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꺼낼 말을 찾지 못했다.태현이 소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런 상황에서는 그냥 때려도 됩니다.""...네?""나한테 말하던가."소은은 그 말을 받지 못했다.받아야 할 말인데 어디에 어떻게 얹어야 하는지 몰랐다.고마워요, 라고 하면 됐다.그 세 글자면 됐다.근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태현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가시죠."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딩ㅡ.문이 열렸다.소은이 안으로 들어섰다.태현은 들어오지 않았다.닫히는 문 사이로 그의 옆얼굴이 보였다.복도를 향한 채로, 이미 다음 걸음을 뗄 준비를 하는 사람의 얼굴.문이 완전히 닫혔다.소은은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댔다.나한테 말하던가.그 말이 내려가는 내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소은은 눈을 감았다.그리고 감은 채로 한 박자 있다가 떴다.고마워요, 를 못 했다.다음번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바로 다음에, 다음번을 생각하는 자신이 마음에 걸렸다.엘리베이터가 로비층에 멈췄다.딩ㅡ.문이 열렸다.소은은 발을 뗐다.이 사람한테 이러면 안 됐다.누군가에게 지켜지는 게 익숙해지면 안 됐다.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면 더더욱 안 됐다.발걸음이 무거웠다.***이틀 뒤, 저녁 아홉 시.백제 그룹 팀장실.불이 꺼진 층에서 팀장실 조명만 켜져 있었다.소은은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원단 샘플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프로젝트 서류가 쌓여 있었다.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분명히 있었다.펼쳐진 스케치북이 앞에 있었다.언제부터 그리고 있었는지 기억이 없었다.업무용 도면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 선이 달라졌다.딱딱한 패턴선이 아니었다.사람의 윤곽이었다.소은의 연필이 멈췄다.완성된 얼굴이 종이 위에 있었다.미간에 힘이 들어간 채 서류를 보는 눈.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기는 손.작업실에서 소파에 기대 앉았을 때의 각도.소은이 실눈을 뜨고 그것을 들여다봤다.이걸 왜 그렸는지 깨닫기도 전에,노크 소리가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