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잊기에는 너무 길었고, 잊지 않기에는 더없이 충분한 시간이었다.윤서아는 그 잔혹한 시간을 견뎌 냈다. 강태준이 사라진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그를 완전히 잊은 적은 없었다.그렇다고 매일 울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 몇 달은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급히 받았다. 집 앞에서 낯익은 발소리가 들리면 현관문을 열어 확인하기도 했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실망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고, 일 년이 흘렀다.태준은 돌아오지 않았다.그가 남긴 전화번호는 여전히 없는 번호였고, 조직의 부하들은 더 이상 서아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모른다는 말. 혹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그래서 서아는 기다렸다. 태준이 금방 돌아오겠다고 했으니까. 그 말을 믿고 싶었으니까.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강태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윤서아는 그가 없는 집을 떠나기로 했다.“…다 챙겼나.”서아는 텅 빈 방을 둘러보았다. 캐리어 하나, 커다란 상자 두 개, 그리고 오래된 가방 하나. 그게 전부였다.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기까지,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 집은 늘 서아의 집이었다. 처음에는 태준이 돌아올 때까지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느새 5년이 흘렀다. 한국대학교에 입학했고, 밤을 새워 공부했고, 수석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남들처럼 취업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았다. 몇 번의 탈락 끝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에 합격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서아는 혼자였다.물론 곁에 아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친구들을 사귀었고, 취업 준비를 함께한 동기들도 있었다. 힘든 날이면 함께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요한 순간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늘 같았다.합격 통지를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