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소은은 대답하지 못했다.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그때 소은은 심한 말을 했을 것이었다.망쳐야 하니까.지금처럼 나란히 저녁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었다.그것만 알았다."됐습니다. 농담이에요."태현이 먼저 걸음을 뗐다.목소리는 평탄했지만, 소은은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소은은 그 뒷모습을 봤다.이 사람이 농담할 때와 아닐 때를, 어느새 구분할 수 있게 됐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몰랐다.그냥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됐다.그게 더 문제였다."어땠긴요. 제가 다 망쳤겠죠."태현이 피식 웃었다.태현이 소은의 옆으로 걸음을 맞췄다."그럼 내가 또 붙잡았으려나."소은이 또다시 말을 잃었다.이 남자 앞에서는 계속 허술하게 굴게 된다.뭔가를 막으려 하면 이미 늦어 있고, 막을 말을 찾으면 이미 지나가 있었다.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다.퇴근 시간이 지난 거리였다.사람이 많았다.식당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고, 카페 안이 불빛으로 가득했다.보도가 좁아지는 구간에서 사람들이 몰렸다.태현이 반 걸음 앞으로 나서며 길을 텄다.소은이 그 뒤를 따랐다.그때였다.옆에서 사람 무리가 한꺼번에 흘러 들어왔다.소은의 발이 보도블록 턱에 걸렸다.몸이 기울었다.반사적으로 손이 뻗었다.태현의 손이었다.잡았다.잡아버렸다.소은의 손가락이 그의 손을 감쌌다.태현의 걸음이 멈췄다.소은은 균형을 잡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잡고 있는지 인식했다.놓아야 했다.반사적으로 잡은 건데, 놓는 게 오히려 더 의식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지금 손을 놓으면 방금 이걸 잡았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질 것 같았다.그래서 못 놓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소은은 생각을 멈췄다.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돌아보지도 않았다.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손을 빼지도, 쥐지도 않았다.그냥 거기 있었다.사람들이 옆으로 흘렀다.웃음소리, 발소리, 가게 안에서 새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