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야 이름을 알았네요. 채린 씨.’나는 사내 메신저의 마지막 줄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름 세 글자를 읽었을 뿐인데 귀 끝까지 뜨거워졌고, 손가락은 답장 칸 위에서 자꾸 망설였다. 호텔에서는 끝내 알려 주지 않았던 이름. 그 사람이 지금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업무용 메신저인데요, 대표님.’보내기 버튼을 누르자마자 후회했다. 너무 퉁명스러웠나 싶어 다시 입력창을 열었을 때, 답장이 먼저 도착했다.‘맞습니다. 이 선임님께는 업무 관련해서만 연락드리겠습니다.’마땅히 안심해야 했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니 서운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내가 먼저 선을 그었으면서도, 그가 너무 얌전히 물러나는 건 아쉬웠다.‘아, 그건 아니고요.’급하게 쓰고 지웠다. 결국 메신저 창을 닫고 모니터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젯밤엔 그렇게 용감했으면서, 오늘은 문자 한 줄에도 쩔쩔매다니.“선임님, 퇴근 안 하세요?”수아가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고, 책상 위엔 오전 회의에서 수정하기로 한 자료가 남아 있었다.“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 먼저 들어가요.”수아를 보내고 파일을 정리했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빠뜨리지 않으려고 집중했으나, 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의 손이 떠올랐다. 어젯밤 손등에 입 맞추던 사람의 손이 오늘은 회의 자료 위에서 숫자를 짚었다. 내 인생에 그토록 다른 두 모습이 한 사람에게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밤 9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수정본을 저장하고 복도로 나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니 곧 문이 열렸고, 아무도 없는 안으로 들어섰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머리칼을 정리하는데 닫히던 문이 다시 벌어졌다.“타도 될까요?”그가 서 있었다.“대, 대표님.”“아까보다 더 놀라시네요.”“어디서 자꾸 나타나세요?”“회사인데요. 제가 여기서 일하거든요.”너무 당연한 대답이어서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가 들어오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우리는 거울 속에서 시선을 마주쳤다가 동시에
Last Updated : 2026-10-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