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겨우 한 글자였다. 그런데 그 한 글자에 조금 전까지 남자친구라 부르던 사람이 낯선 남자가 되었다. 나는 태준의 왼손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 같았다. 그의 달력에 막 생긴 하트 하나가 떠올랐다. 하트는 하나만 넣자고 했던 나, 나중에 더 붙이자며 웃던 그 사람. 겨우 몇 분이 지났는데 그때로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농담이죠? 오늘부터 1일인데, 첫날부터 이러는 거 너무 심한데요.”“농담 아니에요, 채린 씨.”“그럼 예전에 결혼했다는 거예요? 지금은 끝난 거고요?”그가 입술을 다물었다. 그 짧은 망설임에 대답이 먼저 도착했다. 나는 손끝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짚었다. 그가 내 손을 놓을 때마다 아쉽다고 투정을 부렸던 일이 떠올랐다. 비 오는 골목에서 우산 손잡이를 함께 쥐었고, 맑은 날에도 만나자며 그를 놀렸다. 이제는 뭘 잘못 알고 있었는지조차 차례대로 세어야 할 것 같았다. 조금 전 이 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내일도 더 좋아하겠다며 웃던 내 손이었다.“제 아내는 백서진이에요. 아직 결혼한 상태예요. 이혼하지 않았고, 따로 살기로 정한 것도 아니에요.”우리가 함께 있던 정원에서는 누군가 찻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문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웃음소리까지 들리는데, 나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다.“아내가 있다는 거네요.”“네.”“그럼 어제도, 오늘도, 내가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동안에도요?”“맞아요.”나는 웃었다. 웃어야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호텔에서 처음 만난 밤, 남자가 내 손등에 입을 맞췄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가 다음 날에도 보고 싶다고 했을 때는 정말로 사랑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모든 시간 동안 누군가는 그의 아내였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혼자 기뻐했다. 자기 전에 전화로 열 번씩 보고 싶다고 말해 달라던 내가, 오늘은 그가 무슨 말을 더 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나한테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