 다섯 시 오십 분.민서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태건은 이미 식당 앞에 서 있었다.검은 셔츠에 청바지.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옷인데 머리가 유난히 단정했다.민서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를 잠시 바라봤다.태건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시 꺼내 시간을 봤다. 식당 유리창에 비친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려다 누군가 지나가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언제부터 있었어?”민서가 다가가며 묻자 태건의 손이 멈췄다.“방금.”“거짓말.”“십 분.”“머리는 몇 번 만졌어?”태건의 눈썹이 찌푸려졌다.“안 만졌어.”“봤는데.”민서가 웃자 태건이 시선을 피했다.“들어가.”그가 먼저 문을 열어 줬다.식당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태건은 예약된 창가 자리로 민서를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초도 꽃도 없었다. 대신 창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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