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이룸 그룹 펜트하우스.태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넥타이는 이미 풀었다.재킷은 등받이에 걸쳐져 있었다.야경이 통창 너머로 펼쳐져 있었지만 그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핸드폰을 들고 있었다.사진이었다.오늘 오후, 그 공간에서 찍은 것.빛이 닿는 바닥.기울어진 각도.그리고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여자.빛 참고용이라고 했다.맞는 말이었다.조명 셋업을 위한 기록이었다.논리적으로 맞았다.그런데 열어볼 때마다.빛보다 그녀가 먼저 보였다.원피스 자락이 조금 흔들려 있었다.막 돌아선 직후였는지, 아직 방향을 잡기 전이었는지.머리카락이 한 올 흘러내려 있었다.그걸 모르는 채로 공간을 보고 있는 옆얼굴이었다.태현이 핸드폰을 뒤집었다.화면이 꺼졌다.잠시 그대로 있던 그는, 다시 화면을 켰다가 또 뒤집었다.태현 씨.그 이름이 아직도 귓속에 있었다.팀장도 아니고, 성을 붙인 것도 아닌.처음 듣는 호칭이었다.그런데 낯설지 않았다.그게 더 이상했다.낯선 것은 금방 사라지지만, 익숙한 것은 오래 남는다.태현은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천장을 봤다.가은 씨.자신이 그렇게 받아쳤을 때, 그녀의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있었다.잠깐 굳었다가 다시 평평해진 얼굴.그 찰나가 자꾸 눈앞에 걸렸다.그녀는 당황했다.그 당황한 얼굴이 꽤나 기억에 남았다.태현은 눈을 감았다.지갑을 꺼냈다.안쪽 가장 깊은 곳.낡고 빛바랜 사진 한 장.보육원에서 함께 있던 아이들.다시 보니 보였다.김동석, 김승아.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모습.그 속에서, 제 손을 꼭 잡고 있던 어린 소은.태현이 사진을 한참 봤다.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오늘 찍은 사진을 열었다.노란 원피스를 입고 빛 안에 서 있는 여자.두 개를 번갈아 봤다.겹쳐지다가 흩어졌다.흩어졌다가 다시 겹쳐졌다.눈매였다.집중할 때 손끝이 뺨으로 향하는 그 습관이었다.거기에 더해서 김동석, 김승아.푸른 보육원 사람들이 자꾸 그녀의 주변에 나타났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6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