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차가울 줄 알았다. 뱀이니까. 피가 찬 짐승이니까. 그런데 닿은 입술은 따뜻했다. 생각보다 훨씬.입술이 한 번 떨어졌다가 각도를 바꿔 다시 겹쳤다. 망설임이 없었다. 처음부터 어디로 갈지 정해 둔 사람처럼, 순서대로였다.그리고 혀가 들어왔다.'얇다.'얇고 길고 정확했다. 소원의 혀를 한 번 감았다가 풀고, 입 안 어디가 어떤지 하나하나 짚어 보듯 움직였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도 헤매지 않았다.맛이 났다.키스는 달콤하다던데, 이상하게 쓴맛이었다. 그의 허리춤에서 나던 그 풀 냄새가 혀끝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았다. 말린 약초를 씹었을 때처럼 쌉싸름하고, 목 뒤로 서늘하게 넘어가는 맛.신기한 건, 그게 싫지 않았다는 거였다.쓴데 자꾸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맛. 아메리카노 같았다. 쌉싸름하면서 한 모금 더 넘기게 되는 맛이었다.'이 사람 키스를 무슨 서류 검토하듯이……'그 생각이 끝나기 전이었다.혀끝이 입천장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소원의 감상이 거기서 끊겼다.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강의를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조용해 본 적 없는 머릿속이, 그 순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숨이 엉켰고, 뒷목을 감싼 손의 열이 그대로 느껴졌고, 혀끝에 남은 쓴맛이 전부였다.정신을 차렸을 때, 소원의 손은 묵현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언제부터 쥐고 있었는지 몰랐다.그때 묵현이 먼저 멈췄다. 입술이 떨어졌다. 아주 천천히, 계획대로라는 듯이. 뒷목의 손이 물러났고, 턱을 받치던 손도 물러났다. 묵현은 한 걸음 물러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옷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말했다."어떠십니까.""……네?""이건 부분입니다."묵현이 소원을 보았다. 업무 보고를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전체도 상상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소원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뒤늦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귀까지.'……나 지금 몰입했었어? 머릿속이 한시도 안 쉬는 내가, 아주 잠깐 아무 생각을 안 했어.'
사흘째 저녁, 태녀궁 접견실.문이 열렸고, 묵현이 들어왔다.인사는 짧았다."뱀 부족 공, 묵현입니다."그리고 소원이 앉으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어제 그 늑대는 앉으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앉았는데.'검은 옷에 검은 머리. 불빛이 닿는 자리마다 머리카락에 어두운 초록빛이 돌았다.허리춤에는 작은 약재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고, 은은하게 쌉싸름한 풀 냄새가 났다.연한 황록빛 눈동자는 소원을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아닌 묘한 각도에 머물러 있었다."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인사 다음이 바로 용건이었다. 날씨 얘기도, 안부도 없었다.묵현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서안 위에 올려놓았다. 두루마리도 아니었다. 접힌 종이 한 장.소원은 그것을 펼쳤다.> **약재 전매권**끝이었다. 소원은 종이를 뒤집어 봤다. 뒷면은 백지였다."이게 다예요?""다입니다.""보통 이런 건 이유라든가, 근거라든가, 부족의 공적이라든가 그런 걸 쭉 쓰지 않아요?""필요 없는 걸 쓰면 읽는 쪽이 피곤합니다."소원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톡 튕겼다."근데 좀 당황스럽네요.""무엇이 말씀입니까.""보통 이런 자리엔 내가 뭘 해 드리겠다, 약속을 들고 오지 않나요? 첫 만남부터 요구서를 내미시니까."묵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약속은 지키지 못하면 빚이 됩니다. 요구는 거래고요. 저는 빚은 지지 않습니다.""……그럼 그 거래, 대가는요? 이걸 주면 뱀 부족은 뭘 주는데요?""후계입니다. 확실하게.""확실하게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요?""쉽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묵현이 처음으로 소원을 똑바로 보았다."대면식에서 보니 마마께서는 넷을 버거워하시더군요.""……""그럼 돌아가실 필요 없습니다. 직선으로 가시면 됩니다. 후계는 어차피 낳으셔야 합니다. 빨리 낳으시면, 그만큼 빨리 놓여나십니다."묵현은 거기서 한 박자 쉬었다."그리고 넷 중 제가 성공률이 가장 높습니다."접견실이 조용해졌다.'대면식에
"태율공.""예.""하나만 물어봐도 돼요?""하문하십시오.""이거, 진짜 괜찮으세요?""무엇이 말씀입니까.""이 화친이요. 넷이서 순서 정해서 돌아가며 지내는 거……""부족이 소신을 보낸 것은,"태율이 소원의 말을 끊었다. 그가 소원의 말을 중간에 자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소신이 견딜 줄 알기 때문입니다.""뭘 견디는데요?""……법도를 견딘다는 말씀입니다."'순간적으로 말을 바꿨네.'소원은 조금 더 밀어붙였다."늑대 부족은 원래 혼인하면 한 사람만……""소신은 늑대 부족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왔습니다."태율의 시선이 처음으로 병풍에서 내려와 소원의 눈에 똑바로 닿았다."이 자리에 소신 개인의 일은 없습니다."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으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소원은 입을 다물었다.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아. 본인한테는 엄청난 굴욕일 텐데, 개인의 감정보다 부족이 더 큰 거구나. 그래서 의무라는 단어 뒤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거였어. ……그걸 내가 대놓고 들춰내서 뭐 하겠다고.'소원은 약정서를 조심스럽게 다시 말았다."알겠어요. 잘 접수할게요.""감사합니다.""그리고 이건 분위기 전환 겸 범위 확인인데요.""예.""그 의무라는 건 어디까지고, 선택은 어디부터예요?"접견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아. 이것도 괜히 야하게 들리는 질문이었네. 난 정말 순수하게 업무 범위 확인이었는데. 진심으로.'태율의 시선이 병풍에서 천장으로 갔다가 황급히 소원에게로 돌아왔다."그것은…… 도리상 마마께서, 아니 소신이, 아니…… 의무의 범위는 그때 마마의 명에 따라……""방금 말 엄청 꼬이셨는데.""꼬이지 않았습니다.""완전 꼬였는데요.""……꼬이지 않았습니다."대답은 단호했지만, 그의 두 귀는 이미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순서는 제가 알아서 정할게요.""명을 받들겠습니다."태율은 깍듯하게 예를 올리고 몸을 돌렸다. 문턱을 넘는 걸음이 아주 찰나, 반 박자 느
이튿날 저녁, 태녀궁 접견실.소원은 상석에 단정하게 앉아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은은한 차 향이 접견실을 채우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실전 모드로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상담이나 면담은 한이경, 아니 소원의 본업이자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십이 년 동안 학원가를 누비며 학부모 상담만 천 번도 넘게 해온 짬밥이 어디 가겠는가.'똑같아. 상대 말을 경청하고, 원하는바를 빠르게 파악하고, 약속은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다. 상대가 학부모가 아니라 거대한 수인족 남편이라는 것만 다르지. ……뭐, 생각해 보니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차이점이긴 하다만.'정각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접견실 문이 열렸다.태율은 문턱에서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궁의 문이 결코 낮은 편이 아닌데도, 그 어깨가 문틀에 걸릴 것만 같은 체구였다. 그가 들어서자 넓던 접견실이 한 칸쯤 줄어든 것 같았다.'못해도 190은 넘겠네, 저거.'"늑대 부족 공, 태율이 마마를 뵙습니다.""어서 오세요. 거기 서 있지 말고 편하게 앉으세요.""서서 고하겠습니다."'아, 완벽하게 외워왔네, 외워왔어.'어깨는 각을 잡아 꼿꼿이 펴고, 시선은 정면 한 점에 고정, 두 손은 옷솔기에 딱 붙이고. 소원의 눈에는 까다로운 입학사정관 앞에서 잔뜩 굳은 고삼 면접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소신 태율은 늑대 부족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화친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의무요.""그렇습니다.""의무니까 하겠다는 거예요?""그렇습니다.""그게 뭐예요. 너무 기계적이잖아요. 듣기에 영 별로인데요."태율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기계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나, 그리 느끼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진지하게 저러니까 더 이상하네. AI한테 너 AI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는 꼴이잖아.'소원은 터져 나오려는 입꼬리를 겨우 눌렀다. 어제는 꼬리를 살랑거리던 여우 앞에서 웃음을 터뜨렸다가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혔으니, 오늘은 표정 관리라는 걸 좀 해야
"앉으세요."아무도 안 앉았다."앉으시라고요." 넷이 앉았다. 각 부족 사신들도 주춤주춤 앉았다."한 분씩 하겠습니다. 손 드시고요.""……손이요?""네, 손. 안 들고 말씀하시면 안 받습니다."대전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번엔 어이없어서 조용한 쪽이었다. 그때 손이 하나 올곧게 올라왔다. 청운이었다.'……저 사람 진짜 손 들었네.'"네, 말씀하세요.""아까 하다 만 말이 있습니다.""하세요."청운이 숨을 한 번 쉬었다. 이 궁에 온 뒤로 그는 여러 번 말을 시작했다가 여러 번 잘렸다. 어리다고, 서툴다고, 아직 모른다고. 하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저희 부족이 고생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그런데요?""……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그럼 뭐 때문인데요?""……"청운이 입을 다물었다. 귀가 다시 빨개졌다."됐습니다. 다음 분 하십시오."'뭐야 저거. 말을 하다 말아, 자꾸.'넷이 차례로 말했다. 손을 들고, 한 명씩.그리고 넷이 다 말하고 나서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넷 다 자기가 먼저여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이럴 줄 알았지. 발언 기회를 공평하게 주면 결론이 날 줄 알았지. 안 나지.'"그럼 이거, 서로 얘기해서는 못 정하는 거네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못 정하시는 거 맞죠?""……"예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마마. 제비를 뽑으시는 건 어떠하올지.""제비요?""예. 넷이 한자리에 모여 뽑으시면, 하늘의 뜻으로 돌릴 수 있사옵니다."'하늘의 뜻은 무슨. 아무도 책임 안 지겠다는 소리지.'소원은 넷을 둘러봤다. 태율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지환은 웃고 있었는데 눈은 안 웃었다. 청운은 또 뭔가 말하려다 말았고, 묵현만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좋습니다.""묵현공은 아까부터 다 좋으시네요.""제가 뽑힐 확률은 넷 중 하나니까요. 저 셋이 다투는 동안에도 넷 중 하나였고, 지금도 넷 중 하나입니다. 달라진 게 없습니다."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그럼 제비로 하시지요."
"……달마다 정해진 날을 나누어 각 공의 처소에 납시어 화친의 의를 몸소 행하시되, 한 이레는 비워 심신을 보하시라 하셨나이다." 예관이 두루마리를 또르륵 말았다. 반 시진짜리 고문 낭독이 드디어 끝났다. 소원은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겉으로만. '한 이레를 비운다는 건 한 달에 일주일만 쉰다는 거고…… 그럼 나머지 스무사흘은 매일……? 그 정도면 노동 아닌가? 스테이크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데, 아무리 남신이랑 자는 것도 과유불급이다 정말.' 머릿속으로 출근 일수와 체력 계산기를 두드리던 소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툭 튀어나갔다. "……그러니까, 돌아가면서 자라는 거지?" 순간 대전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예관의 손에서 두루마리가 미끄러질 뻔했고, 단 아래 늘어선 네 공의 눈빛이 일제히 굳었다. 대전 뒤편에 늘어선 각 부족 사신들 사이에서는 작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까지 났다. 소원은 순간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싸해진 것을 느끼고 아차 싶었다. '아니, 원래 몸 주인은 수줍음이 많아서 모후 앞에서는 고개도 제대로 못 들던 셋째 딸이라 하지 않았나? 궁중 대전 한복판에서 던지기엔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이었네.' 순간 당황해서 눈동자를 살짝 굴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소원은 속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아니, 근데 내가 틀린 말 했나? 말을 괜히 빙빙 돌려봤자 서로 간만 보고 기싸움만 길어지지. 핵심은 이거잖아.' 소원은 슬그머니 마음을 가다듬고 표정을 뻔뻔하게 바꿨다. "아니…… 제가 표현이 좀 거칠었을진 몰라도, 결론적으로 돌아가면서 뭘 하라는 건 맞잖아요? 돌려 말하면 전달만 안 되니까 요점만 짚자는 겁니다." 뻔뻔하지만 정확한 정곡. 예관은 입만 뻐끔거렸고, 단 위에 앉은 모후는 말없이 소원을 내려다보았다. 화를 내는 것도, 제지하는 것도 아닌—마치 '네가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듯한 무거운 침묵. 그 침묵이 오히려 소원에게 판을 깔아준 꼴이 되었다. 소원은 십이 년 동안 학원가에서 단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