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같은 집의 조건토요일 오후, 민서의 접이식 식탁 위에는 노트북 두 대와 계산기, 빈 종이 몇 장이 놓였다.태건은 민서가 보낸 문서를 다시 열었다.[함께 살기 전에 이야기할 것.]생활비.집의 위치.도윤의 방.민서의 업무 공간.집안일.하연과 도윤의 만남.서로 혼자 있는 시간.결혼 여부와 시기.“이거 진짜 다 오늘 말할 거야?”태건이 물었다.민서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오늘 결론 내자는 거 아니야.”“그럼.”“생각이 다른 게 있는지 확인하자고.”태건은 문서 첫 번째 항목을 눌렀다.“생활비부터?”“응.”“내가 더 낼게.”민서의 표정이 곧바로 굳었다.“얼마나.”“많이.”“그게 기준이야?”“도윤이도 있잖아.”태건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나랑 도윤이가 쓰는 돈이 더 많을 테니까.”민서는 그의 대답을 듣고 조금 누그러졌다.“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그럼 됐네.”“안 됐어.”민서는 빈 종이를 끌어와 가운데 선을 그었다.“공동생활비랑 도윤이 양육비를 나눠야 해.”태건의 눈썹이 움직였다.“어떻게.”“월세랑 관리비, 공과금, 같이 먹는 식비는 우리 둘이 수입에 맞춰 나누고.”민서는 오른쪽 칸에 적었다.[도윤 양육비: 태건 책임.]“어린이집, 병원, 옷, 장난감 같은 건 네가 부담하는 거야.”“당연하지.”“내가 가끔 사 주는 건 내가 원해서 하는 거고.”“응.”“생활비 냈으니까 도윤이 돌봄까지 반씩 해야 한다는 식으로 계산하면 안 돼.”태건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나중에도 하지 말자는 거야.”민서는 자신이 쓴 문장을 돌려 보여 줬다.“같이 살게 되면 경계가 흐려질 수 있으니까.”태건은 펜을 들어 그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민서의 돌봄은 의무가 아니다.]민서가 문장을 읽었다.“너무 딱딱한가.”태건이 물었다.“아니. 그대로 두자.”다음 항목은 집의 위치였다.태건은 휴대전화 지도를 열었다.“학교랑 센터 중간이면 여기쯤이야
Last Updated : 2026-10-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