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나 보따리처럼 겉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적어 주세요.”유소정이 말했다.“내용물을 모르시면 미확인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열어 보고 쓴 듯이 적지는 마시고요.”“맡긴 사람 이름도 필요합니까?”“아시면 적어 주세요. 연락할 수 있는지도요.”나는 종이 맨 아래에 보따리라고 썼다. 이름은 적을 수 있었다. 연락처는 없었다.“연락은 안 됩니다.”“저쪽에서 한국 분을 만나신 적은요?”“떨어진 사람은 몇 봤습니다. 한국말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유소정은 그 답을 미귀환자 칸에 옮겨 적는다고 했다.“그 부분은 조사 때 말씀해 주세요. 4월 10일(금) 오전에 측정실로 오시면 됩니다.”“물건은 전부 꺼냅니까?”“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것만 꺼내겠습니다. 운반 중인 고객 물품은 그 전에 인계를 끝내 주세요.”나는 일정표에 선을 그었다. 그날 오전에는 짐을 받지 않기로 했다.전화를 끊고 목록을 다시 썼다. 마른 빵, 끈, 천막, 물통. 평소 꺼내던 것부터 적고 나니 종이 아래에 빈칸이 조금 남았다.보따리는 그 빈칸에 들어갔다.◉4월 10일(금), 관리청 측정실 문 앞에서 작업용 점퍼의 지퍼를 내렸다.주머니에는 노트와 목록만 넣었다. 맡은 짐은 전날 모두 인계했다. 빈 운송장도 챙겼다가 가방에 도로 넣었다.측정실 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이계 물품 반출 금지, 보관만 허용』나는 문을 두드리기 전에 문구를 한 번 더 읽었다.안에서 유소정이 문을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