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잠긴 서랍 안의 사람태건의 시선이 안방 서랍에 멈췄다.도윤도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사진 저기 있어?”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민서는 그 침묵이 단순한 망설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진을 보여 줄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랍을 여는 순간, 그동안 닫아 둔 모든 일이 한꺼번에 흘러나올까 두려워하는 얼굴이었다.도윤은 침대에서 내려왔다.작은 발이 바닥에 닿자 태건이 본능적으로 앞을 막았다.“도윤아.”“엄마 사진 볼래.”“오늘은 늦었어.”“사진만 보고 잘게.”“다음에.”도윤의 입술이 금세 삐죽 나왔다.“아빠 또 다음에 말해?”태건의 얼굴이 굳었다.민서는 그 짧은 질문이 태건에게 얼마나 아프게 꽂혔는지 보았다. 아이는 따지려는 게 아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여러 번 미뤄진 대답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태건은 잠긴 서랍 앞에 쪼그려 앉았다.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사진을 보면.”그가 천천히 말했다.“도윤이가 더 궁금한 게 생길 수도 있어.”“물어보면 돼.”“아빠가 다 대답 못 할 수도 있어.”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모르면 모른다고 해.”민서는 숨을 삼켰다.태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이의 대답은 단순했다. 어른들이 평생 피해 온 일도 도윤에게는 그 정도였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만 이야기하면 되는 일.태건은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작은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서랍이 열리자 오래된 서류들과 통장, 병원 봉투가 보였다. 태건은 가장 아래에 놓인 검은 파일을 꺼냈다.파일 안에는 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민서는 한두 장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투명 비닐 속에는 갓난아기였던 도윤의 사진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 병원 침대에 누운 모습, 작은 담요에 싸인 모습, 처음 집에 온 날, 백일 무렵의 사진까지.그리고 가장 뒤쪽에 서하연이 있었다.태건은 그중 한 장만 꺼냈다.병원 창가에서 찍힌 사진이었다.하연은 침대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