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먼지 냄새.그리고 조그맣게 웅크린 아이.집중할 때 뺨을 찌르는 버릇이 있었다.이름을 부르면 못 들었다.불러도 불러도.그래서 손가락으로 반대쪽 뺨을 찌르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눈이 동그래지면서.태현은 눈을 감았다.그리고 다시 떴다.말이 안 됐다.20년이었다.사람이 같을 수가 없었다.버릇 하나가 같다고.눈빛이 어딘가 닮았다고.그게 무슨 근거가 되나.얼굴도 식습관도,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리고 그 애는 죽었다.태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겼다.목이 조였다.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창가로 걸어가 창유리에 이마를 살짝 기댔다가, 금방 떼어냈다.유리가 차가웠다.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한태풍이 노크 후 들어왔다."팀장님, 오후 미팅 준비—""어, 가."태현이 짧게 끊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복도로 나서면서, 태현은 한 번 더 생각했다.말이 안 된다.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내려야 했다.그런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도, 서류를 펼치면서도, 그 손가락이 자꾸만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밤이었다.소은이 공방 계단을 내려가다 멈췄다.문 앞에 사람이 있었다.가로등 빛이 가까스로 닿는 자리.하얀 코트.느슨하게 늘어진 머리카락.기다리다 지친 사람처럼 기둥에 기대어 선 여자.여자가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백가은 팀장님."처음 듣는 목소리였다."누구세요?""루루미예요. 이태현 오빠 아시죠?"소은이 그녀를 들여다봤다.새하얗고 창백한 피부.겁에 질린 것도, 당당한 것도 아닌.팽팽한 눈빛이었다.이 여자는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추운 골목에서.그럼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 버티는 것 같았다."...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알아내는게 뭐 어렵다고."빈말이 아니었다.나는 당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선언 같은 말이었다."무슨 일로 오셨나요.""태현 오빠 어떻게 생각하세요?""무슨 뜻이죠?""정략 결혼 상대잖아요."루루미가 가볍
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