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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반입 금지 품목 안내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9 17:00:00

“봉투나 보따리처럼 겉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적어 주세요.”

유소정이 말했다.

“내용물을 모르시면 미확인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열어 보고 쓴 듯이 적지는 마시고요.”

“맡긴 사람 이름도 필요합니까?”

“아시면 적어 주세요. 연락할 수 있는지도요.”

나는 종이 맨 아래에 보따리라고 썼다. 이름은 적을 수 있었다. 연락처는 없었다.

“연락은 안 됩니다.”

“저쪽에서 한국 분을 만나신 적은요?”

“떨어진 사람은 몇 봤습니다. 한국말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유소정은 그 답을 미귀환자 칸에 옮겨 적는다고 했다.

“그 부분은 조사 때 말씀해 주세요. 4월 10일(금) 오전에 측정실로 오시면 됩니다.”

“물건은 전부 꺼냅니까?”

“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것만 꺼내겠습니다. 운반 중인 고객 물품은 그 전에 인계를 끝내 주세요.”

나는 일정표에 선을 그었다. 그날 오전에는 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목록을 다시 썼다. 마른 빵, 끈, 천막, 물통. 평소 꺼내던 것부터 적고 나니 종이 아래에 빈칸이 조금 남았다.

보따리는 그 빈칸에 들어갔다.

◉

4월 10일(금), 관리청 측정실 문 앞에서 작업용 점퍼의 지퍼를 내렸다.

주머니에는 노트와 목록만 넣었다. 맡은 짐은 전날 모두 인계했다. 빈 운송장도 챙겼다가 가방에 도로 넣었다.

측정실 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계 물품 반출 금지, 보관만 허용』

나는 문을 두드리기 전에 문구를 한 번 더 읽었다.

안에서 유소정이 문을 열었다. 측정기 앞에는 조사관 둘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목록을 받을 준비를 했고, 다른 사람은 바닥에 얇은 깔개를 펴고 있었다.

“신우재 씨, 이쪽에 앉으세요.”

나는 의자에 앉지 않고 깔개부터 봤다.

“짐 좀 내려놓겠습니다.”

유소정이 내 손을 봤다. 빈손이었다.

“목록부터 주세요.”

목록을 건네자 조사관이 위에서부터 읽었다. 품목 옆에는 수량과 쓰임을 적어 뒀다. 빵은 먹는 것, 끈은 묶는 것, 천막은 자는 데 쓰는 것이라고 썼다.

조사관이 쓰임 칸을 짚었다.

“이건 직접 작성하셨습니까?”

“네. 글자는 동생이 봐 줬습니다.”

“먹는 것이라고만 쓰셨네요.”

“빵은 다른 데 안 썼습니다.”

조사관은 옆 종이에 식량이라고 고쳐 적었다. 끈 옆에는 운반용이라고 썼다.

유소정이 문에 붙은 안내문 사본을 내 앞에 놓았다.

“먼저 이 부분부터 설명드릴게요. 이계에서 가져온 물품은 확인 없이 판매하거나 다른 분에게 넘기시면 안 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건 괜찮습니까?”

“보관은 가능합니다. 기존에 쓰시던 개인 물품은 오늘 용도까지 확인하고요. 게이트에서 새로 반출하는 화물과는 별도입니다.”

“끈도 못 팝니까?”

“재질 확인 전에는 안 됩니다.”

“파는 게 아니라 짐을 묶어서 넘기는 건요?”

유소정이 조사관을 봤다. 목록을 읽던 조사관이 끈을 먼저 확인하자고 했다.

나는 깔개 앞에 쪼그려 앉았다.

“꺼내고 다시 넣는 것까지 적어 두겠습니다.”

가방에서 운송장 한 장을 꺼냈다. 고객 이름을 쓰는 칸은 비워 두고, 인수인 칸에는 내 이름을 적었다.

『품목: 이계 보관 물품 / 출발: 아공간 / 도착: 관리청 측정실 임시 확인 / 운임: 없음』

조사관은 내가 쓴 종이를 들여다봤다.

“저희도 확인 목록을 만듭니다.”

“끝나고 수량이 같아야 해서요.”

“그럼 나중에 대조하죠.”

조사관은 깔개 옆에 자리를 내 줬다. 나는 점퍼 소매를 접고 손을 뻗었다.

◉

먼저 마른 빵을 꺼냈다.

한 덩이를 놓고 손을 옆으로 옮겼다. 다시 한 덩이를 놓았다. 조사관이 펜을 들고 기다리다가 빵이 계속 나오자 수량 칸에 작은 선을 긋기 시작했다.

빵은 40덩이였다.

마지막 빵을 내려놓고 나니 깔개 한쪽이 찼다. 조사관이 장갑을 끼고 빵 하나를 들어 올렸다.

겉에는 옅은 가루가 남아 있었다. 깨진 모서리도 들어갈 때 그대로였다.

“전부 한 종류입니까?”

“네.”

“언제 받은 겁니까?”

“오래된 건 20년 됐습니다.”

조사관의 손이 잠깐 멈췄다. 빵을 뒤집어 보고, 갈라진 부분을 가까이 살폈다.

“곰팡이는 없네요.”

“안에서는 시간이 멈춥니다.”

“냄새도 거의 없고요.”

“처음에도 많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조사관은 빵을 내려놓고 목록에 상태를 적었다. 다른 조사관이 깔개 밖에 작은 쟁반을 놓았다.

“현장에서 드시던 식품이면 일부만 확인하겠습니다. 조각을 떼어도 괜찮습니까?”

“네. 단단합니다.”

조사관은 빵 끝을 잡고 눌렀다. 한 번에 떨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위치를 바꿔 힘을 주자 작은 조각이 쟁반에 떨어졌다.

나는 물통을 꺼내려다가 멈췄다.

“물은 여기 것 드십시오.”

조사관이 옆에 놓인 종이컵을 봤다.

“왜요?”

“제 물통도 조사하실 거니까요.”

유소정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왔다. 조사관은 빵 조각을 아주 조금 깨물고 천천히 씹었다.

펜을 쥔 손은 종이 위에 그대로 있었다.

“맛없네요.”

“20년 동안 그 말 매일 했습니다.”

유소정이 입을 다물고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조사관은 물을 마신 뒤 남은 빵 조각을 쟁반에 놓았다.

“오래돼서 맛이 변한 건 아니라는 말씀이죠?”

“네. 새것도 그랬습니다.”

조사관은 상태 칸을 고치지 않았다. 옆에 확인한 조각을 따로 표시했다.

나는 빵 한 덩이가 아니라 부스러기까지 돌아오는지 봤다. 수량은 40덩이 그대로였지만, 모서리가 줄었다.

조사관이 내 시선을 보고 쟁반을 밀어 줬다.

“남은 조각은 같이 가져가셔도 됩니다.”

나는 조각을 빵 위에 올렸다. 따로 두면 또 따로 넣어야 했다.

◉

끈은 묶음으로 꺼냈다.

1묶음을 내려놓는 데 1초가 걸렸다. 그 일을 200번 했다. 처음에는 조사관이 나오는 대로 세었고, 중간부터는 유소정이 깔개 위 줄을 맞춰 줬다.

나는 손을 멈췄다.

“옮겨 놓으셔도 됩니다. 꺼낼 자리만 비워 주십시오.”

“한 번에 전부 꺼낼 수는 없습니까?”

“묶음 하나씩입니다.”

“넣을 때도요?”

“네.”

목록 담당 조사관이 빵 쪽을 봤다.

“빵을 자루에 담아 묶으면 자루 하나로 넣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빵은 왜 따로 보관하셨죠?”

“하나씩 먹었습니다. 자루째 꺼내면 남은 것도 다시 넣어야 합니다.”

조사관은 끈 1묶음의 매듭을 만져 봤다. 끝을 찾았지만 잡아당기지는 않았다.

나는 마지막 묶음을 내려놓고 목록에 확인 표시를 했다.

“풀어 보셔도 됩니다.”

조사관이 끝을 당기자 묶음이 느슨해졌다. 안쪽 끈을 조금 빼서 표면을 살폈다. 섬유가 여러 가닥 꼬여 있었고, 닳은 곳에는 잔털이 일어나 있었다.

“이걸 지금 운송에 사용하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여기서 산 끈을 씁니다.”

“목록에 운반용이라고 적으셔서요.”

“저쪽에서 썼습니다. 돌아와서는 규정을 몰라 보관만 했습니다.”

조사관은 유소정이 건넨 안내문 옆에 끈을 내려놓았다.

“그럼 지금처럼 분리해서 보관해 주세요. 확인 전에는 고객 화물에 붙여서 내보내시면 안 됩니다.”

나는 노트에 이계 끈 사용 안 함이라고 적었다.

끈값을 아끼려다가 짐까지 묶이는 일은 피해야 했다.

풀린 묶음을 다시 감으려는데 조사관이 먼저 양 끝을 모았다. 끈이 가운데서 꼬여 작은 고리가 생겼다.

“그쪽 끝을 먼저 놓으시면 됩니다.”

조사관이 손을 놓았다. 나는 고리를 펴고 처음 모양대로 감았다.

“제가 풀었는데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풀어야 확인하시니까요.”

매듭을 끝내고 묶음을 원래 줄에 놓았다. 유소정은 목록 수량 옆에 다시 200이라고 적었다.

그다음은 천막이었다.

접힌 천막 3개를 꺼내자 깔개가 거의 찼다. 조사관이 크기를 확인하려고 접힌 모서리를 들었다.

“전부 펼치면 이 방에는 안 들어갑니다.”

“일단 접힌 상태와 천만 확인하겠습니다.”

조사관은 천막 모서리의 덧댄 부분을 살폈다. 손가락으로 바느질을 따라가다가 실이 다른 곳에서 멈췄다.

“수선하셨습니까?”

“네. 비가 들어왔습니다.”

목록에 수선 흔적이 적혔다. 물통도 마개와 바닥을 확인했다. 나는 물통을 꺼내기 전에 깔개의 남은 자리를 보고 천막을 안쪽으로 밀었다.

조사관은 모든 물건을 한 방향으로 세워 놓았다. 다시 셀 때 이름이 붙은 면이 보이게 하려는 뜻이었다.

꺼내는 사람만 바쁘면 끝나지 않는 일이었다.

◉

기계식 손목시계는 손바닥에 놓고 보여 줬다.

조사관이 목록을 읽었다.

“이것도 이계에서 가져온 물품으로 적으셨네요.”

“여기서 차고 갔습니다. 가져온 건 맞아서 적었습니다.”

시계 뒷면에는 오래된 긁힘이 있었다. 유소정이 출처 칸을 따로 만들고 지구에서 가져간 개인 물품이라고 썼다.

“계속 사용하셔도 됩니다.”

나는 시계를 손목에 찼다. 유소정은 착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낡은 외투는 그다음에 꺼냈다.

외투를 깔개 위에 놓고 소매를 폈다. 팔꿈치는 덧댄 천이 더 두꺼웠고, 목 안쪽에는 끊어진 실이 남아 있었다.

“본인 옷입니까?”

“일행이 입던 겁니다.”

“맡기신 건가요?”

“제게 주었습니다.”

추운 날 두그가 내 어깨에 걸쳐 줬던 옷이었다. 두그는 돌아갈 때 받겠다고 했지만, 짐을 정리할 때마다 다른 물건만 챙겨 갔다.

나는 한쪽 소매를 반듯하게 폈다.

“세탁은 되어 있습니까?”

“네. 마지막에 빨았습니다.”

조사관은 주머니가 비었는지 확인했다. 작은 안주머니까지 뒤집어 본 뒤 외투를 다시 접었다.

유소정이 내게 돌려주는 대신 깔개 위에 놓았다. 확인된 물품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물품을 섞지 않고 있었다.

목록에는 이제 맨 아래 줄만 남았다.

『보따리 1(미개봉, 남이 맡긴 것)』

조사관이 그 줄에 손가락을 댔다.

“이것도 꺼내 주시겠습니까?”

“열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고 싶습니다.”

“겉포장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내용물은 왜 미확인인가요?”

“집에 가서 열라고 맡겼습니다.”

“아직 안 여신 겁니까?”

“네.”

조사관은 펜을 내려놓았다.

“식품인지, 도구인지,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인지 확인이 안 됩니다. 직접 열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나는 목록 아래에 비어 있는 칸을 봤다. 확인이라고 쓰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없었다.

“제 짐이 아닙니다.”

“본인에게 준 선물일 수도 있잖습니까?”

“아직은 맡은 짐입니다.”

조사관은 잠깐 기다렸다가 유소정에게 서류를 넘겼다.

“미확인 물품 보관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봐 주세요.”

유소정이 서류 뒤쪽을 넘겼다. 손가락으로 항목을 짚고 내 목록과 맞춰 봤다.

“규정상 미개봉 보관은 가능합니다. 대신 조사받지 않은 물품으로 남습니다. 다른 분에게 넘기거나 밖에 꺼내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계속 안에 두겠습니다.”

“내용을 확인하게 되시면 별도로 신고해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관은 보따리를 더 꺼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유소정이 목록에 처리 내용을 적었다.

『미확인 물품. 보관 허용.』

나는 그 옆에 서명했다. 종이 아래를 받친 손에 힘이 들어가 글씨 마지막 획이 조금 길어졌다.

◉

돌려받을 물품을 셀 때는 내가 숫자를 읽고 조사관이 목록을 짚었다.

빵 40덩이. 끈 200묶음. 천막 3개.

물통과 외투까지 맞춘 뒤 아공간에 넣었다. 조사관이 떼어 놓은 빵 조각도 빠뜨리지 않았다.

물건이 사라진 자리에 부스러기가 남았다. 나는 깔개 모서리를 들어 쟁반 쪽으로 털었다.

“그건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끈에 붙으면 나중에 떨어집니다.”

부스러기를 걷고 나서야 빈 깔개가 접혔다. 유소정이 확인서 사본을 준비하는 동안 조사관은 처음 작성한 측정 기록을 꺼냈다.

“능력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노트를 펼쳤다.

“최대 적재 중량은 측정 한도를 넘은 것으로 되어 있네요. 300톤까지 확인됐고, 이후에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네.”

“그 뒤 운송 중에 꽉 찬 적은 있습니까?”

“돌아온 뒤에는 없습니다.”

조사관은 펜 끝으로 빈칸을 짚었다.

“이계에서는요? 본인이 파악한 실제 용량이 있습니까?”

“약 900톤입니다.”

펜이 멈췄다.

다른 조사관이 정리하던 끈 목록을 내려놓았다. 유소정도 복사기에 넣으려던 서류를 손에 든 채 나를 봤다.

“900톤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정확하게 잰 건 아니라 약이라고 적어 주십시오.”

조사관이 측정 기록 첫 장을 다시 폈다.

“처음 판정받으실 때는 말씀하지 않으셨네요.”

“묻지 않으셔서. 약 900톤입니다.”

처음에는 측정기에 물건을 넣으라고 했다. 넣고 나니 한도를 넘었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조사관은 기록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도 측정 한도만 적혀 있군요.”

“900톤을 운반하신 적이 있는 겁니까?”

다른 조사관이 물었다.

“한 번에 그만큼 받은 건 아닙니다. 모아 둔 물자를 채웠다가 나눠 꺼냈습니다.”

“무게는 어떻게 확인하셨고요?”

“받을 때 적은 무게를 더했습니다. 남은 자리가 얼마 안 됐고요.”

나는 노트에 900이라고 썼다. 옆에는 약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물건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닙니까?”

“모양보다 무게가 먼저 찹니다. 다만 들어가는 입구는 가로세로 3미터입니다. 큰 건 나눠야 합니다.”

조사관은 이번에는 펜을 멈추지 않고 적었다.

유소정이 사본을 내려놓았다.

“등록 자료에는 본인 진술로 따로 남기겠습니다. 측정으로 확인한 수치는 아니라는 표시도 하고요.”

“그렇게 해 주십시오.”

“당분간 용량 확인 때문에 연락드릴 수 있습니다.”

“일하는 중이면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밖에 나오면 전화드리겠습니다.”

유소정은 연락 가능 시간 옆에 게이트 내 업무 중 통화 불가라고 적었다.

조사관이 내 운송장을 돌려줬다. 확인 목록과 수량이 같다는 서명이 들어 있었다.

나는 종이를 접지 않고 가방 안쪽에 넣었다.

◉

복도에 나오자 손목시계부터 봤다.

조사 때문에 비워 둔 오전이 거의 다 지나 있었다. 유소정은 확인서 사본을 들고 나를 따라 나왔다.

“신우재 씨, 이것도 가져가세요.”

나는 서류를 받아 첫 장을 확인했다. 보관 허용 품목 아래에 보따리가 남아 있었다. 실제 용량은 별지에 적혀 있었다.

측정 한도는 300톤. 본인 진술은 약 900톤.

“공개되는 자료입니까?”

“업체에 제공하는 자료는 아닙니다. 별도 동의 없이 운송 의뢰인에게 전달하지도 않고요.”

“감사합니다.”

나는 사본을 노트 뒤에 끼웠다. 전화가 울렸지만 먼저 서류 모서리를 맞췄다.

유소정이 별지에 적힌 숫자를 한 번 더 봤다.

“900톤이면 게이트 하나를 통째로 비울 수 있겠네요.”

나는 가방 지퍼를 닫았다.

“게이트는 안 들어갑니다. 입구가 3미터라서.”

(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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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계에서 20년 짐꾼이었는데, 귀환하니 아공간이 S급   12화. 중량 화물은 톤·킬로미터로 계산합니다

    “단가를 바꾸시겠다는 겁니까?”배석훈이 물었다. 나는 계산기 옆에 놓인 빈 운송장을 당겼다.“네. 무게만으로 계산하니 맞지 않습니다.”“싸진다는 뜻인지 비싸진다는 뜻인지부터 알려 주십시오.”“이번 짐은 싸집니다. 다만 묶는 작업비를 따로 받겠습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총액으로 주세요. 현장에서 추가되는 돈 없이.”“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사진 보내겠습니다. 덩어리 크기도 적어 드리고요.”“길안내도 필요합니다. 저는 서울-8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그건 견적에 넣으십시오.”나는 필요한 항목을 적었다. 무게, 거리, 묶음 작업, 길안내.배석훈은 전화를 끊기 전에 한 번 더 물었다.“반출은 얼마나 걸립니까?”“묶는 사람을 붙여 주시면 하루 안에 끝내겠습니다.”“작업할 신입 여덟은 있습니다.”“그럼 묶음을 확인할 사람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육만길의 번호를 찾았다. 늦은 시간이었다. 노트에 먼저 연락드릴 일이라고 적었다.◉사진에는 자루보다 덩어리가 많았다.광석은 바위 옆에 품목별로 모여 있었고, 갑각은 서로 포개져 있었다. 마력석 자루는 입구를 접어 놓기만 한 것도 있었다.나는 사진을 크게 벌려 봤다. 겉보기에는 정리된 짐이었다. 손을 대서 넣을 수 있는 묶음은 아니었다.식탁 반대편에 앉은 예진이 계산기 화면을 봤다.

  • 이세계에서 20년 짐꾼이었는데, 귀환하니 아공간이 S급   11화. 타사 영업 제안은 받지 않습니다

    “조건을 먼저 보겠습니다.”공대환은 명함을 건넨 손으로 안주머니를 짚었다. 접힌 종이를 꺼내려다 대문 안쪽을 봤다.계단 위에서 예진이 내려오고 있었다.“여기서 말씀하시게요?”공대환이 종이를 다시 넣었다.“내일 가져오죠. 계약서는 앉아서 봐야 하니까.”“4월 1일 오전이면 됩니다.”“신 대표도 생각해 보세요. 혼자 전화 받고 짐 나르고 돈 받는 게 쉬운 일 아닙니다. 우리는 일감을 붙여 드리는 거예요.”나는 명함을 뒤집어 봤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운송장도 같이 가져오십시오.”“그건 걱정 마세요. 우리 양식 쓰면 됩니다.”공대환은 대문 밖으로 나갔다. 예진이 마지막 계단에 서서 명함을 봤다.“계약하는 거야?”“조건을 봐야지.”“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대?”명함 아래에 내 명함을 겹쳤다. 등짐 운송의 사업장 주소는 집이었다.예진은 두 명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엄마 없을 때 와?”“오전.”“컵은 싱크대 왼쪽에 있어.”예진은 그 말만 하고 올라갔다. 나는 공대환 명함을 노트에 끼웠다.◉4월 1일(수), 공대환은 오전에 왔다.어머니가 출근한 뒤였다. 나는 식탁 위의 운송장을 치우고 빈 종이와 계산기를 놓았다. 공대환은 의자에 앉자마자 서류 봉투를 열었다.계약서와 운송장 양식이 나왔다.운송장 맨 위에는 만금 물류 이름이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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