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충실하게 옆에 있을게요.”문이 닫혔다. 강태준은 복도에 한참 서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열아홉짜리 계집애 하나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보통은 울거나. 살려달라고 빌거나. 집에 보내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게 정상이다.그런데 윤서아는 달랐다. 납치를 부탁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고.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태준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려다 멈췄다. 이내 담배를 다시 집어넣었다.“형님.”뒤에서 부하가 다가왔다.“말해.”“저 애… 정말 데리고 계실 겁니까?”태준이 그를 바라봤다.“내가 버리라고 했나?”“아닙니다.”“그럼.”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조사해 볼까요?”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뭘.”“윤서아 말입니다.”잠시 침묵. 태준은 낮게 대답했다.“해.”“어디까지—”“전부.”태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학교, 가족, 주변 사람들.”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나한테 왜 왔는지도.”다음 날 아침. 서아는 평소처럼 눈을 떴다. 낯선 천장.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어제 일이 떠올랐다.납치. 강태준. 그리고 자신의 선택.서아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옷장에는 새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하지만 손대지 않았다.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었다. 새 옷을 받는 순간부터 빚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에 있던 남자가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어디 가십니까?”“주방이요.”“왜요?”“밥 하려고요.”“……밥을요?”“네.”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서아는 그를 지나쳐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은 호텔처럼 넓었다. 냉장고를 열었다. 재료가 가득했다. 서아는 한참 안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사람 몇 명 먹어요?”뒤따라온 남자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열 명 정도?”“그럼 이걸로 충분하겠네요.”서아는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냈다. 손놀림이 능숙했다. 계란을 깨고. 채소를 썰고. 국을 끓였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부하들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