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따로 만났다더니. 거기서 대판 싸우기라도 한 게냐?""제가 애입니까. 싸우게.""아직도 내 눈엔 처음 만난 그날처럼, 고집 센 꼬맹이로 보이는데.""아버지 처음 만났을 때도 꼬맹이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9살은 꼬맹이지!"이남국의 핀잔에 태현의 입가에 찰나의 웃음기가 스쳤.딱딱하게 굳어 있던 아들의 얼굴이 풀리는 것을 본 이남국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상하네. 네가 분명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사진 보고 얼마나 공들여 고른 새아가인데.""제가 그 여자를요? 말도 안 됩니다. 무례하고, 제멋대로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어디가 마음에 듭니까?"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마치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듯 백가은의 단점을 나열했지만, 머릿속엔 자꾸만 카페에서 보았던 그녀의 슬픈 눈망울이 떠올랐다."얼굴은 예쁘잖아?""아버지.""아하하, 농담이다 농담. 아무튼, 난 이 결혼 찬성이다. 왜 싫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더 만나봐!""...저한테 다신 만나지 말자고 했습니다."태현의 자폭 섞인 대답에 이남국의 눈이 동그래졌다.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남국은 짧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세상에, 우리 이태현 팀장이 차였다고? 그것도 백제 그룹 딸한테?""왜 웃으세요, 기분 나쁘게.""꼭 시련 당한 사춘기 소년 같아서 그런다, 이놈아.""무슨...!""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구만. 널 키우는 2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을, 그 새아가를 만나고 오더니 다 보여주는구나.""누가 새아가예요, 아버지."태현의 항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이남국은 덩실거리며 책상으로 향했다."아이고, 우리 예비 새아가를 만날 때 뭘 입어야 하나. 넥타이부터 새로 사야겠구만."난감한 듯 머리를 쓸어넘기던 태현은 창밖을 보며 자조적인 한숨을 내뱉었다.‘다신 보지 말죠, 우리.’독하게 뱉어내던 그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