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일타 강사와 네 수인 이야기: Chapter 11 - Chapter 12

12 Chapters

11화 시범이라고 해 두지요.(1)

사흘째 저녁, 태녀궁 접견실.문이 열렸고, 묵현이 들어왔다.인사는 짧았다."뱀 부족 공, 묵현입니다."그리고 소원이 앉으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어제 그 늑대는 앉으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앉았는데.'검은 옷에 검은 머리. 불빛이 닿는 자리마다 머리카락에 어두운 초록빛이 돌았다.허리춤에는 작은 약재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고, 은은하게 쌉싸름한 풀 냄새가 났다.연한 황록빛 눈동자는 소원을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아닌 묘한 각도에 머물러 있었다."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인사 다음이 바로 용건이었다. 날씨 얘기도, 안부도 없었다.묵현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서안 위에 올려놓았다. 두루마리도 아니었다. 접힌 종이 한 장.소원은 그것을 펼쳤다.> **약재 전매권**끝이었다. 소원은 종이를 뒤집어 봤다. 뒷면은 백지였다."이게 다예요?""다입니다.""보통 이런 건 이유라든가, 근거라든가, 부족의 공적이라든가 그런 걸 쭉 쓰지 않아요?""필요 없는 걸 쓰면 읽는 쪽이 피곤합니다."소원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톡 튕겼다."근데 좀 당황스럽네요.""무엇이 말씀입니까.""보통 이런 자리엔 내가 뭘 해 드리겠다, 약속을 들고 오지 않나요? 첫 만남부터 요구서를 내미시니까."묵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약속은 지키지 못하면 빚이 됩니다. 요구는 거래고요. 저는 빚은 지지 않습니다.""……그럼 그 거래, 대가는요? 이걸 주면 뱀 부족은 뭘 주는데요?""후계입니다. 확실하게.""확실하게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요?""쉽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묵현이 처음으로 소원을 똑바로 보았다."대면식에서 보니 마마께서는 넷을 버거워하시더군요.""……""그럼 돌아가실 필요 없습니다. 직선으로 가시면 됩니다. 후계는 어차피 낳으셔야 합니다. 빨리 낳으시면, 그만큼 빨리 놓여나십니다."묵현은 거기서 한 박자 쉬었다."그리고 넷 중 제가 성공률이 가장 높습니다."접견실이 조용해졌다.'대면식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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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시범이라고 해 두지요.(2)

차가울 줄 알았다. 뱀이니까. 피가 찬 짐승이니까. 그런데 닿은 입술은 따뜻했다. 생각보다 훨씬.입술이 한 번 떨어졌다가 각도를 바꿔 다시 겹쳤다. 망설임이 없었다. 처음부터 어디로 갈지 정해 둔 사람처럼, 순서대로였다.그리고 혀가 들어왔다.'얇다.'얇고 길고 정확했다. 소원의 혀를 한 번 감았다가 풀고, 입 안 어디가 어떤지 하나하나 짚어 보듯 움직였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도 헤매지 않았다.맛이 났다.키스는 달콤하다던데, 이상하게 쓴맛이었다. 그의 허리춤에서 나던 그 풀 냄새가 혀끝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았다. 말린 약초를 씹었을 때처럼 쌉싸름하고, 목 뒤로 서늘하게 넘어가는 맛.신기한 건, 그게 싫지 않았다는 거였다.쓴데 자꾸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맛. 아메리카노 같았다. 쌉싸름하면서 한 모금 더 넘기게 되는 맛이었다.'이 사람 키스를 무슨 서류 검토하듯이……'그 생각이 끝나기 전이었다.혀끝이 입천장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소원의 감상이 거기서 끊겼다.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강의를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조용해 본 적 없는 머릿속이, 그 순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숨이 엉켰고, 뒷목을 감싼 손의 열이 그대로 느껴졌고, 혀끝에 남은 쓴맛이 전부였다.정신을 차렸을 때, 소원의 손은 묵현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언제부터 쥐고 있었는지 몰랐다.그때 묵현이 먼저 멈췄다. 입술이 떨어졌다. 아주 천천히, 계획대로라는 듯이. 뒷목의 손이 물러났고, 턱을 받치던 손도 물러났다. 묵현은 한 걸음 물러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옷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말했다."어떠십니까.""……네?""이건 부분입니다."묵현이 소원을 보았다. 업무 보고를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전체도 상상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소원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뒤늦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귀까지.'……나 지금 몰입했었어? 머릿속이 한시도 안 쉬는 내가, 아주 잠깐 아무 생각을 안 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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