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다른 이름으로 그를 다시 만났다: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127 Capítulos

101화_잠겨버린 창고 문

이룸 그룹 쪽 공동 작업실로 자리를 옮긴 게 오후 세 시쯤이었다.태현이 검수를 겸해서 소은의 작업을 보는 일정이 있었다.소은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에어컨 바람이 생각보다 강했다.소은이 팔을 문질렀다.태현이 들어온 건 십 분 뒤였다.서류 봉투를 들고 왔다.소은을 보고 자리를 잡으려다 멈췄다."어디 아픕니까.""아니요.""아파 보이는데.""괜찮아요."태현이 소은 옆자리에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소은의 얼굴을 봤다.소은이 시선을 피하며 화면을 봤다.태현이 잠깐 아무 말 없이 소은을 내려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작업이 시작됐다.소은이 화면을 설명하면 태현이 서류를 펼쳐 맞춰봤다.중간에 수정 사항이 생기면 소은이 바로 반영했다.에어컨 바람이 계속 소은 쪽을 향하고 있었다.소은이 팔을 다시 문질렀다."춥습니까.""...조금."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에어컨을 꺼버렸다.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소은의 등 뒤를 지나쳤다.소은의 어깨 위로 무게가 얹혔다.태현의 재킷이었다.소은이 몸을 굳혔다.재킷이 어깨를 감쌌다.잠깐이었다.그 잠깐 동안 태현의 손이 소은의 어깨 위에 있었다.올려놓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소은의 어깨가 반응했다.굳었다가 천천히 힘이 빠졌다.자신도 모르게.태현이 돌아가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대로 있어요.""......""에어컨 껐어요."태현이 서류를 펼치며 다음 항목을 짚었다."여기 이 컬러 조정 부분이요.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방향으로 수정하면—"평소처럼 말을 이었다.방금 뭔가를 건넨 사람처럼 굴지 않았다.소은은 재킷을 어깨에 둔 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태현의 체온이 배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느껴지면 안 됐다.소은이 화면에 집중했다.어깨에 손이 닿았던 게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올려놓고 거둬들이는 그 짧은 동작이.***창고 문을 연 건 소은이었다.패턴 샘플 원본이 필요했다.이룸 그룹 건물 지하 자재 창고에 보관된 것이었다.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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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_난 안 되겠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멈췄다.닫히는 소리가 달랐다.당황한 두 눈이 마주쳤다.태현이 문 쪽으로 가 손잡이를 잡았다.열리지 않았다.한 번 더.역시 열리지 않았다."...잠겼어요?""...잠겼습니다.""잠금 걸어놓고 들어왔어요?""자동 잠금이라 원래는 안에서 열리는데..."태현이 내부 손잡이를 다시 당겼다.꼼짝하지 않았다.태현이 잠깐 문을 보다가 뒤로 돌아섰다."잠금 장치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소은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신호가 없었다.지하였다.소은이 핸드폰을 내렸다.태현도 같은 행동을 했다.핸드폰을 봤다가 내렸다.두 사람이 좁은 창고 안에 서 있었다.자재 선반이 양쪽에서 벽처럼 좁게 서 있었다.통로 너비가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어깨가 닿을 것 같았다.소은이 한쪽 선반 쪽으로 붙었다.태현도 반대쪽으로 붙었다.그래도 좁았다.이 거리라면 손을 뻗으면 닿을 것이었다.소은은 그 생각을 빠르게 지웠다.조명은 하나였다.형광등이 천장에 달려 있었다.상자 그림자들이 바닥에 길게 늘어졌다.두 사람의 그림자도 거기 있었다.나란히."안 오면 한 비서가 찾아오겠죠."태현이 말했다."우리가 들어온 거 봤을 겁니다. 한 시간 있으면 찾으러 올 거예요.""한 시간이요.""...삼십 분일 수도 있고."소은이 팔짱을 꼈다.아직 재킷이 어깨에 있었다.소은이 태현을 째려봤다.창고 안이 서늘했다.벗으면 더 추울 것 같았다.그냥 뒀다."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까.""D 섹션 패턴 샘플이요.""찾아둡시다."태현이 선반 쪽으로 걸어갔다.소은도 따라갔다.태현이 D 섹션 라벨을 찾아 상자를 확인했다."이겁니까.""잠깐만요."소은이 상자를 열어 확인했다.맞는 것이었다.소은이 샘플을 꺼내 들었다.할 일이 끝났다.이제 나가면 되는데.나갈 수가 없었다.두 사람이 다시 통로에 섰다.태현이 선반에 등을 기댔다.소은이 반대편 선반에 기댔다.마주 보는 것이 어색해서 소은이 샘플을 내려다봤다.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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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_취소됐던 상견례 자리

오전 열 시.태현이 이남국과의 전화를 끊었다.태현은 핸드폰을 내려다봤다.화면이 꺼져 있었다.한참 그 상태로 있었다.'백동우가 찾아왔었다.'이남국은 그 말만 했다.더 설명하지 않았다.태현도 더 묻지 않았다.이미 충분했다.태현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창밖으로 도심이 내려다보였다.햇살이 유리창을 비스듬히 때리고 있었다.백동우가 이남국에게 직접 접촉했다.그 사람이 원하는 건 하나였다.자신과 그녀의 사이를 끊는 것.태현이 펜을 집어 들었다.돌리다가 내려놓았다.백동우가 이남국을 직접 찾아갔다는 건,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가 없어졌다는 뜻.태현은 그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뭔가가 변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도 감지했다는 것.태현은 이남국을 오래 알았다.아버지가 직접 연락을 해오는 경우는 드물었다.알아서 처리하는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먼저 연락을 했다는 건,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신호였다.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이 눈에 들어왔다.이룸과 백제 공동 프로젝트 진행안.소은의 필체로 메모된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짧고 명확하게.군더더기 없이.태현이 그 메모 위에 잠깐 시선을 뒀다가 거두었다.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코트를 집어 들었다.***오후 두 시, 청담동 레스토랑.외부 미팅 장소였다.처음 상견례 자리로 잡았다가 취소된 그 레스토랑이었다.소은이 먼저 와 있었다.창가 자리.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척하고 있었다.태현이 들어서는 순간, 소은의 손이 멈췄다.소은은 시선을 고정한 채 숨을 한 번 내쉬었다.티 내지 않으려 했다.메뉴판을 한 장 넘겼다.태현이 맞은편에 앉았다.코트를 접어 옆에 두고, 물 한 잔을 들었다.창밖을 잠깐 봤다가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아무 말이 없었다.소은은 그가 알아봤는지 읽으려 했다.읽히지 않았다.이 사람은 표정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곧 협력 업체 사람들이 들어오고,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주문이 들어가고, 음식이 나왔다.업무 얘기가 오갔다.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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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_놓지 못한 손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소은은 대답하지 못했다.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그때 소은은 심한 말을 했을 것이었다.망쳐야 하니까.지금처럼 나란히 저녁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었다.그것만 알았다."됐습니다. 농담이에요."태현이 먼저 걸음을 뗐다.목소리는 평탄했지만, 소은은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소은은 그 뒷모습을 봤다.이 사람이 농담할 때와 아닐 때를, 어느새 구분할 수 있게 됐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몰랐다.그냥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됐다.그게 더 문제였다."어땠긴요. 제가 다 망쳤겠죠."태현이 피식 웃었다.태현이 소은의 옆으로 걸음을 맞췄다."그럼 내가 또 붙잡았으려나."소은이 또다시 말을 잃었다.이 남자 앞에서는 계속 허술하게 굴게 된다.뭔가를 막으려 하면 이미 늦어 있고, 막을 말을 찾으면 이미 지나가 있었다.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다.퇴근 시간이 지난 거리였다.사람이 많았다.식당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고, 카페 안이 불빛으로 가득했다.보도가 좁아지는 구간에서 사람들이 몰렸다.태현이 반 걸음 앞으로 나서며 길을 텄다.소은이 그 뒤를 따랐다.그때였다.옆에서 사람 무리가 한꺼번에 흘러 들어왔다.소은의 발이 보도블록 턱에 걸렸다.몸이 기울었다.반사적으로 손이 뻗었다.태현의 손이었다.잡았다.잡아버렸다.소은의 손가락이 그의 손을 감쌌다.태현의 걸음이 멈췄다.소은은 균형을 잡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잡고 있는지 인식했다.놓아야 했다.반사적으로 잡은 건데, 놓는 게 오히려 더 의식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지금 손을 놓으면 방금 이걸 잡았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질 것 같았다.그래서 못 놓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소은은 생각을 멈췄다.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돌아보지도 않았다.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손을 빼지도, 쥐지도 않았다.그냥 거기 있었다.사람들이 옆으로 흘렀다.웃음소리, 발소리, 가게 안에서 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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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_손가락 끝에 남은 온기

'알아요'라는 말이 귓속에서 맴돌았다.짧은 말이었다.그런데 그 글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 건지, 소은은 자꾸 생각하게 됐다.넘어질까 봐 잡았다는 걸 안다는 건지.아니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는 건지.생각을 잘라도 자꾸 다시 올라왔다.소은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가슴이 이상하게 뛰고 있었다.달리지도 않았는데.태현의 차 앞에서 두 사람이 멈췄다.조수석 문을 먼저 연 건 태현이었다.소은이 탔다.태현이 돌아가 운전석에 앉았다.시동을 걸지 않았다.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차 안이 조용했다.밖에서 들리던 거리의 소음이 한 꺼풀 걷힌 것 같았다.창밖으로 주차장 형광등이 낮게 깔려 있었다.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목소리가 낮았다.낮고 고요했다.업무 얘기를 할 때의 톤이 아니었다."한 가지만 물어봐도 됩니까."대답하지 않았다.하지 말라고 해도, 그는 물을 것 같았다."백 회장님ㅡ 그러니까, 아버지와 친합니까."소은의 눈이 가늘어졌다."무슨 말이에요, 갑자기.""우리 사이를 끊으려고 한다던데. 알고 있었나 해서."소은은 대답하지 않았다.모르지 않았다.백동우가 움직이는 방식을 오래 봐왔다.이미 느끼고 있었다.오늘 아침에도 느꼈다.밥상머리에서 별말 없이 나온 한마디가, 어딘지 모르게 경고처럼 들렸으니까.그래서 더 조심했다.더 거리를 뒀어야 했다.그런데 오늘 저녁 이 사람 옆에서 밥을 먹었다.손을 잡고 걸었다.놓지 않았다.차 안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가은 씨."태현이 소은을 봤다.정면이 아닌, 소은 쪽으로."날 받아주지 않는 이유가,"목소리가 한 박자 가라앉았다."혹시 그 사람 때문입니까."소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질문이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말일까.이 사람은 모른다.얼마나 많은 것들이 백동우의 손 안에 있는지.한 가지 이유가 아니었다.실이 수십 개 엉켜 있는 것이었다.하나를 잡아당기면 다른 것들이 함께 딸려 나오는 구조였다.보육원 친구들이.자신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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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_발견된 스케치

강우현이 봉투에 마지막 유리 조각을 쓸어 담았다.요란한 소리 없이.오래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손이었다.감정을 끼워 넣지 않았다.루루미가 또 한 번 휩쓸고 간 자리였다.카펫에 물이 번져 있었고, 벽 한쪽에 무언가를 집어 던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이게 몇 번째인지 강우현은 세지 않았다.그 수를 세는 것도 자기 몫이 아니었다.창가 쪽을 마저 훑다가 손이 멈췄다.종이였다.카펫과 창틀 사이 틈에 끼어 있었다.반쯤 구겨진 채로.강우현이 집어 들었다.봉투에 넣으려다가 멈췄다.스케치였다.연필로 그린 것이었다.드레이프 라인이 종이 위를 가로질렀다.어깨선.허리 아래 퍼지는 흐름.정확하고 섬세한 선들이었다.강우현은 이 분야에 어두웠지만, 이게 아무 손에서나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종이 한쪽 구석에 알파벳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Designer S.강우현이 봉투를 내려놓았다.핸드폰을 꺼냈다.한태풍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비서님. 저 강우현입니다."[네. 무슨 일이십니까.]"루루미 씨 방 정리하다 이상한 게 나왔는데요."강우현이 종이를 들여다봤다."스케치 같은데, 루루미 씨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 S, 라고 적혀 있어요."짧은 침묵이 흘렀다.[...어디서 나왔습니까.]"창가 카펫 사이에 끼어 있었어요. 방 치우다 발견했습니다."[그 자리에 두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통화가 끊겼다.강우현이 종이를 다시 들여다봤다.이것이 왜 루루미 방에 있는 건지, 물을 수 없었다.자기 몫이 아니었다.자기 몫은 방을 치우는 것까지였다.그 이상을 생각하면 이 일을 못 했다.종이를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았다.봉투를 들고 복도로 나섰다.문이 닫혔다.***소식이 도착한 건 오후였다.한태풍이 스케치를 가지고 이룸 그룹으로 돌아왔다.태현이 그것을 받아들었다.종이 위를 훑었다.선들이 보였다.드레이프의 방향.퍼지는 각도.어깨를 지나 허리 아래까지 흐르는 구조.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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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_다시 피어오른 불길

이룸 그룹 공동 작업실.오후 여섯 시가 넘어 있었다.소은이 작업대 위 도면에 몸을 기울인 채 연필을 짚었다.패턴 수정 표시.컬러 조정 메모.선이 하나씩 추가됐다.납기가 이틀 앞이었다.패션쇼 조명 셋업이 어제 또 바뀌었다.거기에 원단 납품 순서까지 조율이 안 된 항목이 두 개 남아 있었다.일이 쌓이는 속도가 소화하는 속도보다 빨랐다."이 부분."태현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도면 한 구간을 손가락 끝으로 짚었다."원단 배치 방향이 바뀌면 여기 드레이프가 달라져요. 디자이너 S의 원래 설계 의도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소은이 그쪽을 봤다.맞는 말이었다.이 구간은 디자이너 S가 처음 선을 그었을 때부터 고집해온 자리였다.원단 흐름 하나가 바뀌면 전체 실루엣이 달라졌다.소은이 연필을 내려놓으며 도면을 봤다.잠깐이었다."...저녁에 만나고 올게요.""디자이너 S를요.""네."태현이 소은을 봤다.소은은 그 시선을 받지 않고 코트를 집어 들었다.가방 끈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내일 아침 첫 미팅 전까지 수정본 보내드릴게요."소은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멈추지 않았다.나갔다.태현이 소은이 나간 자리를 봤다.도면 위에 소은이 짚고 간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다.짧고 정확한 선이었다.군더더기가 없었다.태현은 그것을 잠깐 봤다가 핸드폰을 들었다.한태풍이었다.[루루미 씨 최근 동선 확인됐습니다. 지난 주 오후, 삼성동 쪽 골목 공방에 들른 기록 있습니다. 주소 보내드릴게요.]태현이 주소를 읽었다.주소는 소은이 향한 방향과 겹쳐 있었다.***저녁 여덟 시.공방 안이 조용했다.소은이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연필이 종이 위를 긁었다.드레이프 라인 수정.손이 익숙하게 움직였다.동석은 없었다.조금 전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나갔다.공방이 조용했다.바깥에서 간헐적으로 차 소리가 들려왔다.소은은 그것을 들으면서 연필을 움직였다.오늘 작업실에서 나올 때 태현의 눈이 생각났다.잠깐이었는데 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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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_결국 불러버린 이름

김동석이 편의점 봉투를 들고 골목을 걸었다.삼각김밥 두 개.캔 커피.소은이 또 저녁을 건너뛸 게 뻔했다.두고 나오면 됐다.거절해도 두고 나오면 그만이었다.거절하더라도 나중에 슬쩍 보면 없어져 있었다.소은은 항상 그랬다.챙겨주는 걸 받는 척도 안 하면서 받고 있었다.골목 모퉁이를 돌았다.그때 냄새가 왔다.한 걸음이었다.한 걸음 걷는 사이에 공기가 달라졌다.동석이 걸음을 늦췄다.공방 창문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흔들렸다.창틀 안쪽에서.연기가 창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봉투가 손에서 떨어졌다.동석의 무릎이 꺾였다.그대로 주저앉았다.뛰어야 했다.문을 열어야 했다.소은이 안에 있었다.소은이 안에 있는데.그런데 몸이 덜덜 떨렸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흔들리는 오렌지빛뿐이었다.이 냄새를 알고 있었다.이 색깔을 알고 있었다.이 온도를.20년 전.밤이었다.복도가 연기로 채워지고 있었다.아이들이 울었다.문 앞에서 누군가가 쓰러졌다.동석은 왼쪽 팔을 감싼 채 밖으로 나왔다.누군가가 안쪽에서 이름을 불렀던 것 같았다.되돌아가면 안 됐다.그 안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했다.그것만 알았다.들어가면 안 됐다.그런데.저 안에 소은이 있었다.20년 전 그날도, 저 안에 소은이 있었다.목에서 소리가 나왔다.소리가 아니었다.숨이 찢겨서 나온 것이었다."은아ㅡ"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목소리였다.연기 속에 묻혔다.동석의 시야가 흔들렸다.불빛 때문이 아니었다.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골목 어귀에서 차가 섰다.태현이 내렸다.주소를 확인하며 들어왔다.골목이 좁았다.건물들이 촘촘했다.공방 위치를 눈으로 짚으면서 걸었다.냄새가 났다.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사이에 공기가 달라졌다.걸음이 빨라졌다.불꽃이 보이는 순간, 몸이 그쪽으로 향했다.그리고 그 앞 바닥에 누군가가 주저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동석이었다.공방 창문을 향한 시선이 거기 박혀서 움직이지 않았다.숨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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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_스무 해를 넘어온 목소리

공방 문은 열려 있었다.골목의 불빛.밤공기.열린 문.그런데도 몸이 멈췄다.발이 움직이지 않았다.연기 냄새였다.이 냄새를, 소은은 알고 있었다.뒤쪽에서 뭔가 타는 소리가 들렸다.소은이 돌아보지 못했다.돌아볼 수 없었다.20년 전이 머릿속을 헤집었다.복도가 연기로 채워졌다.아이들이 울었다.소은은 동생 하나의 손을 잡고 계단 쪽으로 뛰었다.그런데 어디선가 불길이 쏟아졌다.발이 미끄러졌다.왼쪽 다리가 무언가에 닿았다.닿는 순간 세상이 하얗게 됐다.그게 다였다.그다음을 소은은 몰랐다.눈을 떴을 때 밖이었다.밤이었다.동석이 울고 있었다.연기가 목 안으로 들어왔다.기침이 나오고 눈이 따가워졌다.소은이 눈을 감았다 뜨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이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쓰러져 있는 엄마를 아빠가 감싸 안고 있었다.눈앞에서.아빠가 죽어가고 있었다.불렀다.나오지 않는 목소리였다.지금의 소은은 알고 있었다.나가야 한다는 것을.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발만 내디디면 된다는 것을.발이 움직이지 않았다.앞이 흐려졌다.소은이 주저앉았다.바닥이 차가웠다.찬 바닥이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더웠다.왼쪽 다리가 타고 있는 것 같았다.알고 있었다.타고 있지 않다는 것을.그런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그 온도를.그 소리를.그날 밤 그 자리에서 쓰러졌던 것을.20년이 지나도 이 냄새 앞에서 몸이 먼저 무너졌다.기침이 멈추지 않았다.소은이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버티려 했지만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20년 전도 이랬다.이렇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래서 거기서 쓰러졌다.쾅ㅡ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소은이 고개를 들었다.뿌연 연기 사이로 사람이 보였다.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소은은 그게 누군지 인식하지 못했다.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가은 씨ㅡ"목소리가 들렸다.낮은 목소리였다.소은이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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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_스무 해의 침묵

병원 복도.태현이 앉아 있었다.벽에 등을 기대고.무릎에 팔을 올리고.고개를 숙이고.방금까지 무엇을 했는지가 손에 남아 있었다.소은을 안은 무게.의식을 잃는 몸이 힘없이 기울어지던 것.태현이 두 손을 들여다봤다.이 손이 방금 소은을 안고 공방 밖으로 나왔다.연기 속에서.의식을 잃는 몸을 받쳤다.그 감각이 손에 남아 있었다.소은은 공방 안에 있었다.연기 속에.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소은의 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연기 속에서 봤던 소은의 눈.앞을 보고 있었는데 여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다른 시간을 보고 있었다.태현은 그 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이 그런 눈을 하게 되는지.20년 전 그 불길이 어떤 기억을 남기는지.그 냄새를 맡으면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그리고 저 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태현은 알고 있었다.머리를 감쌌다.손이 떨렸다.복도가 조용했다.형광등이 낮게 울었다.누군가의 발소리가 멀리서 들렸다가 사라졌다.태현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안도인지 원망인지 모를 감정들이 몰아쳤다.일어설 수 없었다.동석이 왔다.복도 끝에서부터 태현이 보였다.벽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동석은 걸음을 늦추지 않고 태현 옆에 앉았다.같은 자세로.벽에 등을 기대고.고개를 숙이고.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오래 그러고 있었다.동석은 아무 말 없이 정면만 보고 있었다.침묵이 내려앉았다.두 사람 사이에.그 침묵 안에 수십 개의 말들이 들어 있었다.꺼내지 않은 것들.꺼낼 수 없는 것들.아직은 말이 되지 않는 것들.태현이 고개를 숙였다.동석이 눈을 감았다.그러다 태현의 핸드폰이 울렸다.진동이었다.낮게.태현이 화면을 봤다.루루미.그때 동석이 조용히 말했다."그 여자."태현이 멈췄다."정말 푸른 보육원 사람이야?"태현이 동석을 봤다.동석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태현 쪽을 보지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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